아뇨, 단순히 휴전선과 서울이 가깝고, 전쟁으로 인해 남한이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는 사실만으로 이 모든 협상력 차이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 불바다 발언은 안 나온 지 꽤 되었고, 북한이 하는 전면전 위협이 협상력이 적으며, 북한이 하는 무력도발도 계속해서 자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는 입장에서는 도리어 김정은 정권이야말로 남한 정부와는 다르게 정권의 생존과 국가의 생존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전면전으로의 선택지를 함부로 선택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죠. 남한이 피해입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겠지만, 정권이 위협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북한은 정권이 끝이 나지요.

그리고 전쟁이냐 평화냐의 양자택일은 이 줄다리기에서 지는 지름길입니다. 왜냐하면 전쟁이라는 최악의 선택지와 놓고 보면 언제나 모든 최악의 타협도 정당화될 수 있거든요. 그러므로 북한을 압박할 때 전면전이냐 평화냐가 아니라, 그 사이 수많은 옵션들을 갖고 나서야 하는데, [그래서 전쟁하자는 거냐] 라는 논리는 결국 모든 양보를 감수하겠다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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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실랑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상은, 아무리 대북전단이 그다지 실익이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국민인 이상 북한이 비난한다고 해도 먼저 국민을 감싸고 그 다음 서로간의 긴장 완화를 위해 권고해 보겠다 정도의 입장에 그쳐야지, 북한이 비난했다고 바로 다음날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하다고 청와대가 말하거나, 남북 군사합의가 뒤로 후퇴할까 벌벌 떠는 모습은 파워 게임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모습이라고밖에 설명을 못하겠네요.

대남 도발이라는게 굵직한 사건들(서해교전, 목함지뢰, 천안함, 연평도 등)만을 포함시키면 사실 2015년 이후로는 없는 게 맞고, 핵실험을 포함시키면 2017년이 들어가겠죠. 하지만 낮은 규모의 무력시위까지 포함하면 더 적어졌다고는 하기 힘들고(방사포 발사, 미사일 발사는 이전보다 두 배 규모로 많아졌죠. 애초에 '대남 도발이 더 적어졌다'라는 언술은 어디까지가 도발인가, 어디까지가 정부의 책임인가를 자의적으로 설정함에 따라 같은 정부를 칭찬할 수도, 같은 정부를 비판할 수도 있는 서술에 불과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번 정부가 대북 리스크를 더 관리 못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닌데,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대남도발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이 북한에게 있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니까 이걸 갖고 평가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 뭘로 평가하느냐 할 수 있겠는데, 솔직히 미국의 관심이 북미협상으로 인한 비핵화 타결에서 멀어진 지금 그나마 한미공조라도 하면서 최대한 핵위협을 줄여야 할 텐데 북한 기업의 남한 경제 참여라던가, 남북철도 구상이라던가 하는 소리만 하니까 최선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