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식으로도 막을 수는 없지요.
코로나사태가 종식되려면 집단면역을 획득하든, 치료제 및 백신이 나오든 해야 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못 막는 거 왜 난리냐는 주장이 나옵니다만, 문제는 감염이 퍼지는 속도지요.
사실 경증감염자야 천만명이 생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기계환기가 필요한 환자가 대략 5%비율로 발생하고 있다는게 문제지요. 이러한 인공호흡기등의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이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렇기에 감염이 되는 속도를 줄여 로테이션을 시킬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 할 것입니다.
이 속도를 늦추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적이고요.

아마 대강 이런 식의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전체 전염 중 대부분을 발생시키는 주전염기간과 감염 후 첫증상까지 잠복기가 아래와 같다고 가정해 보면,

주전염기 - 감염 4-10일차
잠복기 - 감염 0-5일차

감염 4일차 이내에 추적/격리에 성공하면 해당 감염자가 만들어낼 예정이었던 전염체인이 거의 다 잘리게 되고, 10일차 이후에 추적을 해내면 이미 다 뿌리고 나서 잡아낸 셈이라 전염체인이 거의 잘리지 않습니다. 결국 추적을 얼마나 빨리 해낼 수 있느냐에 따라서 격리의 성능이 달라집니다. 그럼 추적을 4일 이내 혹은 그 근처에서 할 수 있을까요? 이건 어느 나라에서든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인구가 적고 인건비 높고 땅이 큰 나라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감염자 타입을 ①무증상~경미증상만 보이다 자연치유 되는 사람, 그리고 ②병원에 안 가기가 어려운 정도의 증상~입원급 증상을 보이는 사람, 이렇게 두가지 타입으로 나눠보면, 둘 중에서는 전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아이슬란드, Vo, 우한피난민전세기 등의 데이터를 보면). 그런데 전자에 속하는 감염자의 경우, 기존 확진자의 가족이나 직장동료 등 추적이 매우 쉬운 전염체인에 속한 소수 인원을 제외하면 트레이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진해서 테스트를 받으러 와야 탐지가 가능합니다. 허나 무증상-경미증상자는 자진해서 테스트를 받으러 갈 생각이 없는 것이 보통일겁니다.

무증상인 사람이야 자진해서 테스트를 받으러 가는 것 자체가 상당한 수준의 건강염려증 없이는 행하기 힘든 행동이니 당연하고, 경미한 감기 증상자도 ILI 데이터를 보면 그렇습니다. 2월말 기준 ILI 환자가 천명당 6.3-8.5명이니까 한국 전체 기준으로는 하루 4-6만명, 주 30-40만명 수준인데, 테스트를 하루 4-6만건씩이나 한 적이 없거든요.
https://is.cdc.go.kr/upload_comm/syview/doc.html?fn=158346858430000.pdf&rs=/upload_comm/docu/0024/

자진해서 테스트를 받으러 온 소수 인원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 사람들 역시 무증상인 0-5일차에 테스트 받으러 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가장 빠른 그룹이 증상이 나타난 당일-이튿날에 테스트를 받은 감염자 집단일겁니다(감염 6-7일차). 그럼 확진 및 격리는 7-8일차에 될테고, 확진된 후 하루만에 모든 접촉자를 전부 추적격리해도 감염 8-9일차입니다. 즉 확진자들이 감염 4-5일차에 전염시켰던 사람들은, 추적된 시점에 이미 감염 4-5일차에 접어들어 약간의 전염을 발생시켰을만한 상태가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접촉자 중 상당수는 애초에 추적이 안 될겁니다. 가령 혼잡한 지하철 객차 내에서 확진자 바로 옆에 수십분 가량 서 있었던 여러명의 사람은 편의점에서 확진자를 10-20초간 대면한 점원보다 전염될 확률이 훨씬 높은데, 편의점 직원은 찾아도 지하철에서 옆에 서 있던 수많은 사람은 못찾으니까요. 하루만에 동선과 접촉자를 모두 추적하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하루만에 찾아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일씩 걸리는 사람도 있겠죠. 또한 6-7일차에 즉시 테스트를 받는 것 자체가 오히려 소수 집단이고, 보통은 더 늦게 테스트를 받을테니 전염차단 효과는 더욱 미미하게 됩니다.

②쪽은 알아서 병원에 오니까 그나마 테스트를 하기가 쉬운데, 입원할만큼 상태가 나빠지는건 보통 잠복기 경과 후 7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쪽 확진자 집단이 전염시킨 사람은 찾아내봤자 진작에 전염을 다 끝냈을만한 시점이 됩니다. 추적이 매우 빠르다면 2차, 3차, 4차로 넘어갈수록 더 이른 시점에 찾아낼 수는 있습니다만, 차수가 올라갈수록 전체 접촉자 중 찾아낼 수 있는 인원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잘라낼 수 있는 전염체인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추적/격리 시행시 Rt가 감소하는지 아닌지, 감소한다면 그게 상당한 수준인지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성능이 충분치 않은 경우 지속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그 지역 생활 환경/문화상 나왔을만한 R0이 2.1인데, 감염자 1만명 상태에서 추적격리 시행시 Rt가 1.6으로 떨어진다고 가정해 보면, 결국 감염자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더 이상 같은 수준의 추적격리를 할 수 없는 시점이 옵니다. 1만명은 따라다녀도 10만명은 못 따라다니니까요.

그리고 학교 폐쇄 등의 개입조치를 시행하는 경우, 전염체인의 움직임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전염체인이 취약집단(고령층)으로 향하는 더 효율적인 길을 개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애들 같은 경우 여태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장 안전한 그룹이기 때문에, 개학을 해서 애들이 서로 전염시키는 것 그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감염된 애들이 집에 와서 조부모에게 전염시키는 것이 문제죠. 3세대 가구가 별로 없는 국가에서는 개학을 해도 이 문제가 아무래도 덜할겁니다. 반대로 개학을 안 하는 경우, 애들을 조부모에게 맡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전염체인의 효율성이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다 걸리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추적격리 외에 전염속도를 늦출 수 있을만한 방법을 사용하면서, 취약계층 보호 위주의 개입조치를 하겠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사실 IFR이 0.2%라고 본다면, 평소에도 의료인프라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곳에서는 전염속도만 충분히 느려도 감당이 가능할 수 있고, 여기에 덧붙여 취약계층 보호가 50%만 성공적으로 이뤄져도 IFR은 0.0x%로 떨어질테니까 과부하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