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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9/09 21:29:16수정됨
Name   Wilson
Subject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지켜보며)
별로 관심없으시겠지만 약 두달전 운동권에 대해서 티타임에 글을 썼습니다. 글 한편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5편을 계획한, 꽤나 긴 프로젝트였습니다. 나름 글 쓰는 것과 읽는 분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주일에 한편씩 쓴다는 계획도 있었지요. 5편까지의 목차와 주제도 다 세워두었습니다.

1편 https://kongcha.net/?b=3&n=9363
2편 https://kongcha.net/?b=3&n=9385

나오지 못한 3편은 누가 운동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많은 분들이 학생회의 운동권에 대해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진정한 운동권인가, 사실 인터넷 밈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여러분의 기억에 안좋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선배들은 치기어린 1, 2학년들이 대부분이었다는 내용, 4편은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여햑생 페미니즘 동아리 엠티에 참가해서 현재 운동권이 가장 핵심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가 성평등이며, 이것 없이는 학생운동이 한발짝도 앞으로 전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던 동아리 회원 너댓명과 밤새 토론하던 내용, 이런 모순과 조롱거리 속에서 운동권들은 자신들이 투쟁할 것을 선배들이 다 이루어놓았다고 불평하며 항상 자신들이 마지막 운동권 세대라고 생각하지만(심지어 저 또한 그렇습니다!) 어디선가 그들은 계속 나타나며 이어져간다라는 내용으로 5편을 쓸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기로 마음 먹고 2편까지 글을 썼지만 아무래도 스스로의 과거를 돌아보는 글이니 자꾸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글 자체가 나한테만 재밌지 남이 보기엔 별 재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시리즈물까지 연재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니 다른 활동 자체가 위축 됩니다. 사실 아무도 관심도 없고 기억도 못하겠지만 스스로가 약속한 일에 끝맺음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끔씩 쓰는 타임라인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편을 세번정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언젠가는 글을 마무리 지어야지 생각하던 와중에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가 터집니다.

모든 글이나 일은 적절한 시의성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바탕이 되어야 하지요. 과거 운동권을 회상하는 글이 이전 정권에서 나올 수 없고 현 정부의 지금과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는 것처럼 한때 386운동권, 또는 강남좌파라 불리며 운동권을 대표하던 조국 법무부장관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 더는 운동권을 추억하거나 돌아볼 수 없게 되었네요. 그래서 결국 이 글을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운동권을 돌아보던 시리즈물을 갈음할까 합니다.

20대의 끝자락이라고 하지만 사실 지금으로부터 몇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때, 전 서울시에서 채용공고를 낸 마을사업 활동가 계약직공무원에 지원했습니다. 저는 마침 지방에서 정확히 해당 업무로 유사기관에서 몇년 간 경력을 쌓았고, 서울시 채용조건이 2년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업무경력과 제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명을 뽑는 그 자리에 저를 포함하여 5명이 개별 면접을 보았고 저는 면접에서 저의 해당업무 경력과 능력을 충분히 설명했으며 면접위원들도 매우 호의적이라고 생각해서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발표 다음날까지 해당 채용결과는 게시판에 올라오지 않았고 그 다음날 채용공고 게시판에 올라온 것은 제가 지원한 채용공고에서 날짜만 바뀐 또다른 채용공고였으며 담당자는 저와의 전화통화에서 면접합격자가 없어서 채용절차를 다시 진행한다는 대답만을 반복했습니다.

사회가 당위와 정당한 절차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운동권을 떠나면서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 채용절차를 겪으면서 흔히 말하는 '절차적 위법은 없다'는 답변을 몇번이나 들었기 때문에 사회가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5명의 면접지원자 모두 정량적 평가지표에서 절반 이상 '하'를 맞았으며 이는 면접관들의 재량일 뿐이라며 관련 판례를 거론하는데, 면접지원 절차가 끝난 후 관련단체에서 내정자가 생겨 새롭게 채용절차를 진행하려는 것 아닐까 하는 저의 생각은 단순 의혹도 아니고 추측일 뿐이지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각종 인맥을 동원해서 특권을 이용하고 혹여나 문제가 되면 증명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의혹이다고 부인하면 되니 얼마나 간편한 대처방법입니까.
제가 조국 법무부장관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운동권 출신으로 이름을 얻고 위와 같은 변명을 하는 정치인들을 비난하며 유명세를 얻고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서는 위법은 없었다, 의혹일 뿐이다는 그동안의 정치인들의 입장을 막상 본인이 그 당사자가 되자 그 동안 자신이 비난하던 그 방식 그대로 되읊고 있다는 겁니다. 운동권, 현 정권의 얼굴마담을 자처한 만큼, 운동권의 도덕적 우위, 당위를 한방에 날려먹은 셈입니다. 이제 누가 앞으로 운동권 주장의 진정성, 당위성을 믿을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조국 법무부장관이 임명되어 기쁩니다. 이러한 조국 법무부장관의 모습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겪은 다수의 운동권에게 경험했기 때문에 그 동안 저 스스로는 운동권의 이중적인 모습 때문에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 길이 힘들어서, 두려워서 떠난게 아닐까 끊임없이 자문하고 괴로워했는데 이번 조국 장관을 보면서 운동권을 떠난 저의 결정이 옳았고 제 논리를 몸소 증명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그런 장관님을 끝까지 임명강행하는 모습을 보니 빠져나와서 다행이다는 안도감에 더하여 내가 20대에 추구하던 가치, 그걸 이뤄줄 것처럼 보이던 정권에 대한 기대는 신기루였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앞으로가 궁금해질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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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쉽네요..5편까지 써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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