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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8/23 09:34:14
Name   OSDRYD
Subject   해방후 보건의료 논쟁: 이용설 vs 최응석
2주만에 한편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이후 해방기 보건의료에서 가장 대표적인 논쟁이 이용설과 최응석의 대립입니다.
이 두사람에 대해서는 의사학(Medical History)를 전공한 분이거나 저처럼 인터넷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들어보기가 쉽지 않은 분들입니다.

간단히 약력을 소개하면, 이용설(1895-1993)은 세브란스 의전 출신으로 세브란스 대학교 총장 및 미군정청 보건후생부장 (현 보건복지부장관), 그리고 2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평생을 세브란스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흥사단 소속으로 일제시대 여러차례 고초를 겪기도 하였습니다.

최응석은 평양중학교 당시 이미 사회주의에 심취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동경제국대학 의학부 재학 당시에도 마르크스 주의자로 활동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치안유지법으로 체포되어 집행유예를 받은 사상범(?)으로 집행유예 이후 일본에서의 활동이 여의치 않아 남한으로 귀국하여 경성대학 의학부 내과2교수로 취임했습니다.

최응석은 경성대학 교수로 재직당시에도 좌우 대립의 중심에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를 기억하는 인터뷰를 참고하면 "...내과의 최응석(崔應錫) 교수는 별다른 분이었다. 동경대(東京大) 출신인 최(崔)교수는 유학 시절부터 좌익운동을 해왔다고 들었다. 우리들에게는 며칠간의 강의를 함께 묶어서 하루 종일 강의를 하는 등 괴이한 행위를 하였다. 아마도 며칠 간 있어야 할 강의를 하루에 해버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좌익운동에 골몰했는지도 모른다. 후에 월북했으나, 별로 신통치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응석은 소련 보건의료정책을 기반으로 해방된 조선의 의료체계를 구성하려 했습니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의료제도 국영화와 질병퇴치를 위한 전국적 프로그램, 둘째, 사회보험확충을 통한 무료진료, 셋째, 의료인의 재교육, 넷째, 의료인에 대한 사회과학교육과 의학의 예방의학적 재편, 다섯째, 제약국영화, 여섯째, 노동자의 자주적 의료기관의 설치(실비진료소, 협동조합에 의한 의료이용조합), 일곱째, 국영의료관계자 근로시간 6-8시간으로 단축, 기술향상, 연구유예, 경제적 생활보장이었습니다.
요약하면 영리를 추구하는 “개업의의 기만성과 기생충적인 사회적 성격”을 비판하였고 “실비진료소, 노동자건강보험제도와 국민보험제도 실시 등 ‘의료의 사회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이용설은 의료국영론을 시기상조로 규정했습니다. ‘의료시설과 전문 과목 담당의사의 부족’을 비롯한 문제를 지적했고, 민간차원의 종합병원 설립과 환자들의 종합병원 이용을 권했다.이는 보건의료분야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 분담을 중시하는 미국식 모델입니다. 국가가 공중보건을 담당하고 민간은 일상적인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방식이며 이에 더해, 보건행정의 발전을 위해 선진국인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했습니다. 이용설 자신이 노스웨스턴 의과대학 박사학위 취득한 미국 유학파라는 것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군정은 파트너로서 이용설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1946년 1월 3일 미 군정청 보건후생국의 한국인 국장으로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1946년 3월 29일에는 승격된 보건후생부의 부장으로, 또 1947년 2월 15일에는 과도입법정부의 보건후생부장으로 임명되어 1948년 8월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보건관련 제도 를 정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용설은 개업의 위주의 의료공급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기는 했습니다. "민간에서 자선사업을 목표로 종합병원들이 종합병원이 곳곳에 많이 설립되기를 바라는 동시에 소규모 단독 개업의사보다 이 종합병원에 연락하는 이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로써 현재 개업제도의 단점을 시정할 수 있을 줄 믿는다." "우리 의학계 발전에 큰 암초는 설비 불완전한 개인병원의 난립이다."

반면 최응석은 국대안 파동으로 사임후 월북하여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일성대학 의학부 부장 겸 병원장을 맡아 북한 사회 의료체계의 틀을 다지게 됩니다. 월북후에도 북조선보건련맹 위원장, 조선의학회 중앙위 위원장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특히 김일성의 신뢰가 컸다고 하며 지주계열 출신으로 인한 숙청의 위기에도 김일성이 직접 그를 구명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참고 논문
1.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 의료 , 여인석
2. 최응석의 생애: 해방직후 보건의료 체계 구상과 역할을 중심으로, 신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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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라타래
    잘 읽었습니다. 저도 쓸 글감은 많은데, 투 머취 롸이터라 매번 방망이 깎는 노인의 심정으로 몇 달에 한 번씩 내놓게 되네요 ㅎㅎ 잘 몰라서 그런데, 당시 이용설 - 미군정 모델이 이어지다가 포괄수가제가 덮어진 건가요?
    포괄수가제도 미국에서 Medicare환자용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다면, 미국 모델을 받아들인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은 전국민이 Medicare라는 특이점이 있겠지만요.
    구밀복검

    두 분 다 평양 출신이라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다 싶습니다. 도회지 한양놈들과 물량 많은 삼남 놈들의 등쌀에 밀린 아웃사이더들, '북학''서학'으로 대변되는 신문물이 조선으로 들어오는 관문이자 자본이 집적되던 상업의 고장, 서구화 근대화 개화운동의 중심지.. 말하자면 돈도 있고 시야도 넓고 트렌디한데 조선 사회에선 괄시 받는 거죠. 그 과정에서 평안도 사람들이 서구를 본받자고 모방했던 게 북방대륙식 사회주의와 바다 건너 미국의 개신교-자본주의였던 거고요. 양 극단인 것 같지만 결국 조선 내부의 권력 투쟁에 밀린 아싸들이 미개한 조선 ... 더 보기
    두 분 다 평양 출신이라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다 싶습니다. 도회지 한양놈들과 물량 많은 삼남 놈들의 등쌀에 밀린 아웃사이더들, '북학''서학'으로 대변되는 신문물이 조선으로 들어오는 관문이자 자본이 집적되던 상업의 고장, 서구화 근대화 개화운동의 중심지.. 말하자면 돈도 있고 시야도 넓고 트렌디한데 조선 사회에선 괄시 받는 거죠. 그 과정에서 평안도 사람들이 서구를 본받자고 모방했던 게 북방대륙식 사회주의와 바다 건너 미국의 개신교-자본주의였던 거고요. 양 극단인 것 같지만 결국 조선 내부의 권력 투쟁에 밀린 아싸들이 미개한 조선 사회 서양식으로 뜯어고치자고 나섰다는 점은 동일한 것입니다. 소련 사랑이나 미국 사랑이나 동기는 비슷한 셈.. 여기서 후자에 속하는 게 안창호고 그래서 서북지역에서 독립운동 하던 사람들 치고 안창호 라인 아닌 사람이 별로 없죠. 위의 이용설이 '흥사단' 소속이었다는 것에서 견적이 나오는 거고요. 미국식 실용주의와 자본가 정신을 상징하는 '실력' 대한 강조. 위 짤은 안창호가 3/1 운동 직후 발표한 '조선독립운동의 6대 방략'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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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처음 약력 찾다가 둘다 출신이 평양인게 신기했습니다. 거기다 둘다 집안도 좀 사는 집안? 그런데 결론은 정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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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밀복검
    ㅎㅎ 요즘이야 다들 미국 가지만 옛날 학맥 같은 거 살펴 보면 미국 유학파들 vs 독일/프랑스 유학파들 간 존심 싸움의 흔적이 엿보이더군요. 내 학위가 더 진퉁이야 뭐 그런.. 그런 맥락이 구한 말에도 있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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