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8/08 02:50:09
Name   별이돌이
Subject   그 웃는 얼굴을 그에게도 보여줄 수는 없나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와중에 이에 관하여 의견을 표하는 사람들을 볼 때 항상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제가 주변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일본과 북한에 대하여 상반된 의견을 내놓더군요.

예를 들면 자한당계 정치인과 그 지지자는 북한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더불어민주당계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은 비교적 북한에 대해서 부드럽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듯합니다.

정부의 태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개의 정권은 북한과의 교류를 최대한 단절하고자 하면서 일본에 관련된 문제는 최대한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반면 현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는 관대한 자세를 보이면서 일본에는 굴복하지 않으려는 외교 정책을 펼치는 중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볼 때마다 좀 의아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두 나라, 일본과 북한이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정도의 차이가 조금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상대가 아닌가 생각하거든요. 아래에서 두 나라를 세 가지 측면에서 비교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과거에 한국(남한 혹은 대한민국)에 피해를 줬는가?
두 나라 모두 과거에 한국에 피해를 줬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일본은 수십 년간 한국을 식민지배했고, 북한은 직접적으로 남한을 침공했으니까요. 둘 중 어느 쪽이 더 큰 피해를 줬는가를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북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민지배가 종식된 시점과 정전협정이 체결된 시점에서 남한의 상태를 비교해보면 전쟁 후의 참상이 더 심각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쟁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끝난 반면 식민지배는 오랜 기간 지속하면서 징용과 위안부, 생체실험 등 수 많은 문제를 남겼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느 쪽이 끼친 피해가 더 크다고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번째, 해당 피해에 대하여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는가?
두 나라 모두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명확합니다. 일본은 중간중간 사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행동들을 하기는 했고, 군사정권 당시 졸속 협정으로 적은 액수의 보상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의 분쟁을 보면 여전히 역사를 왜곡하여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북한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천안함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남한의 해군을 선제공격하고, 영토를 포격하고, 순찰로에 지뢰를 깔아 군인의 다리를 자르는 판국에 사과나 보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거의 잘못에 대해 국가, 학계, 언론, 개인 그 어느 측면에서도 한 마디 사과의 말도 없는 북한보다는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 정부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 일본 쪽이 조금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 현재 해당 국가와의 관계가 악화하면 한국에 손해가 있는가?
당연히 손해가 있습니다. 주변국과의 관계가 험악하면 나라가 평안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근방에 북한이 있어서 발생하는 불이익은 이미 여러 측면에서 논의가 되었고, 이를 해소하여 얻는 이익은 북한과의 친교를 주장하는 정책, 나아가 통일을 원하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일본과의 관계가 틀어져도 손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감정이 많이 상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살 것처럼 굴지만, 지난 수십 년간 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미 깊은 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이러한 관계가 모두 파탄 나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억지입니다. 단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사이가 북한과 한국의 사이처럼 변한다면 우리 국민의 삶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반적인 논조에서 이미 느끼셨겠지만,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하여 호감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최근 한일 양국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주변국과의 관계가 망가지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고, 따라서 어느 정도는 상대에 맞춰가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만약 한국의 정치 지형이 당장의 안위와 경제적 이익 등을 포기하더라도 과거사에 대한 확실한 정리가 먼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과거사보다는 앞으로의 일에 집중하여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지금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일이 먼저라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면, 이는 서로 생각이 달라 발생하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큰 두 정치 세력이 가장 가까운 두 나라에 대하여 취하는 태도가 상반되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들과의 마찰만 커지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켜 한국의 국민과 국토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 나라의 지도자, 심지어 그 원흉인 독재자의 손자에게 사과 혹은 보상에 대한 말 한마디 꺼내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다면, 위안부가 자발적이었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전범의 손자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을 피해자의 동의도 없이 받아 재단 하나 만들어 놓고는 해당 문제가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핵폭탄을 개발하는 동시에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는 한미의 군사행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말도 믿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일본에 관련된 여러 소비를 불매하는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때마다 그 운동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현 정부와 그 지지자들이 북한에 대하여 취하는 태도를 일본에게도 적용해 줄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에 글을 씁니다.



0
    이 게시판에 등록된 별이돌이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47 7
    14952 생활체육[홍.스.골] 9월대회 결산 켈로그김 24/10/02 123 0
    14950 스포츠[MLB] 김하성 시즌아웃 김치찌개 24/09/30 237 0
    14949 게임[LOL] 9월 2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9 187 0
    14948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14 나루 24/09/28 594 17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54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76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798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73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32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88 3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694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597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661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618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350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607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940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70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445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612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461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99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78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8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