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19/07/21 11:23:33수정됨 |
Name | AGuyWithGlasses |
Subject | [데이터주의] 2019 TDF Stage 14 - 주모 여기 와인 한 사발 더! |
근 몇년 중 가장 재미있는 대회라는 평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이번 2019 TDF도 벌써 2주차가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프랑스 피레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포장도로 지역인 뚜르말레에서 펼쳐진 격전. GC순위를 노리는 모든 팀들이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탈자가 발생했고, 몇몇 선수들의 명암이 확실하게 갈린 날이었습니다. 뚜르말레의 전설은 계속됩니다. 경기 시작 전 출발선에 선 각 저지 보유자들. 알랑필립은 오늘도 옐로우를 이어갈 수 있을지? 흔한 영국 아재...가 아니라 브래들리 위긴스라는 분입니다. 영국 사이클링의 레전설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역선수였습니다. Team Sky의 투르재패 서막을 알린 선수기도 하죠. 현재 콘타도르와 함께 유로스포츠의 현장 리포터로 활약중입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BA로 빈첸조 니발리와 피터 사간이 나섭니다. 피터 사간은 1등급령 넘자마자 나오는 중간 스프린트 지점까지만 도달하면 포인트를 더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나온 거 같은데 아무리 사간이라도 1등급령은 그리 만만하지 않을텐데... 여기에 산악왕 저지를 보유한 팀 벨렌스, 오늘의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는 자카린, 루루 산체스, 모호리치, 에나오 등이 참가하여 BA는 총 17명으로 늘어납니다. 이날 투르말레 피니시에서는 GC라이더들이 막판에 엄청난 속도로 올라갈 게 뻔했기 때문에 BA가 성공할 가망은 없다고 봐야하지만, 0.1%의 가능성이라도 도전해 보는 게 프로인 거죠. 0.1%가 0%보다는 확률이 높은 법입니다. 초반부터 FDJ가 적극적으로 펠로톤을 끕니다. 상당히 의외인데요. 퀵스텝은 당연히 앞에 나와있고, 이네오스나 윰보, 무비스타에서 적극적일 줄 알았는데... 뚜르말레 가기 전 등장하는 1등급 업힐인 꼴 듀 솔로흐입니다. 뚜르말레가 워낙 고되서 가려지는데 여기도 쉬운 업힐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힘 꽤 빼고 뚜르말레를 지나는 거니 고통이 엄청나게 되죠. 솔로흐의 중반부부터 무비스타 트레인이 가동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르를 필두로 자비심 없이 죽죽 끌어버리면서, 펠로톤을 솎아내기 시작합니다. 최종적으로는 40명도 안 되는 선수들만 남게 되어 투르말레를 앞두고 '선수끼리 놀아봅시다'가 되는 분위기. 이날 무비스타가 펠로톤 끄는 속도는 시쳇말로 정신 나간 수준이었습니다. 솔라흐 넘고 나서도 평속이 42.5km/h였을 정도니... 이 시점부터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AG2R의 호망 바흐데는 경기 초반부터 죽죽 흘러버려서, 완전히 재기 불능의 상태가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선두보다 무려 20분이나 늦게 들어왔습니다. 바흐데의 이번 TDF는 악몽으로 기억될 거 같네요. 어제 ITT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Michellton-Scott의 아담 예이츠도 바흐데에 이어 흐르기 시작합니다. 곧바로 형제인 사이먼 예이츠가 와서 끌어주는 모습 꼴 드 솔로흐에서는 어찌저찌 펠로톤 뒤에 붙어갑니다. BA에서도 움직임이 발생합니다. 일부 선수들은 처지고, 엘리 제스베어, 빈첸조 니발리, 팀 벨렌스는 어택으로 치고나갑니다. 피터 사간은 여기에 끼지 못합니다. 힘들인 거에 대비해서는 포인트를 많이 얻지는 못하겠군요. 솔라흐의 정상에서 산악왕 저지를 위해 팀 밸런스가 먼저 어택하고, 니발리는 포인트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뒤를 따라갑니다. 펠로톤은 굉장한 속도로 BA를 쫓고 있기 때문에 BA와의 시간차를 많이 줄인 상태입니다. 피터 사간은 중간 스프린트 지점을 1위로 통과하긴 힘들겠군요. 여담으로 오늘은 VIP께서 대회 공식 컨트롤 차량에 타고 계신 날입니다. 프랑스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거의 떡상일듯... 바흐데는 쩝; 피터 사간은 펠로톤에 합류해서 아예 펠로톤을 끌기 시작합니다. 저때가 중간 스프린트에서 한 10km 남은 지점으로 기억하는데, 현재 펠로톤 앞에는 니발리 그룹 3명, 그리고 그 그룹을 추격하는 5명이 있습니다. 사간은 이중 최소 뒷그룹이라도 중간 스프린트 지점 전에 잡아내서 포인트를 최대한 쌓으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애초 의도는 솔라흐의 업힐까지만 버티면, 내리막은 자기도 니발리만큼이나 잘 타니까 약간 시간 로스로만 버텨도 BA에 합류할 수 있고, 그러면 중간 스프린트 지점은 아무도 관심없으니 자기가 1위로 지나서 20점을 혼자 먹겠다는 것이었을텐데, 솔라흐를 저 속도로 스프린터가 넘는다는게 참 힘들죠. 그나마 사간이 워낙에 규격 외라 이정도나 시도해 볼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시점에서도 BA와도 1분 30초 가까이, 추격 그룹과도 거의 50초 차이라 잡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BA와 추격 그룹 총 8명이 먼저 중간 스프린트 지점을 통과합니다. 피터 사간은 펠로톤의 동의를 얻어 자신 외의 스프린트 경쟁자들이 포인트를 얻지 못하게 하는 확인을 받고, 9위로 통과합니다. 그래도 포인트 저지 경쟁에서 7점을 더 얻는데 성공합니다. 고생에 비하면 좀 아쉽습니다만 가만히 있는다고 7점 나오는게 아니니까요. 현재 포인트 저지 경쟁은 1위 사간과 2위 콜브레이의 격차가 93점까지 벌어져 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스프린트 스테이지가 2개인데, 이 둘을 콜브레이가 모두 우승하고 사간이 20위 밖으로 둘다 밀려야 역전이 될 정도로 차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는 그러한 격차에서도 최선을 다해 자기의 위치를 더 다지는 법입니다. 이번에 피터 사간이 포인트 저지를 차지하면 7번째가 되어 에릭 자벨의 6회를 넘게 됩니다. 그만큼 사간 입장에서는 올해의 TDF 포인트 저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향후 커리어 방향과도 관련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무비스타가 펠로톤을 끄는 와중에 사간이 더해지니까 펠로톤의 추격속도는 더욱 빨라져, BA가 뚜르말레에 진입하기도 전에 잡힐 상황에 놓입니다. 결국 호망 시카가 절망적인 BA에서 먼저 어택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뚜르말레에 먼저 진입한 호망 시카. 시카를 추격하는 제스베어와 칼므쟌과의 차이는 50초, 시카와 펠로톤과의 차이는 1분 30초. 뚜르말레에 역시 진입한 펠로톤. 저게 펠로톤의 전붑니다. 겨우 40명 가량만이 생존한 상황. 이 선수들이야말로 엘리트 클라이머들인 거죠. 이 중에서도 뚜르말레의 정상까지 더 올라가는 페이스로 달릴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입니다. 괜히 GC라이더로 대우해 주는 게 아니죠. 무비스타 트레인은 안드레이 아마도르를 필두로 펠로톤을 하이페이스로 끌고 갑니다. 뚜르말레까지 생존한 40명 중에서도 이제부터 대량으로 낙오자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아담 예이츠는 뚜르말레까지는 어떻게 잘 붙어왔는데, 여기에서 무비스타 트레인의 제1호 희생자가 됩니다. 결국 이날 예이츠도 6분 이상을 잃으면서 TDF 종합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됩니다. 아담 예이츠의 TDF는 여기까지. 예이츠 형제가 올해 양 대회에서 전부 부진하네요. 오스트리아 내셔널 챔피언이자 Bora-Hansgrohe 팀의 보조 리더인 패트릭 콘라드도 녹아내립니다. 보라 팀 리더인 부흐만은 이제 도움 선수 없이 이 가혹한 뚜르말레를 완주해야 합니다. 뚜르말레의 정상 주변지역에는 이미 수많은 갤러리가 돗자리 깔고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ㄷㄷ UAE의 리더 댄 마틴도 무비스타의 맹공을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합니다. 최종적으로는 9분 이상을 잃고 역시 투르의 옐로우 경쟁을 포기하게 됩니다. 안드레이 아마도르는 본인의 임무를 다 하고 힘이 다 해서 녹아내립니다. 펠로톤은 아마도르의 작업으로 인해 10명 가량이 더 줄었습니다. 특히 아스타나는 도움 선수들을 거의 다 잃어버렸고, 팀 이네오스도 예년과는 다르게 주도적으로 펠로톤을 끌고 있지 못한 상황. ? ??? ????? Movistar의 리더 나이로 퀸타나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게 무슨;;;;; 자기 팀이 맹공을 하고 있는데 리더가 흘러버리는 이 무슨 개막장;;; 당시 피기님 중계방에서 이걸 보고 피기님이 치신 드립 : '언제나 조져지는 건 나였다...' 급하게 솔라흐가 퀸타나를 끌고 올라가기 위해 뒤로 빠지고, 무비스타가 끌던 자리는 팀 이네오스에게 넘어갑니다. 이제 딱 뚜르말레의 중간까지 왔는데 절반이 날아갔습니다. 아주 단촐해진 GC그룹. 선빵은 아케아-삼식의 와헨 바길이 날립니다. 2017년 TDF 산악왕 이후 이렇다할 활약이 없던 바길이라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데, 뚜르말레에서 한 방을 보여주려는 의도. 펠로톤은 일단 GC순위와 무관한 어택이라 잠시 내버려 둡니다. 진짜 묵직한 한 방은 FDJ가 날립니다. 경기 초반에도 의외다 싶었는데 그냥 FDJ가 강한 거였... 도움선수인 다비드 고두가 피노를 끌어주며 페이스를 한층 더 빠르게 올립니다. 한층 페이스가 더 빨라진 펠로톤은 바길을 순식간에 잡아버립니다. 이 와중에 Trek의 리치 포트와 바우케 몰레마가 녹아내립니다. 코너 하나 돌수록, 페이스 한번 빨라질수록 사상자가 더해지는 피레네에서의 혈투. 알랑필립은 아직까지도 잘 생존해서 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굉장히 놀랍습니다. 알랑필립도 연차가 꽤 된 선수인데 클래식에서는 여러 차례 두각을 나타냈었지만 아직까지 HC급 업힐에서 한 번도 경쟁을 해 본적이 없는 선수거든요. GC로 분류도 안 되던 선수인데 놀랍게도 유수의 GC라이더들에게 시간을 벌려나가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팀 이네오스는 예전의 모습은 아닌 거 같습니다. 보통 몇 년간 이런 데서 흔히 보는 풍경은 이네오스 트레인이 지금 속도로 가장 앞에서 사정없이 끌면서 수많은 낙오자를 만들고, 어택을 칠 힘도 없게 만들어서 공격 포인트를 안 주는 거죠. 어택을 하면 트레인에서 누가 나서서 잡아먹고 다시 끌고를 무한 반복... 그리고 시간차는 TT에서 벌려버리는 그런 운영인데 올해 투르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만 봐도 이 그룹은 FDJ, 아스타나, 윰보-비스마가 끌고 있고 이네오스 트레인은 뒤로 처져서 그저 따라만 가고 있습니다. 트레인 수도 예년에 비해 확실히 줄었구요. 다비드 고두는 피노를 위해 어택을 감행합니다. 이 어택에 제일 먼저 발베르데가 반응하지 못하고 뒤쳐지는 모습. 무비스타의 삼지창은 그저 포크쪼가리로 전락하고 란다만이 남은 모습. 바길도 이 어택을 감당하지 못하고 따라잡히면서 흐릅니다. 경쟁자를 또 제거하여 임무를 다한 고두도 이제 모든 걸 피노에게 맡기고 흐릅니다. 이제 펠로톤은 단 11명만이 남았습니다. 윰보-비스마가 상당히 유리해 보이는 상황. 뚜르말레가 정말 힘든 업힐인 이유의 마지막. 마지막 3km가 가장 경사가 급합니다;;; 결국 이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EF의 리더 우란과 아스타나의 리더 풀상마저 드랍됩니다. 이제 생존자는 단 8명! 팀 이네오스의 게런트 토마스와 에간 베르날, 윰보-비스마의 스티븐 크로이스빅과 조지 베넷, 무비스타의 미켈 란다, FDJ의 티보 피노, 보라-한스그로헤의 에마누엘 부흐만, 그리고 옐로 저지를 입고 있는 퀵스텝의 줄리앙 알랑필립까지. 보라의 부흐만이 마지막 1.2km를 남기고 어택을 감행합니다. 조지 베넷이 떨어지고, 놀랍게도 전년도 TDF 우승자 게런트 토마스가 이 어택에 반응하지 못하고 처집니다. 이네오스의 전력에 구멍이 나버린 모습. 뚜르말레의 숨막히는 접전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남은 6명의 마지막 산악 스프린트 결전! FDJ의 티보 피노가 마지막까지 힘이 남아있었는지 그대로 스프린트를 치고 올라가 스테이지 우승과 함께 귀중한 시간을 벌어냅니다! 2위는 무려 옐로 저지의 알랑필립! FDJ의 리더 티보 피노가 드디어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FDJ는 최근 몇 년 통들어 가장 강력한 모습을 프랑스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건 알랑필립. 이 친구가 내로라 하는 GC라이더들 대부분에게 뚜르말레에서조차 시간을 벌어내고 있습니다. 도움 트레인도 제대로 없는데 말이죠;;; 그간 TDF에서 웃기게도 프랑스는 1985년의 베르나르드 이노를 마지막으로 자국인의 종합우승이 없었습니다-_-;;; 자기 나라에서 열리는 잔치인데 34년 동안이나 남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 중요한 투르말레에서 프랑스인이 스테이지를 먹고, 다른 프랑스인은 오히려 우승후보들에게 시간을 벌어내고 있습니다. 전 프랑스가 열광하고 있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게다가 오늘은 대통령까지 경기 보러 왔는데 그 앞에서... 이건 프랑스 주모 과로사죠. 크으 여기 주모 와인 한 사발 더! 새로운 종합순위입니다. 피노 밑으로는 현실적으로 포디엄을 노려야 할 위치가 됐습니다. 알랑필립은 오히려 토마스와의 격차를 40초 가량 더 벌려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진격의 알랑필립입니다. 3
이 게시판에 등록된 AGuyWithGlasses님의 최근 게시물
|
게시글 필터링하여 배너를 삭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