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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7/17 08:32:06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사이클] 2019 TDF Stage 10 - 눈 뜨고 코 베인다


이번 TDF는 유달리 1주차가 깁니다. 보통 Stage 9에서 끊는데 올해는 뭔 이유에서인지 하루 더 하고 휴식일이 주어집니다. 14일이 혁명기념일이라 그랬을까요. 어쨌든 1주차의 마지막 날입니다.



스테이지 프로필입니다. BA에게 약간의 희망이 있는 날이지만, 대체로 다 잡아내고 스프린트 피니시로 끝날 거다는 평을 받는 스테이지였습니다.



BA로는 총 6명이 나갔습니다. 이중에서 AG2R의 토니 갈로팽과 카츄사의 매즈 뷔르츠는 꽤 위협적인 선수들입니다. 오늘은 스프린트 피니시를 노리는 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선수들을 잡아내려 노력합니다.



넓고 쭉 뻗은 도로로 엄청난 측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펠로톤은 에셜론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에셜론에 대해서는 글을 따로 쓰려고 했는데, 더 미룰 수가 없겠네요. 간단하게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짤들은 사실 단일 팀이 에셜론을 짤 때의 설명인데, 이게 가장 에셜론의 형성 이유를 잘 설명하는지라 가져와 봤습니다. 유로스포츠를 시청한다면 지겹게 보게 될 내용이기도 합니다.

앞에 바람을 막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뒤에 가는 사람이 공기저항을 덜 받는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사실 앞사람도 뒤에 누가 있으면 앞보다는 아니지만 약간의 공기 저항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이슈가 Stage 6에서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각설하겠습니다.

여튼, 여기에서 문제는 측풍이 불 때입니다. 바람이 항상 앞이나 뒤로만 부는 건 아닙니다. 옆에서 불어올 때가 더 많겠죠. 이 경우는 당연히 해당 바람 방향을 따라서 옆으로 줄을 서는게 가장 공기 저항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를 에셜론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도로라는 게 무한히 옆으로 뻗어 있는게 아니므로, 어느 순간 선수들은 한쪽 벽에 따닥 따닥 붙어있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 뒤 선수들부터는 공기저항 감소 효과를 전혀 못 보게 되는거죠. 이를 이용해서 한 팀 내지 몇몇 팀이 다른 팀들을 빡점놓고 튀어나가는 전략이 바로 위에 나온 짤입니다. 공격팀은 먼저 세팅작업을 위해 선수들을 펠로톤 앞으로 끌어모으고(이 작업은 신중하게 이루어집니다. 급하게 모으면 펠로톤이 다 알죠), 이리저리 좌우로 움직이면서 뒤에 따라오는 선수들을 최대한 일렬로 유도한 다음, 단독으로 에셜론을 형성해서 미친듯이 끌어댑니다. 성공하면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되죠.

에셜론은 팀 사이클 전술의 꽃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경기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선공은 EF Education First팀이 날립니다. 은근슬쩍 주요 선수들을 전부 앞으로 모은 다음 죽을 힘을 다해 끌기 시작합니다. 펠로톤은 이날 강한 측풍을 맞아 예상은 했지만, EF 팀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세팅한 작업이라 상당히 공격이 날카롭습니다.




이 날카로운 한 방으로 펠로톤이 찢어지면서 후위 그룹은 위기를 맞습니다. 지금 못 따라가면 후위 그룹에게는 사형선고를 당하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만이 남습니다.



후위 그룹에게는 천만 다행으로, 바람 방향이 바뀌었는지 EF가 더 끄는 것을 포기합니다. 바로 앞에서는 보급을 위해 각 팀들마다 매카닉들이 나와 있습니다. 잘 안보이는데 저 지점을 지나서 코너를 돌게 됩니다.



보급을 받고 코너를 돌면서 진짜 찰나의 여유가 생긴 사이 퀵스텝에서 2차 어택을 날립니다. 옐로우를 입고 있는 줄리앙 알랑필립이 직접 말뚝선두로 나설 정도로 퀵스텝은 모든 걸 다 걸고 어택을 시도합니다. 어차피 알랑필립은 2주차로 가면 옐로우를 벗게 되어있기 때문에 자기가 보호받을 입장은 아니고, 이날 마지막 피니시가 스프린트 싸움이기 때문에 팀 내 스프린터인 엘리아 비비아니를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목적이죠.

여기에는 다른 GC라이더들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팀 이네오스가 적극적으로 협조합니다. 펠로톤에서 가장 팀웍이 좋은 2팀이 나서서 에셜론을 끌기 시작하니까 차원이 다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펠로톤이 반토막이 납니다. 첫 EF의 공격에서 지금 이 시점까지는 아마 5분도 안 흘렀을 겁니다. 에셜론은 이게 무섭습니다. 다 알면서도 어어하는 순간 눈 뜨고 당하는 전술입니다. 눈앞에서 경쟁자들이 멀어지는데 자기들도 죽을 힘을 다해서 달리는데도 격차가 나기 시작합니다. 미리 세팅된 것과 혼란속에 세팅을 다시 잡고 가는 것은 차이가 있는 거죠.



팀 이네오스, 퀵스텝, 사간의 보라-한스그로헤, 퀸타나가 있는 무비스타, 크로이스빅의 윰보 비스마, 그리고 상당수 스프린터들이 앞그룹에서 생존합니다. 티보 피노의 FDJ, 앞서 에셜론을 형성했던 리고베르토 우란의 EF 에듀케이션, 리치 포트의 트렉 등은 뒷그룹에 갇혀서 점점 시간차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각 팀의 리더급 선수들까지 교대를 받을 정도로 사력을 다한 어택이었습니다. 무비스타의 명목상 공동 리더인 알레한드로 발베르데, 그린 저지로 이날 스프린트에 참가해야 할 피터 사간, 이네오스의 리더 게런트 토마스까지 교대를 받아 죽도록 도망칩니다. 이정도면 뭐 정말 전력을 다한 어택입니다. 뒷그룹이 박살나는 게 당연한 수준.



이 어택에서 살아남은 스프린터들이 독자적인 스프린트 피니시를 시작합니다. 사간은 힘을 많이 소진했고, 그마저 콜브레이와 서로 막혀서 강하게 스프린터를 치지 못한 상황. 이완이 뒤에서 기회를 호시탐탐 도리는 와중 아무래도 엘리아 비비아니가 좀 유리하나 싶었는데 옆에서 괴력을 발휘하는 윰보-비스마의 와웃 반 아트...



간발의 차이로 와웃 반 아트가 비비아니를 제칩니다. 정말 엄청난 똥파워로 끝까지 밟아서 따낸 스테이지 우승.



커리어 첫 TDF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는 윰보-비스마의 와웃 반 아트. CX출신으로 반더포엘과 함께 현재 로드사이클에 CX열풍을 불러온 장본인들입니다. 둘다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올해 완전히 만개했습니다. 둘은 향후 피터 사간의 위치를 놓고 대결할 선수들이죠.



뒷그룹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하루였습니다. 본격적으로 피레네로 가기도 전인데 1분 40초나 잃어버렸습니다. 특히나 팀 이네오스라는 괴물이 건재한데 ITT로 가기도 전에 1분 40초를 잃었다는 것은 옐로우는 99% 확률로 날아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셜론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오늘 경기는 실수라고 하기도 힘들 정도로 순간적으로 어택이 나왔는데, 그 순간의 펠로톤에서의 위치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1주차가 끝난 현재 종합순위 상황입니다. 알랑필립은 2주차에 떨어질 거기 때문에, 2위부터 보면 됩니다. 이네오스의 게런트 토마스가 얼마나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토마스는 TT도 최강이기 때문에 Stage 12에서 경쟁자들에게 시간을 더 벌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걸 감안하면 오늘 몇몇 GC 선수들이 잃은 1분 40초는 그냥 파멸인 거죠. 티보 피노는 Stage 8에서 그 고생을 해가면서 번게 26초였는데 이거 한 방에 1분 40초를 잃었으니 얼마나 열받을지... 그나마 피노는 벌어놓은 거라도 있지 그 밑으로는(콘라드는 GC로 따로 분류되진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포디움을 노려야 할 선까지 내려온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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