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6/19 01:08:23수정됨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전격 비자발급 대작전Z
6월 9일. 중국의 아무개 대학 인문대에 지원서 넣음. 영국에서 교수하다 튕겨나가서 거기 교수가 된 양키아재가 해보라그래서 아무튼 해봄

6월 11일. 대학에서 연락옴. 너 인터뷰좀 해보자. 인터뷰 결과에 따라 채용할 의사 있음 ㅇㅇ. 비행기표 기차표 숙식 다 대줄께. 언제쯤 올 수 있음?
나: 와 꽌시 찬스 졸라 쩌네요ㅠㅠ. 챠이나 남바 완. 댜오위댜오는 중국땅. 우레이>>손흥민,  우지>>페이커 인정합니다. 시진핑사상 만세. 언제쯤 가서 인터뷰하면 제일 좋음?
대학: 6월 말이면 제일 좋음.
나: (비행기표 검색 후) 6월 23일~27일 일정으로 가면 될까?
대학: ㅇㅇ
나: 그럼 비행기 예약한다! 이얍!

6월 12일. 중국비자를 신청해볼까…. 와 진짜 졸라 복잡하네. 어디보자.  초청비자랑 관광비자 중 하나 신청하면 되겠구나. 초청비자는 초청서가 필요하네. 지금 중국은 새벽이니까 채용담당자를 위챗으로 깨울 수도 없고 걍 관광비자로 가쟈. 관광비잔데 무슨 고등학교 입학일에 엄마아빠 주소까지 써내야되냐. 개복잡하네. (3시간 걸쳐서 입력 완료) 어디보자. 온라인으로 신청서 작성+출력 후 무조건 직접 비자센터를 방문해서 내시오. 에이씨… 런던까지 가야 해? 서류 하나 내려고 왕복 세시간 실화냐. 그래도 가야지 뭐. 반드시 예약하고 오시오…. 예약이 언제쯤 되냐… 내일 바로 갔으면 좋겠는데…. 6월 18일!? 아닛 시바 비행기가 23일 이륙인데? 18일에 신청하면 언제나오지? 어디보자. 긴급서비스 쓰면 21일(금요일)에는 나온다고….그래 일단 가보자. 다만 긴급서비스는 12시 이전에 접수완료해야 함미다…. 그럼 10시30분으로 예약하면 되겠지. “예약”이 10시 30분인데 설마 무슨 일이 생겨서 12시까지 밀리고 그러겠어 ㅋㅋㅋㅋㅋ? 자, 런던까지 갈 방안도 생각해두자. 여기서 8시 50분 기차를 타면 런던 패딩턴역에 9시 47분 도착, 그럼 서클&해머스미스 노선 지하철을 타고 중국 비자센터가 있는 무어게이트역까지 10시 30분 딱 되겠네. 요거다 요거.

6월 13일. 비자사진 찍음.

6월 18일. 오전 8시 50분 기차타고 출발. 패딩턴 하차. 지하철 타고 무어게이트 하차. 내려서 길을 잃었으나 물어물어 겨우 10시 30분에 비자 센터 도착.

10시 31분. 비자센터 사람 득시글거리는 것 좀 봐. 진짜 중국 가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 많기도 하다. 어디보자 내 번호표가… 131번. 내 앞에 대기인원이…47명!? 시바 이거 12시 전까지 제출 각 나오긴 함?

10시 55분. 101번… (불안초조)

11시 15분. 117번…. (대충 바트 심슨이 대학원생 놀리는 짤)

11시 30분.
직원: 131번 고갱님!
나: (군필 여고생의 패기로) 네 저 여깄어요!

11시 32분.
직원: 고갱님, 근데 어디 머물겠다 이런 호텔 기록이 없네요? 호텔 예약표 없으면 안되는데?
나: 아 그게 XX대학에서 대학내 숙소에서 재워준다고 했어요.
직원: ㅎㅎㅎ 그런 걸로 안됨. 그럼 초청비자로 신청하시든가. 무조건 호텔예약 하셔야함요.
나: 아닛 ㅋㅋㅋㅋㅋㅋ (충격) 그럼 어뜨케요 ㅋㅋㅋㅋ (머리 위에서 전구가 반짝) 혹시 제가 지금 여기서 바로 호텔 예약하면 안되나요?
직원: 네 그러시믄 돼요. 아 그리고 영국인이 아니네요? 그러면 영국거류증(비자) 복사해오셔야하는데.
나: 아휴 물론이죠. 홈페이지 FAQ 다 읽어보고 왔읍미다요.  제가 어제 다 이렇게 복사해서 가져왔죠.
직원: 아, 앞장만 복사하셨네요. 뒷장까지 복사하셔야함.
나: 네? 하지만 홈페이지 FAQ에도 그런 말은…
직원: 신분증은 앞뒷면 다 복사하는 게 기본 아닌가여
나: …… 어카죠…?
직원: 아랫층에 유료복사기 있으니 거기서 하시면 돼요.
나: 네네. 근데 그… 저 그 긴급서비스 신청해야하는데 긴급서비스는 12시 이전까지 접수를 완료해야 한다잖아요?
직원: 네 맞아요. 최대한 빨리 호텔 예약하고 거류증 뒷장 복사해서 12시 전까지 요 창구로 오시면 제가 해드릴께요.
나: ㅇㅇ 땡스

https://youtu.be/W2KCO0OKfrI
이제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갑니다. 이 시점부터 머릿속에선 BBC 뉴스 카운트다운 무한재생.

11시 37분. 현장에 마련된 컴퓨터로 호텔닷컴 접속 (맛폰이 없어서 폰으로 못함 ㅠㅠ)

11시 41분 . 대충 XX대학에서 멀지 않은데 비싸지도 않고 언제든 조건 없이 예약취소 가능한 호텔 발견. 번개같이 카드번호 입력하고 예약 완료. 공개된 곳에서 쓰는 공용 컴퓨터지만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님.

11시 44분. 아랫층 뛰내려가서 복사기 찾았음. 앞사람이 영혼을 담아 이것저것 복사중. 내 차례가 되었는데 복사기가 ‘동전’만 받음. 헉 시발 동전 없는데. 근처 중국인들에게 잔돈좀 바꿔달라고 시도했으나 실패. 옆에 서 보던 한 직원 왈
: 위층 올라가서 정문 앞 데스크 아재한테 바꿔달라고 하슈

11시 46분. 위층 올라옴. 잔돈 바꿔줌

11시 48분. 아래층 다시 내려옴. 복사기 다시 줄 섬 ㅠㅠ

11시 52분. 간신히 거류증 뒷면 복사 성공

11시 53분. 아까 갔던 창구로 다시 감. 내 앞에 웬 부부가 시간 엄청 잡아먹고 있음.

11시 57분. 아직도 부부손님 안끝남.

11시 59분. 아직도 안끝남 시바. 창구직원이랑 눈 마주침. 고개를 끄덕 하는데 안심하란 뜻인가.

12시 4분. 드디어 내차례 ㅠㅠ
직원: 거류증 뒷면 복사하셨네요. 잘 하셨구요. 근데 호텔은요?
나: 예약했죠 (스스로가 졸라 자랑스러움). 여기 보세요 (태블릿으로 컨펌 이메일 보여줌)
직원: ㅎㅎㅎㅎ 인쇄해오셔야죠.
나: 네….?
직원: 당연한 건데… 저 지금 점심시간 이미 오바됐어요. 있다가 1시에 돌아올 건데 그때까지 인쇄해오세요.
나: …. 저 그…. 제가 23(일)에 무조건 비행기 타야 해요. 그러면 긴급서비스 신청해야 하구요. 선생님께서 1시에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청하면 저 긴급서비스는 신청 못하는 거지요?
직원: 네. 못하세요.
나: ….….ㅠㅠ (3초간 강렬한 아이 컨택)
직원: …. 저기 컴퓨터 보이죠? 저거 프린터랑 연결된 거니까 저기 가서 이메일 로그인하시고 인쇄하세요. 기다려줄께요 ㅇㅇ
나: 압도적 감사 ㅠㅠ

12시 10분. 인쇄 시도.

12시 12분 .프린터 고장으로 인쇄 실패. 멘탈 붕괴.

12시 13분 .
나: 저기요 ㅠㅠ 선생님, 저기 프린터 고장인가봐요.
직원: …. 음…. 저한테 이메일 보내실 수 있음?
나: 네?
직원: (뭐라고 개인 이메일 적어줌) 어서 보내줘요.
나: 감사합니다 ㅠㅠ 근데 잠시만요 제가 스맛폰이 없고 이거 태블릿 뿐인데 여기선 와이파이가 안잡히네요. 저쪽가서 이멜 보내드릴께요. (비자센터 뛰쳐나가서 근처 카페 와이파이 잡음. 호텔 컨펌 이메일 직원에게 전달 완료)

12시 20분.
나: 헉헉 다 했습니다.
직원: 잘하셨어요. 그럼 이제 지문 찍읍시다.

12시 23분.
직원: 네 이제 다 됐어요. 23일 비행기죠? 20일 목요일에 오셔서 여권이랑 비자 받아가세요.
나: 특급우편서비스 그런 건 안되나요? 제가 런던 오려면 왕복 3시간인데.
직원: 우편서비스 있는데 그거 하면 5~10일 더 걸려요 ㅎㅎㅎㅎ
나: ㅋㅋㅋㅋㅋ (현웃 빵. 실성함. 힘들 때 웃어야 1류다)
직원: ㅎㅎㅎㅎㅎ(현웃 빵)
나: 와서 받아갈께요 ㅋㅋㅋㅋㅋ
직원: 네 XXX파운듭니다 (졸라비쌈).
나: 네?
직원: XXX파운드요.
나: 네….^^ 카드로 내도 되죠?
직원: 아래층 내려가서 내세요.
나: 네?
직원: 여기선 안받아요. 아래층에서 돈 받는 거 따로임. 여기 번호표 있어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해요. 저 때문에 점심시간을 반이나 날리고. 이거 뭐 서비스 친절 피드백 그런 거 없나요? 제가 직원님 이름이라도 입력해서 도움이 됐으면…
직원: 아녜요 ㅎㅎㅎㅎㅎ 그런 거 없으니까 중국 잘 다녀오세요.
나: 네 ㅋㅋㅋㅋㅋ

12시 30분. 아래층에서 XXX파운드 결제 완료.



자…. 이런 푸닥거리까지 해놓고 이제 인터뷰 결과 XX대학 취직 실패 뜨면 코메디 완성인데 말이죠 ‘ㅅ’ 나중에 손자손녀들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로는 이만한 게 없겠지만 제발 걍 평범하고 시시한 인생이어도 좋으니 합격이나 했으면…

-끗-



47
  • 의지의 트윈스님
  • 화 이 팅팅팅팅
  • 타이완 넘버 원!
  • 짜요!
  • ㅋㅋㅋ, 인생의 전환점이 되시길
  • 차이나 남바 완!!
  • 고생하셨읍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찰진 글엔 춫언
  • 건승을 빕니다!
  • 스탑오버! 스탑오버!!!!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151 일상/생각만년필 덕후가 인정하는 찰스 3세의 착한 빡침 90 SCV 22/09/13 35429 47
9325 일상/생각전격 비자발급 대작전Z 20 기아트윈스 19/06/19 5678 47
8566 기타이야기의 마무리 44 지금여기 18/11/27 6951 47
7571 기타홍차넷 30000플 업적달성 전기 88 파란아게하 18/05/22 6642 47
7319 일상/생각저는 소를 키웁니다. 21 싸펑피펑 18/04/02 5431 47
14158 오프모임돌잔치 날이 왔습니다. 초대합니다~ 63 하얀 23/09/27 2908 46
13434 기타내용추가) 홍차상자 오픈 + 방명록 덕담 이벤트. 31 tannenbaum 22/12/28 3712 46
12758 일상/생각아이들을 돕는 단체 "얀코"에 자원봉사 다녀왔습니다. 24 트린 22/04/28 3698 46
11529 일상/생각200만원으로 완성한 원룸 셀프인테리어 후기. 29 유키노처럼 21/03/28 4908 46
11261 정치이시국에 여당지지자인 이유 121 토비 20/12/22 9664 46
11029 육아/가정30개월 아들 이야기 21 쉬군 20/10/05 6041 46
10238 일상/생각아 정말 퇴사는 어려운거구나!! 24 그럼에도불구하고 20/01/29 5700 46
9577 일상/생각여자는 헬스장 웨이트 존이 왜 불편할까에 대한 이야기 46 19/08/24 18406 46
8122 오프모임2018년 정모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습니다 61 Toby 18/08/27 6094 46
5164 일상/생각홍차상자 마지막 이야기 :) 94 새벽3시 17/03/13 6361 46
10591 일상/생각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에 대한 반성, 무식함에 대한 고백 18 메존일각 20/05/16 5288 45
7175 일상/생각#metoo 2017년 11월 30일의 일기 38 새벽3시 18/02/28 6860 45
14083 일상/생각우리 엄마 분투기 8 dolmusa 23/08/01 2468 44
12674 기타[홍터뷰] 알료사 ep.1 - 주식왕 알료사 19 토비 22/03/26 4838 44
9753 기타아이는 왜 유펜을 싫어하게 되었나. 20 o happy dagger 19/10/02 5338 44
8703 의료/건강저의 정신과 병력에 대한 고백 13 April_fool 18/12/29 7269 44
8362 일상/생각고해성사 17 새벽하늘 18/10/12 5340 44
4543 일상/생각홍차넷 10000플 업적달성 전기 117 파란아게하 17/01/05 6721 44
15033 일상/생각잡상 : 21세기 자본, 트럼프, 자산 격차 37 당근매니아 24/11/09 1998 43
14034 일상/생각(기이함 주의)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부모와의 분리를 적극 주장하는 이유 45 골든햄스 23/07/12 3139 4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