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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4/27 00:44:33
Name   Cascade
Subject   그럼 전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를 틀어주세요.
2014년 7월 마지막 주에 저는 깊은 무력감에 빠져있었습니다.

4개월 뒤면 수능인데 성적은 제자리걸음이였고,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그렇게 저는 공부를 '던졌습니다'

책들을 마구 집어던지고 샤프심을 모두 꺼내서 부러뜨리고 이제 더 못 하겠다면서 집을 뛰쳐나옵니다.

과외고 학원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그냥 놀았죠.

그러면 그 동안 못 했던 게임부터 해야죠. 롤, 하스스톤.... 근데 그때는 게임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밤에 새벽 두시에 나와서 길거리를 헤메기도 했었죠. 어머니는 그런 저를 걱정하면서 뜬 눈으로 기다리시고...

그렇게 저는 수능을 안 볼 각오를, 그러니까 대학을 안 가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7월 말일이 다가왔습니다.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나요. 2014년 7월 31일.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가 한국에서 개봉하는 날이였습니다.

개봉일 극장을 나오던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니 도대체 이 맥락도 없고 내용 전개도 어이없는 이 영화는 도대체 뭐지?'

근데 참 신기하게도 그 영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겁니다.
분명히 이상하고 별로 재미를 못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모르게 다시 보고 싶은 느낌.

그래서 저는 이왕 보는 영화 최고로 좋은 자리에서 보자, 하며 딱 한 번 가봤던 용산 CGV IMAX관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를 예매했었죠.

마침 한국에서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가 찬밥 취급 받던 때라 (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습니다만) 당일 갔는데도 E열 중간 좌석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읽었던 글 중 하나가 "진짜 IMAX 고수는 E열을 최고로 친다" 였거든요 ㅋㅋㅋㅋㅋ



그렇게 저는 아이맥스관 (현재 용산 CGV4관) 중간 자리에 앉았고 그 유명한 오프닝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IMAX E열은 그야말로 장관이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영화를 '봤다'면 IMAX 3D E열은 '체험'이였습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살아 숨쉬고 있었고 제 눈에 장면 하나하나를 각인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그 어이없던 하워드 덕 쿠키를 두 번째로 보고 나서야 전 깨달았습니다. 아 이 영화가 내 인생 영화구나.

그 이후로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를 두 번 더 보고 저는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성적이 좀 제자리걸음이면 어때, 좀 지치고 힘들면 어때, 어차피 인생 한 번 뿐인데 최대한으로 끝까지는 가봐야지.

누가 알아, 그렇게 끝까지 가면 다른 문이 열릴 지?

그렇게 2014년의 저는 수능을 무사히 끝마치고 미대에 지원서를 넣었습니다. 이과 수학 열심히 공부해서 미대라니 ㅋㅋㅋㅋ (교차 지원)

뭐 그 선택을 제가 후회할 지 아니면 최고의 선택으로 여길 지는 아직 모르지만...

잘 안 되면 여자친구 집에서 하우스-남편이나 하죠 (여친에게 이미 허가받은 사항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이구요. 그래서 그런가 요즘 코딩 배우고 막 하는 것들이 제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어요. ㅎㅎ

VFX 관련 일 하고 싶은데 ㅎㅎㅎㅎㅎㅎ



갑자기 이야기가 옆으로 샛는데 진짜 하고 싶었던 건,

가끔 용산 아이맥스 같은 큰 극장에서 과거의 명화들을 재상영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는 그럴 가능성이 낮죠... (최종관객이 150만 언저리...)

그래서 누군가가 저에게 최고의 영화관을 딱 한 번 대여해준다고 한다면 저는 <다크 나이트>도 아니고,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 <인사이드 아웃>, <월-E>, <1987>을 다 제치고 이렇게 말합겁니다.

"그럼 전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한 번 틀어주세요, 아 E열에서 3D로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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