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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10/01 20:10:20
Name   아침
Subject   아기 돼지 삼형제
그리 멀지도 않은 옛날 아기 돼지 삼형제가 살았어.

첫째 돼지는 소박하고 겸허한 성품이었어.
첫째는 똥냄새를 싫어했지만
한 편으로는 먹으면 싸게 되는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있었어.

그래도 매일 아침 자기 똥을 치우고
소박하고 성실하게 밥을 이빠이 먹었어.
매일 아침 밥을 주는 까만 장화에 감사하는 마음도
잊지 않았어.
그리고 자기처럼 소박하고 성실하게 밥을 이빠이 먹는
암퇘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들을 많이 낳았어.

똥냄새 나는 하루하루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첫째 돼지의 얼굴에는
인자함과 윤기가 흘렀어.
다른 돼지들은 그를 큰바위 돼지라고 불렀어.
결코 첫째 얼굴이 커서만은 아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장화들이 와서 첫째 돼지를 데려갔어.
그 길로 첫째는 목우촌 햄이 되었어.

하지만 첫째 돼지의 얘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인생의 불가해함이 어린 새끼 돼지들을 짓눌렀지만
아빠의 넉넉한 유산을 받은 그들은
아빠처럼 건강하고 건실한 돼지들로 자라나
생육하고 번성하였어.

그 결과 목우촌 햄은 점점 더 맛있어졌어.

둘째 돼지는 혁명가 돼지였어.
그는 '만국의 돼지여, 단결하라'고 외치며
돼지의 자유와 이상을 노래하였어.

그는 천재적이게도
장화와 밥과 똥냄새 나는 돼지우리의 기만적인 관계를
꿰뚫어보았던거야.

어느 날 장화가 돼지우리 문을 열었을 때
둘째 돼지는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달려들었어.
많은 돼지들이 그를 비웃었지만
또 많은 돼지들이 그에 동조하였어.


돼지 혁명을 처음 겪은 장화는 놀라서 소리쳤어.
'이 놈의 돼지 새끼가 미쳤나!'

그리고 둘째 돼지를 끌고가서
목우촌 햄으로 만들어버렸어.

하지만 둘째 돼지의 얘기도 여기서 끝이 아니야.
그의 이야기를 들은 돼지들은
어떤 이는 공산 돼지가 되고
어떤 이는 사회주의 돼지가 되고
또 어떤 이는 인본주의 돼지가,
혹은 그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고민하는
양심 돼지가 되어 둘째의 뜻을 이었어.

먼 훗날 사람들은 그들을
목우촌 햄이라 불렀어.

셋째 돼지는 건실하지도 않고 열정적이지도 않았어.
셋째는 그냥 구석에서 똥냄새를 맡으며
꼬리를 두 번 흔들다가 가끔 울었어.

첫째는 꿀꿀거리는 가족들이 있었고
둘째는 꿀꿀거리는 동지들이 있었지만
셋째는 혼자 오잉꾸 오잉꾸 울었기 때문에
아무도 없었어.

셋째 돼지는 체념했지만 그래도 못 견디게 슬퍼지면
밥을 이빠이 먹고 피똥을 쌌어.

그러던 어느 날 장화들이 와서
돼지들을 유심히 둘러보았어.
장화 하나가 셋째 돼지를 유심히 보더니
셋째를 소중히 감싸 안았어.
다른 장화가 물었어.
'꼭 그 돼지가 아니어도 좋잖아?'
'아니, 이 돼지가 아니면 안 돼.'

장화들이 셋째를 데리고 나갔어.
다른 돼지들은 영문을 모를 뿐이었어.

그리고 며칠 뒤,
그 마을이 구제역 판정을 받는 바람에
셋째를 비웃던 모든 돼지들이 살처분을 받고 말았어.

하늘에서 그 모습을 보던 셋 째 돼지가 말했어.
'씨바, 나는 이천에서 찢겨 죽었는데.'

끗.


에필로그.
장화가 다시 한 번 물었어.

왜 그 돼지가 아니면 안 되지?

어. 피똥을 싸드라고. 피똥 싸는 돼지는 목우촌에 못 팔아.

...구원은 없었어.




*이천 돼지 사건 보고  쓴 글임다.
싸이월드...그거슨 내 젊은날의 농축발효액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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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슬픈 시일줄이야 제목보고는 상상도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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