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8/06 23:37:47수정됨
Name   보리건빵
Subject   알기만 하던 지식, 실천해보기
저는 심리학 전공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문학과는 거리가 먼 컴공 공대생입니다
하지만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 짧은 토막지식들로 조금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은 바로 어제 겪은 제 경험과 누나의 조언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저는 우울증이 있습니다.
제가 우울증이 있다는 걸 깨닫고 치료를 받은지 4년가량 되었습니다
아마 초등학생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나간 과거이니 상처들을 스스로 보듬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겠죠

제 우울증은 저를 감정의 늪으로 빠뜨립니다
저에게 무척 깐깐하고 이상적인 기준을 들이대며 거기에 맞추려고 해요
그렇게 저에게 엄격하면 할수록 저는 패배감에 휩싸이며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데 저만 게을러 보였습니다
당연히 좌절과 우울함 스스로에 대한 분노 등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죽고 싶어지고 눈물이 나고 너무 힘들어 했습니다

다행히 저에게는 누나가 있었습니다
누나도 우울증 치료받은지 10년이 넘은 나름 배테랑 우울증 환자입니다

어제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죽고 싶고 눈물이 나서
오토바이를 타고 미친듯이 달려봤습니다.
이러다 죽으면 그냥 죽지 뭐 싶을 정도로 달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쫄보이기 때문에 커브길에서는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고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
한참을 달려도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서
누나에게 전화했습니다

누나는 저에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걸 알려주더군요
1. 햇빛을 너무 안쬐는 생활을 한다
낮에 햇빛을 쐬고 운동을 해라
2. 자신에게서 잠시 떨어져 자신을 돌아봐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덜 힘들게 된다
3. 자신을 칭찬해라
불안감에 벌벌 떨면서 공부 하나도 안하는 거 보다 공부 한시간을 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한시간이나 공부한 자신을 칭찬해라는 거였습니다
우리는 성인이니 더이상 타인에게서 충분한 양의 칭찬을 받기 힘드니
자신이라도 자신을 칭찬하라는 조언이였습니다

모두 아는 내용이였습니다
책으로, 인터넷으로 본 적 있는 내용이였어요
누나는 경험을 통해서 이걸 깨닫고 저에게 말해준거죠

저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였지만
타인을 통해 한번더 듣게 되니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쓸모없는 지식이라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오늘 누나의 조언을 충실히 수행해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운동인 수영을 하러 가봤어요
1시간동안 트랙 9바퀴를 도니까 엄청 힘들더군요
공부도 하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쯤엔 햇빛을 쬐며 산책했습니다
오늘 하루를 마감하며 공부를 2시간이나 한 저에게 칭찬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네요
행복하다고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생활할 예정입니다
수영은 하루건너 하루 할거고요(운동을 너무 안했는지 온몸이 근육통이에요 ㅠㅠ)
산책도 자주 다녀야겠습니다

알기만 하던 지식을 실천해보니 정말 좋네요
혹시나 저같은 경험을 하신 분이 있을까 궁금하고 걱정되서 글 써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2
  • 실천의 용사를 응원합니다
  • 짱짱입니다
  • 춫천
  • Awesome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284 요리/음식(내맘대로 뽑은) 2020년 네캔만원 맥주 결산 Awards 36 캡틴아메리카 20/12/27 5975 32
11276 일상/생각어느 택배 노동자의 한탄 11 토비 20/12/26 4131 32
11828 일상/생각안티테제 전문 25 순수한글닉 21/06/29 4399 32
10815 의료/건강벤쿠버 - 정신건강서비스 4 풀잎 20/07/25 5396 32
9874 일상/생각착한 여사친 이야기 9 Jace.WoM 19/10/23 5586 32
9788 기타참치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갔습니다. 29 김독자 19/10/07 5304 32
9419 사회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비용을 찾아서 35 Fate 19/07/10 6767 32
8008 일상/생각알기만 하던 지식, 실천해보기 9 보리건빵 18/08/06 4413 32
7922 정치노회찬씨의 죽음에 부쳐 9 DrCuddy 18/07/23 4891 32
6590 일상/생각무죄 판결 20 烏鳳 17/11/14 5545 32
5730 기타사람은 아픈만큼 성숙해지지 않는다 11 소맥술사 17/06/01 5872 32
5342 기타부쉬 드 노엘 13 소라게 17/03/28 4804 32
4783 일상/생각고3 때 12 알료사 17/02/06 4140 32
15028 도서/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891 31
15025 생활체육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664 31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140 31
14006 과학/기술유고시 대처능력은 어떻게 평가가 될까? - 위험 대응성 지표들 18 서포트벡터 23/06/26 2855 31
13257 댓글잠금 일상/생각성 상품화에 관한 뻘글_ 나는 왜 성 상품화를 싫어할까? 192 Iowa 22/10/21 10096 31
12859 일상/생각형의 전화를 끊고서, 진토닉 한 잔을 말았다. 4 양양꼬치 22/05/26 3451 31
12556 기타[홍터뷰] 기아트윈스 ep.1 - 닥터 기아트윈스 28 토비 22/02/28 4060 31
11775 역사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70살에 재상이 된 남자. 백리해. 17 마카오톡 21/06/10 5133 31
11264 정치편향이 곧 정치 19 거소 20/12/23 5117 31
10655 일상/생각공부하다 심심해 쓰는 은행원의 넋두리 썰. 10 710. 20/06/06 5872 31
10556 일상/생각나는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9 켈로그김 20/05/06 4205 31
10253 의료/건강입국거부에 대한 움직임 변화 49 Zel 20/02/02 7253 3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