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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5/02 15:04:38
Name   CONTAXS2
Subject   한국의 EPC(해외 플랜트)는 왜 망하는가.
이게 재작년 Blind라는 앱의 건설포럼에 썼다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댓글과 대댓글로 난상토론을 벌이다가 제 신상이 일부 드러나는 바람에 ㅠ 어쩔 수 없이 지웠던 글입니다.
당시 조회수가 수만이 넘어버린 ㅋㅋㅋ -_-v

사실 이걸 쓴 배경이 그러다보니, 홍차넷에서는 좀 생경한 용어들이 나올 수도 있는데, [또 보다보면 인생사 어디나 다 대동소이하죠ㅎ.]
암튼 저만 갖고 있기 아쉬워서 한 서너시간 손을 좀 본 다음에 수정된 버전으로 여기에 올려봅니다. 내일이 휴가라 일도 손에 안잡히고.


해외 플랜트 건설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부흥시켰던 적도 있고, 좀먹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들 '왜 삼성전자는 잘 나가는데 삼성엔지니어링은 저렇게 죽쑤지?', '왜 GS자이는 그렇게 잘 짓는데 GS건설은 수천억을 깨먹지?', '으아니 50년을 지었으면 현대건설도 이제 좀 잘해야되는거 아니야?' 라는 질문을 가지고 계시다면, 그래도 15년차의 엔지니어가 중심에서, 혹은 변방에서 지켜본 결과를 정리해보았으니, 한번 심심풀이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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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의적으로 업무하지 않음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일을 창의적으로 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직원들 진짜 열심히 일해요.

그런데 예를들면, 본부장 보고서 장표를 백지에서 부터 만들기 시작한다면, contents부터 시작해서, 어떤 내용을 적어야 욕을 덜 먹을까... 이런거 깊이 고민할 때가 있죠. 어떻게 project streamline의 단면을 잘라서 보여줘야 우리 프로젝트의 현황을 더 잘 보고할까… 직원들의 고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지체된 부분을 가감없이 보고하고, 매니지먼트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하면 부드럽지만 설득력있게 그려낼 것인가… 그런데 그렇게 한번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남은 150주 동안 데이터만 채우면 됩니다. 숫자만 매주 변경하는거죠.
물론 끊임없이 반복되는 매일매일의 일상의 의미를 평가절하 하는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두 종류의 시간의 밀도, 고민의 밀도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프랑스 대표팀 지단의 빅팬이었는데, 한달 휴가를 써서라도 여행을 가서 유럽 국가대항전 리그는 꼭 보셨다고 해요 (벌써 20년전 이야기 ㄷㄷㄷ). 암튼, 그때 그 교수님이 그러신게 지단이 공을 잡고 있지 않을때의 창의적인 움직임은 정말 예술이고, 이걸 보려면 경기장에 가야한다고 하셨다더라고요.
가끔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창의적으로 플레이 하기 보다는 그냥 공만 우르르 따라다니기에 급급한 동네축구를 하는건 아닐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건 당연히 인원 수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보여지죠. 개개인의 문제도 있고, 인사평가 기준도 그렇고, 근무 문화에 기인한 바도 크지만. 가장 큰 해결책은 인원을 충원해야됩니다. 그리하여 [개개인에게 사색의 시간과 고민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려면 각자가 받는 급여를 조금씩 줄여야할 필요도 있을 수 있고요.
(사족으로 제가 생각하는 적정 급여는 (1군업체 top tier 기준) 신입 - 3,500, 대리 - 4,500, 과장 - 5,500, 차장 - 7,500, 부장 - 9,500, 상무보 - 15,000)
 
 
 


2. 업체 쥐어짜기

제가 생각하는 EPC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설계를 깊이 경험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한때 조선업계의 큰 문제라고 했었던 협력업체 쥐어짜기가 사실은 EPC에도 있죠.
실제 설계협력사에서 drafting한 도면의 퀄리티가 넘나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걸 review하고 실제 사업주에 제출하는 EPC 엔지니어들은 (차라리 외주비를 아껴서, 인원 충원해서 직접 그렸으면 나았을지도..) 그걸 잘 잡아내지 못하거나 디테일을 장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유는, 설계 협력사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력이 너무 짧고 깊은 경험을 할 기회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의 5% 남짓을 차지하는 설계/PM 비용을 정말 미친듯이 줄여버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외주를 준 [설계협력사에 15년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갖춘 좋은 엔지니어가 몇명이 있는지]를 생각해보시면 금방일껍니다.
그리고 문제는 괜찮은 설계사 직원은 곧 EPC에 픽업이 되(었)지요. 설계사 안에서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하니까 작은 기회라도 잡으면 주저없이 나가는거죠. (그걸 나무라진 않습니다. 당연히!)
그래서 생기는 추가의 문제로는 [계약서와 Spec. 그리고 ITB (입찰 초청서)를 해석해내고 이걸 프로젝트화 시켜야하는 EPC의 엔지니어들은 그럴 수 있는 실력과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도중에 스펙싸움을 하면 판판이 깨지죠. (그리고 돌아와서는 발주처 욕하거나, 혹은 통크게 양보했다고 구라를 깝니다. 4번에 관련 이야기도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 있는 스페셜 설계업체 (한국말로 하면 단종업체죠)가 사업주나 해외 EPC사에게 받는 대접을 보시면 상당히 인상 깊으실꺼에요. 물론 그들은 그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같은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소방전문 설계(컨설팅)업체, 지질전문 설계업체, 항만관련 설계업체를 키워내기 쉽지 않을껍니다. 이러한 척박한 토양의 모든 최종 부담은 (프로젝트 내에서 모든 책임을 가지는) EPC사들에게로 돌아가는거에요.

적절한 설계비를 책정해서 현실적인 설계용역비를 지급하고, 그 결과 퀄리파이드된 설계도서를 받고, 도면검토를 그라운드에서부터 할 수 있는 EPC 엔지니어가 있어야하는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프랙티스야말로 구매에서의, 시공에서의 숨어있는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주고, EPC는 Value Engineering (좀 더 저렴한 대안을 모색하는 업무)에 집중하거나 설계 최적화 또한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더불어 그 설계업체도 충분한 사람을 채용해서, 장기적으로 경험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요.
 
  


3. 열렬히 자기 일처럼 하지 않음

사실 이게 좀 애매한데, 열렬히 일을 하는 사람이 또 별로 없습니다. 이건 1번 '창의적으로 업무하지 않음'과 비슷하지만 좀 다른거기도 한데… 이건 철저히 태도? 접근법?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니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니?]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하는...
예를들어 누가봐도 gold plating(오버스펙으로 그린 도면)이 있었습니다. 필요없는 것들이 도면에 너무 많이 있었던거죠. 대충 보면 한 10억이 넘는 돈이 굳이 필요없을(지 모르는) 아이템 구입/설치에 사용되게 생긴거죠. 그래서 사업주의 한 페이버러블한 엔지니어 (사실은 저였습니다ㅋㅋ)가 EPC의 EM (Engineering Manager, 설계팀장)에게 문의하고 귀뜸해주었습니다. 이걸 넣은 의도가 무엇이냐? 라고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업주가 원하는 스펙에 맞춰 알아서 잘 했겠죠.. .라고 대답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대요. 우리 사업주쪽의 담당 엔지니어는 이게 굳이 필요없는거라고 말하는데? 라고 말해도 그냥 뭐 내비뒀대요. 그 10억을 회식에 썼으면 진짜 양질의 팀빌딩이..... ㅠㅠ
그래서 그 사업주 엔지니어(접니다)는 몇번 조언해주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넘어갔답니다. '누군가는 봤을꺼야', '내가 담당은 아니니까 우리 담당 설계엔지니어가 잘 했을꺼야'라고 하고 넘어간거죠. 
[파고들어서 싸워서 상대를 굴복시켜야할 사람들이 싸움이 나지 않기 위해서],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그만큼의 고민도 안하고 그냥 찍찍 그려 넣은거지요. 이걸 설계팀장 (EM)이 발견할 수 있어야하고, 이런 불필요한 싸움을 걸어서 금액을 깐 사람은 (혹은 시도라도 해본 사람은) 당연히 조직에서 보답을 해야합니다. 인센티브로, 인사고과로.

더 황당한 일도 있었더랍니다.
설계문서를 제출하면 사업주에서 검토를 하고 코멘트를 내보내죠. '좋다', '좋진 않지만 괜찮다', '안좋다' 이렇게 보통 세종류를 내보냅니다. 그리고 '좋다'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코멘트를 냅니다, 그러면 그걸 가지고 우리 EPC에서는 reply sheet (답변서)를 제출하죠. 개정된 설계도서와 함께. 
근데 그 리플라이 시트에 [사업주의 코멘트가 명확하지 않음]이라고 써져있더랍니다. 그것도 한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그거 하나가 아니라 다른 문서들에도.
도대체 이게 뭐하자는 플레이인가…. 했습니다. 아니 언클리어하면 이멜을 보내든지 아님 와서 물어보면 되는데 (걸어서 20초거리에 있습니다), 그 귀중한 한번의 리비전 기회를, 코멘트 - 리플라이를 한번 날려먹은거죠. 그 EPC 담당자의 입장은 ‘그게 누가 코멘트를 한지 몰라서 그랬다’고 했다던데, 아니 그냥 와서 제발 '이거 누가 쓴거냐?' 라고 물어라도 봤으면 당연히 찾아주겠죠. '이거 누가 한거야??' 이런건 영어로 할필요도 없고 그냥 문서 출납하는 한국인 여직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면 3분이면 답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이런 멍청한 짓으로 시급한 문서의 리비전(revision, 도면수정 후 재제출)을 한번 날려먹다니... 결국 [한달]은 또 하릴없이 흘러가게 되죠. 전체 설계를 하는데 보통 한 18개월 정도 걸리니까, 그중에 1/18이 저런 성의없는 짓에 허비가 된 것입니다. 진짜... 승질나.


예전에 초롱이 이영표선수가 유럽리그, 미국리그를 경험하고 한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질문은 '한국 축구의 가장 부족한 면은 우엇입니까?'였고, 이영표선수는 [정신력이 가장 부족합니다]라고 했죠.
누구도 예상못한 답변이었을껍니다. 한국은 정신력만 미친듯이 강조하는데? 기술과 체력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궁금증. 당시 이영표선수는 이렇게 답변을 하지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ㅠ) '유럽과 미국선수들이 가진 멘탈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력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악바리 근성은 아닌 것 같다’라는 식의 답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의지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고. (아이를 키우다보면 숙제를 엄마 위해서 하고, 학원을 엄마 위해서 하고, 축구도 엄마 위해서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걸 알게되죠. 저희 아들도 ㅠ) 자기의 머리로 자기의 육체를 움직이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악의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멘탈의 부족이 이영표선수 눈에는 한국 선수들의 가장 약점으로 보였나 봅니다. 게다가 서양 운동선수들의 자기 몸값을 올리는데 최선을 다하는 자본주의적 멘탈(!!)은 또 엄청나지 않나요? ㅎㅎ
 
 
 


4. 사기치는 직원, 눈감은 임원

직원이 사기치는걸 엄청 많이 봤습니다. 회의 장소에 EPC 직원이 (상당히 능력이 좋다고 인정받는 직원조차도) 막 뭘 하는데, 도저히 제가 지켜봐도 해결이 안된 상태로 아이 노우, 아이 노우,, 이러고 가는겁니다. 그 친구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되는데, 한 한시간 이야기하다가 겉도는 상태로 아이노우 이러고 가는거에요.
그리고 다음 회의에서 소장님은 당연히 이게 해결된 것으로 사업주에게 보고를 하더군요. 아닌데, 해결이 안되었는데.
회의에서 뽀록이 났죠. 그래서 소장님은 이후에 그 직원을 부릅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은 그 사업주 직원을 욕하는거죠. 그 쉐키가 이때 저때 이야기가 다르다고… 나한테는 해결해되었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딴소리 하는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 저는 이런 광경을 농담안하고 한 200번도 넘게 봤습니다.

설계도, 구매도, 사업관리도, 시공도, QC도 … 모두 다 사기를 칩니다. 그리고 자기 부서장한테 가서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 듣지도 않은 이야기를 뇌내망상으로 지껄이고, 나중에 뽀록나면 사업주 개쉐키를 시전하죠. 왜냐면 팀장이 사업주 담당자와 3자대면을 안하거든요.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고. 그냥 같이 개쉐키하면서 욕설 시전하는게 훨씬 편하니까.


전에 제가 보다 못해서 EPC 쪽 코스트 엔지니어가 기성 관련 사업주와 협의를 하고 (협의가 전혀 안된 상태로) 돌아가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나 : ‘과장님, 이렇게 돌아가신 다음에 인보이스 다시 내실꺼죠?’,
과장 : ‘(머뭇머뭇)… 네 그래야죠’,
나 : ‘그리고 공무부장님께는 이리저리 협의 되었다고 하실꺼고요?’.
과장 : ‘근데 이정도면 협의된거 아닌가요?’,
나 : ‘아니에요, 그 사업주 엔지니어는 이렇게 이렇게 ‘해야 만’ 기성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과장님은 이렇게 이렇게 하지 않은 상태로 그냥 다시 한번 내시겠다는거잖아요’
하고.. 승질이 나서 막 뭐라 해줬습니다. ‘너네 이따위로 일하니까 니네 부장님이 와서 매주 개망신을 당하는거야. 너 이거 사기치는거야. 그리고 니네 부장님이 물어보면 우리 욕할꺼잖아. 사업주 개객끼기들이 기성도 안준다고 뒷다마깔꺼잖아’…..
진짜 직원들 사기치는거 많습니다. 진짜 많아요. 정말…

눈감는 임원에 대해서는 제가 임원이 아니라 안쓰겠습니다만, 솔직히 현업에 대해 아무것도 개념탑재가 안된 상태로 임원이나 PM/소장이 되어서 회의 내내 남의 다리나 벅벅 긁는 사람들 많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일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주요한 몇몇 분야는 장악을 해야죠. 아니 아주 꽉 잡고 직원을 조져야죠. 지가 능력이 안되니까 하는게 이사람 이야기 좀 들어보고, 저사람 이야기 좀 들어보고 비교판단이나 합니다. 그런데 직원끼리 하는 이야기로 결정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이놈은 이소리, 저놈은 저소리하는구나.. 정도죠. 당연히 지 머리 속에 있는 지식으로 판단을 해야합니다. 직원이라는 존재는 임원이 조지지 않르면 일을 안합니다. [직원모드의 디폴트는 '일을 안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일을 안한다'입니다]. 진짜로. 근데 임원도 지가 잘 모르니까 그냥 질질 끌려갑니다. 공구장들에게, LE(Lead Engineer, 설계파트장)들에게,,, 그런 임원들을 상대로라면 직원이 사기치면 아주 딱 이죠.
그리고 나서요? 나중에 사업주나 설계외주회사는 그냥 정신 이상자들 집단이 되어버립니다. ㅎㅎ
 
 



5. 귀찮아서 클라리 안하고 넘겨짚어서 골드 플레이팅으로 떡칠하고, 사업주 욕함. 병!신이라고.

파전을 하나 제출합니다. 사업주에게. 사업주는 아주 희미한 코멘트를 합니다. 그럼 들고와서 도대체 뭔 코멘트인지 확인을 해야하죠. face to face로. 근데 그렇게 안합니다. 왜냐고요? 귀찮잖아요.
그래서 확인도 안하고 새로 파전을 새로 부쳐서 제출합니다. 근데 다시 리젝트가 났어요. 그러면 욕합니다. 사업주 개객끼라고. 30cm 짜리 파전이면 되는데 50cm를 부쳐줬더니 또 리젝을 했다고. 역시 인도놈들은 엉망이라고.
근데 코멘트가 그게 아니었던거죠. 파전이 덜 익은거였습니다. 쿠킹시간을 2분만 늘리세요. 였던겁니다. 전화 한통화면 해결될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30cm짜리 하나 더 잘 익게 부쳐서 던져주면 해결됩니다.
근데 큰 파전 한장이 날라가고, 프로젝트는 한달 늘어져버리고, 사업주는 개객끼가 되었습니다. 본인의 나태함을 숨기기 위해서 윗사람들에게 구라를 치죠. 그게 4번에 적혀있는 그것입니다.



갑자기 욱, 하는데… 프로젝트 하다보면 사업주 엔지니어들 진짜 욕 많이 먹습니다. 맞아요 진짜 제가 봐도 엉망진창인 애들 많아요. 근데 그냥 100개의 케이스를 놓고 보면 이런 식의 사업주가 그냥 욕을 덤탱이 로 쓰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맨날 ‘기본이 안 되어 있는..’, ‘프로젝트가 뭔지도 모르는..’, ‘인도놈들…’… 이런 이야기 백번도 더 하죠. 다 변호해주진 않겠습니다만, 최소한 반반정도는 EPC나 사업주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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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한 두어가지만 더 이야기하면

1. 인도나 필리핀에 엔지니어링센터 설립 – 안됨
2. 현지 롱텀 시공 파트너쉽 – 안됨

우리는 기본적으로 인도애들이나 필리핀 애들을 케어할 수 있는 케파가 안됩니다. 인정합시다. 저 위에 있는 ‘사업주’라는 단어를 그냥 인도애라고 바꾸면 다 들어맞습니다. 현지 엔지니어링 센터 애들이랑 이야기하면서 누가봐도 남의 다리 긁는 소리나 벅벅 해쌌고 돌아와서 인도놈들 욕합니다. 사업주 인도놈들 욕하듯이. Virtual team을 프로젝트 지연의 핑계와 볼모로 삼는 것만 골몰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1. 한국 내의 설계 협력사를 최대한 이용하자.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충분한 돈을 지원하면서, 2. 굳이 나가고 싶다면 길림성에 있는 조선족 엔지니어들을 이용해라 (진지합니다, 궁서체입니다), 3. 그래도 현지에 설계센터를 차리고 싶다면, 그건 영업을 위한 것 정도로만 생각하자.

마찬가지로 현지에 롱텀 시공파트너 (CCC나 MMG같은)를 두고 있는 선진 엔지니어링사들을 부러워해서 한번 해보려고 삐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조 아무개님이 항상 주창하시죠 ㅋㅋㅋㅋ) 안됩니다. [우리는 그 터키/인도/필리핀/중국애들을 컨트롤할 능력이 없습니다]. 지금은 그렇고 그럼 앞으로는요? 앞으로도 없을껍니다. 그냥 계속 쭉 없을껍니다. 영원히 우리는 인도나 필리핀을 컨트롤할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는, 그냥 성창이나 세종같은 협력업체를 데려가는겁니다. EPC사가 가진 인프라를 함께 이용하면서 그야말로 롱텀파트너쉽을 바깥의 무슨 되도 않을 CTCI, Sinopec이나 이런 애들에게서 찾지말고, 우리 애들을 데리고 동반 진출을 하면 됩니다. 그게 훨씬 더 싸게 먹힐껍니다. 진심으로요.

더 길게 쓰면 욕먹겠네요. 저는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더 드리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는 사람들도 이 게시판에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암튼 저는 그래도 또래에 비해 이런 저런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읽어보시고 적당한 내용은 취하시고, 부적당하면 버리시거나 반론해주시기 바래요. 그럼 건승하시고, 가끔 두바이 공항에서 뵙겠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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