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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2/01 17:02:42
Name   SpicyPeach
Subject   바나나빵
내가 일곱살 때의 일이다.

그날따라 내가 귀여워 보여서 자랑시키고 싶으셨는지
아버지는 아버지 친구와의 술자리에 날 데리고 가셨다.
동글동글한 의자가 놓여져 있는 술집에서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은 술을 드시기 시작했다.

나는 어려서
두분이 하시는 이야기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버지 친구분의 담배연기 자욱의 궤적을 눈으로 따라가며
처음 와보는 술집의 분위기를 나름대로 만끽하고 있었다.

이윽고 두분 다 거나하게 취하셔서 술집 밖으로 나오셨다.
나도 아버지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나의 시야에 들어온건.
바나나빵 장사였다.

술집 앞에 바나나빵 장사가 있었다.
그때의 난 바나나빵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식탐강한 어린이였다.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빠. 나 바나나빵."
아버지 친구분은 취하셨지만 나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똑똑히 들으셨다.

아버지 친구분은 정말 바나나빵을
많이 사셨다.
한달동안 우리집 냉장고는
바나나빵으로 가득 차있었을 정도였다.

그때 냉장고에 가득차있던 바나나빵을 생각하면
괜히 즐거워져
웃음이 난다.

- 2007년 6월 23일 작성함-


제 아들이 내년이면 7세가 됩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어떤 추억을 남겨주게 될까요?



7
  • 일찍결혼하셨군요...슬슬 둘째타임입니다.
  • 아빠빠빠빠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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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7살때 우리 아버지는 저를 용산 전자상가에 데려가셨죠
그리고 나서 MP3 구경 하고 (그때 아이리버 프리즘? 그런 게 유행하던 시절) 컴퓨터 구경 하고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다리 아파서 못 걷겠다는 둘을 데리고 롯데리아에 가서 감자튀김이랑 오징어링을 먹었습니다.
아직도 가끔 용산 전자상가를 지나치다 보면 거기 있는 롯데리아가 반갑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맛 없는 건 변함이 없지만
SpicyPeach
아버지가 얼리어답터이셨나보네요.

저희 아버지는 수석모으시기와 난초 기르기가 취미셔서, 어린 저를 데리고 동네 일대의 산을 다 돌아다니셨습니다.
하도 풀숲을 헤집고 다녀서 하산하면 운동화가 깨-끗하게 광이 나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CONTAXS2
저희때는 풀빵이 있었죠 ㅠ
100원에 8개였는데, 은로국민학교 앞에서 팔던거. 한번도 사주시진 않았어요. 그냥 친구들한테 얻어먹기만 ㅠㅠ
SpicyPeach
저 어렸을때도 풀빵은 있었지만 저는 압도적 바나나빵 매니아였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먹을것을 많이 사주시는 편이 아니셨습니다.
그래서 어린나이에 슈퍼가게집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나저나 100원에 8개라니.
아재요..
언제 결혼하고 언제 애를 낳나....
4
SpicyPeach
모든것은 순리대로 흘러가서 가사와 육아와 격무에 시달리시게 될 것입니다.
Erzenico
저도 이런 글 볼때 유독 결혼 생각이...
SpicyPeach
결혼이란
남자들은 자유를, 여자들은 행복을 잃을 각오로 하는 제비뽑기.
Darwin4078
"아빠, 나 닌텐도 스위치."
SpicyPeach
사실 아들이 태어났을 당시에는
"와, 아들 좀 크면 같이 게임할수 있겠네?" 란 생각에 설레기도 했습니다만..

아이가 좀 자라니 게임을 권하는 환경이 교육적으로 옳을것인가 하고 망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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