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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11/24 10:12:26 |
Name | CONTAXS2 |
Subject | 아이 유치원 소식지에 보낸 글 |
대학교 다닐 때의 일인데, 꼭 이수해야하는 과목에서 빵꾸가 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또 들었는데, 또 빵꾸난 상황. 연속 두번 F학점을 받아버린 난감함. 같은 과목도 세번 정도 들으면 과목의 핵심이나 연습문제의 해답, 그리고 족보정도는 통달한다고 과연 누가 그랬었던가. 수업은 들을 때마다 언제나 새롭고, 한학기에 서너번 치르는 시험지는 볼 때마다 막막했던 것 같다. 실수한 것을 또 실수하고 빼먹은 것도 또 빼먹고를반복하다 결국 비슷한 점수를 받고야 말았지만 졸업은 시켜야하니까 겨우겨우 C나 D정도를 주셔서 고맙게 넘어갈 수 있었던 기억이 있었다. 아이와 함께 부모가 성장하는 것은 인생 자체를 통째로 재수강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내가 잘못 살아왔던 것들, 나의 부모님께서 하셨던 (다소) 잘못된 육아방식, 학교와 사회가 부여하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의미없는) 책임과 과제들, 모두 다 알면서도 그대로 똑같이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그런 재수강. 이렇게 가면 잘 받아야 C학점 정도 받을게 눈에 보이지만, 이상하게 그 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바보같은 육아 DNA. 그래도 학교다닐 때와는 달리 좋은 교수님들을 만난 느낌을 매주 금요일 퇴근무렵에 받게된다. (주. 금요일에 유치원 카페에 한주간 소식이 올라옵니다) '아 강○○ 어린이가 아난시 어쩌고 했던게 저거였군?!' '지난 주에 흥얼거리던 노래 가사가 저랬었어?' '요즘 이것저것 숫자가지고 깨작거리는게 수띠 덕분이었네' 제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는 동요의 한부분 '배운다는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아이에게 희망을 노래해주고, 아이들은 함께 꿈을 꾸는 것을 지켜보는 경험을, 매주 금요일에. -------------------------- 우리 XXX반 아이들과 함께, 유○○ 선생님과 조○○ 선생님도 일년어치 성장한 한해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지는 못해도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를 가지고, ○○의 문을 나가더라도 항상 좋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아이의 유치원에서 격월간(?) 내는 소식지에 부모님의 글이 들어가는 꼭지가 있는데, 이번이 제 차례더라고요. 빨리 쓰라고 마나님한테 쭉 갈굼을 당하다가, 막상 생각을 가다듬고 쓰는건 한시간이 안걸리네요.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하루하루가 제 인생을 복기하는 것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 유치원 7세 정도가 되면 어렴풋이 제 7세때의 기억도 나곤하니까요. 다시 인생 살면 잘 살겠지.. 하는 가끔 드는 생각이 절대 그게 아니야. 라는 것을 일러주기도 하고요. 아이가 정말 좋습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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