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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7/26 14:43:03
Name   한아
Subject   영화 <암살> 재미없었어요.





[엄청난 양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봉한지 얼마 안 된 영화니, 주의하시고 읽어주시길.]




의외로 호평이 많아 개인적으론 그 부분이 놀라웠습니다.
영화를 볼 때 제 컨디션이 안좋아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명작의 경우 컨디션 난조마저 잊게 해주는 몰입감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이런 부분이 딱히 좋은 핑계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지루한 부분이 곳곳에 존재하는 영화고, 전 이 영화가 그렇게 매력적인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물론 '쓰레기급 영화다.'라는 생각은 아니니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

감독의 전작인 <도둑들>과의 비교가 많던데, 저는 오히려 작년 추석 시즌에 개봉한 <타짜2-신의 손>이랑 비교하고 싶네요.
그 편이 나을겁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영화지만 <도둑들>도 호평일색은 아니었고, 단점도 명확한 영화였는데,
<암살>은 개인적으로 그보다 훨씬 떨어져 보이거든요. 재미로 비슷한 급이 <타짜2-신의 손>정도인 것 같습니다.
즐길거리가 있긴 오락영화있긴 하지만, 글쎄... 정도의 느낌?
사실 현대극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우치>의 전적이 있는 감독이니 만큼,
개인적으로 [이건 <전우치>급이다. 최동훈은 이제 현대극만 하자.]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암살>을 재미있게 본 관객들을 일부러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어,
<타짜2>정도로 생각합니다.(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전우치>를 재미있게 봤기도 했고)

이게 뭔, 되도않는 비교질에 헛소리냐 싶으시겠지만,
저한테는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해가 가지 않을정도로 재미없었기에,
<암살>을 재미있게 즐기신 분들의 만족도가 어느정도인지 가늠이 되지가 않네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영화 속 상황의 호흡이 너무 짧다.
2. 필요 이상의 것을 담아내려 했다.

두 가지의 원인은 어느정도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것을 담아내려다 보니, 영화가 할 얘기가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각 상황들을 충분히 재미있을만큼 끌고가지 않는다는거죠.
영화가 끝나고 생각보다 호평이 많길래, 제가 보는 눈이 이상해진 건가 곰곰히 곱씹어 봤는데,
다시 생각해도 <암살>은 상당히 지루한 영화가 맞습니다.

일단, 러닝타임이 139분입니다. 2시간 20분이요.
(영화가 길다고 나쁜 영화는 아니지만, 쓸데없는 부분이 많은 영화가 보통 깁니다...ㅠㅠ)

일제강점기의 레지스탕스를 다루다보니, 논란의 여지가 있어 이것저것 많이 깔아둔 느낌입니다.
전작인 <타짜>라던가, <도둑들>, <전우치>는 이런 면에서 철저히 분리된 영화들이었습니다.
현실과 맞닿은 부분이 적었고, 작품 고유의 세계로 관객들을 끌어들여 '이리와서 한판 놀고 가자' 이런 느낌이 강했는데,
<암살>은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타짜>를 보면서 도박 중독 관련된 사회비판을 떠올리기 어렵고, <도둑들>을 보면서 그것이 알고싶다 느낌의 조직사기집단을 떠올리기 쉽진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내용이 무거워지고, 단순한 오락영화라기엔 사족을 많이 깔았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다루는데, 어쩔수 없는것 아니냐기엔, <다찌마와 리>나 <놈놈놈> 등 비슷한 시대의 세계관으로 고유의 세계를 창조해,
오락영화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작품들이 많이 있기에 변명이 되질 않습니다.
잘된 예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에 개봉한 <경성학교>도 동시대에 장르적 세계관을 잘 구축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이건, 감독이 애초에 <암살>을 단순한 오락영화로 놓고 있지 않다는 거지요.
뭐, 좋습니다. 그럴 수 있죠. 상업 영화가 꼭 재미만 추구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암살>의 현실풍자는 없는 수준이고, 과거사에 대한 논란이나 의구심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해결해 준다거나,
역사가 해결하지 못한 불만족의 과거를 판타지로 시원하게 해소시켜준다거나...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딱 '나 최동훈(각본가)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이렇다고 생각한다.'는 본인의 단편적인 시각 제시말고,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없습니다.
이것도 비판이라고 부를수야 있겠습니다만, 이건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수준의 비판 아닙니까?
전혀 세련되지도, 영화적으로 충분히 활용되지도 않았습니다.
이러면 과거사를 잘 버무려 만든 신파인 <국제시장>이랑 다를게 뭡니까.

그런 불합리한 역사나 현실에 조소를 날리며 비웃는다던지, 답답했던 과거사에 시원하게 한방 꽂아넣어서 통쾌함이라도 주던지,
역사 문제를 다룰 것처럼 집어넣어놓고, 끝끝내 구체적인 언급은 논란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의도적으로 피하겠다, 이런 스탠스로 보입니다.
그럴꺼면 아예 민감한 부분은 다루질 말고, <놈놈놈>식으로 막 나가던지요.

조승우(김원봉 역할)가 나오는데, 어라? 하는 기대치 못한 반가움은 있었지만,
나올때마다 재미가 툭툭 떨어지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김원봉 부분은 통째로 들어내도 이야기 진행에 전혀 지장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단지 최동훈 감독의 사견이 들어가서 영화가 지루하다, 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각본이 제 살을 까먹는 부분이 많습니다.
영화에서 큰 사건은 두 가지입니다. 강인석 암살 작전과 미츠코의 결혼식.
그런데 이 둘로 영화가 설명이 안됩니다. 안옥윤과 미츠코의 관계라던가, 조연인지 주연인지 헷갈리는 하정우의 뒷이야기는 저 두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져요.
이 영화를 한줄로 설명하려면 이정재를 데려와야합니다. [밀정 염석진의 일대기.]
근데 영화 보신 관객들이 이 영화를 염석진의 일대기라고 한다면 그렇게 인정하고 받아들일까요?
아닐겁니다. 그렇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영화는 염석진을 철저한 악역으로 그렸기 때문이죠.
그만큼 각본이 주연들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본 사건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짜2 - 신의 손>리뷰에서 중구난방스럽다는 표현을 썼었는데, <암살>은 좀 다른 느낌입니다.
각본이 산만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초반부에 전개되는 상황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집중을 요하는데, 몰입은 떨어져요.





최동훈 감독이 원했을지 모르는 시대극 케이퍼 무비와는 더욱 동떨어집니다.
케이퍼 무비에는 치밀한 범죄 계획이 필요한데, 이런 재미가 하나도 없거든요.
그냥 총 잘쏘는 명사수가, 지도 한 장 펴고, 이쪽으로 돌아가게 만들면 되겠네. 하니까 계획 끝.
그렇게 허술하게 계획을 세우니, 차 바꿔타자는 한마디에 모든 계획이 통째로 무너져버리죠.
무계획에 자살테러수준으로 무모한 결행을 하는 결혼식 시퀀스는 말할 것도 없구요.
물론 장르의 틀은 갖추고 있어 케이퍼 무비 말한라면 딱히 부정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인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케이퍼 물의 장르적 재미를 주는 장면은 다합쳐도 20분도 안될겁니다.
마담(김해숙)의 아지트에서 작전 모의하는 부분, 속사포와 황덕삼이 이경영 차에 기름 빼러 잠입하는 부분,
하와이 피스톨이 카와구치 중위를 능글맞게 속이는 부분(...은 사실 암살작전과 아무런 상관이 없죠.)
안옥윤을 미츠코로 착각해 강인석의 집에서 위장한 채 지내는 부분...

쌍둥이 동생을 이용해 암살작전 하나 감행하면서, 서브플롯으로 동생과의 기구한 사연을 풀어놓는것만으로도
영화 한 편은 족히 나올 것 같은데, 이게 영화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영화 종반부에 가서야 확실한 입장을 세우고 행동하는 하정우는 어떻게 봐도 조연급으로 활용되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비중이 너무 크구요.
중반부 하정우 부분도 50%이상 날려도 영화 진행엔 아무 지장 없을겁니다.
(물론 카와구치 중위와 대면하는 부분이 날아가면 그나마 재미있는 시퀀스 중 하나가 없어지는 거겠죠.)





아예 중반부부터 주인공들의 암살 작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비중을 키우던지요.
결국 마지막 결혼식 작전까지 하와이 피스톨은 주인공들의 걸림돌만 되는거 아닌가요?
3개의 세력대립은 차라리 <놈놈놈>식 구도가 훨씬 나았다고 봅니다.
<암살>은 A세력과 B세력이 대립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동안, C세력은 아예 별개의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아니면 대놓고 구경만 하고 있으니까요.
거기에 주인공들과 대립하는 악역으로 볼 수 있는 강인석과 염석진도, 그렇게 연관성이 짙은 관계가 아닙니다.
각자 별개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심지어 둘은 거의 원수지간급의 과거도 갖고 있어요.

그러면 크게 4개 세력이 등장하는 것인데... 서로간의 치밀한 대립?은 없고, 염석진은 영화 중반부까지, 하와이 피스톨은 영화 종반부까지 거의 관전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들에게 틈틈히 적당량의 러닝타임을 소모하고 있으니,
실제로 진행되어야 될 안옥윤 암살팀 vs 친일파 강인석의 구도는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사건은 재미없어집니다.
이 와중에 김구랑 김원봉까지 나오니, 정말 미칠 노릇이겠는거죠.



하나하나 따져보면 정말 다들 개연성이 종잇장처럼 얇습니다.

안옥윤(전지현) - 젊은 지휘관인데다가, 정식 군인이라기엔 독립군이 많이 열악했으니, 요인 암살 계획이 허술하고 다소 무모할 순 있습니다.(요즘의 테러집단 생각해보면요.) 그런데, 철저히 반일 사상으로 무장해 만주에서 전투까지 벌이는 군인이, 평생 만난적도 없는 정반대편의 친일파 아버지 그리고 이름마저 일본 이름인 쌍둥이 형제의 죽음 이후 웨딩드레스를 보고 눈물을 쏟는건, 좀 연결이 안된다는 느낌이에요. 다른 부분을 쳐내고, 쌍둥이 자매의 유대감을 형성시킬수 있는 부분을 추가하던가요. 이들의 과거라던지, 안그러면 경성에서 더 자주 만날수 있는 사건을 넣어주던지요. 그러면 감정적으로 좀 더 동요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미츠코는 더 활용될 여지가 많았는데, 너무 빨리 퇴장시킨 느낌이 큽니다.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 철저히 돈에 영혼을 팔던지, 과거 행적에 죄의식이 있다면 행동철학이라도 확고하던지,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기엔 일본군을 능숙하게 속이거나, 판단력, 눈썰미, 사격실력 등 가진 능력은 우유부단함과는 거리가 멀고... 도대체 뭐하는 인물인지 종잡을 수 없다가 후반부에 총 잘쏘는 로맨티스트로 끝나는 좀 어이없는 캐릭터죠. 괜히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도련님 때문에 애꿎은 영감까지 같이 죽네요.




염석진(이정재) - 돌아서는 타이밍 이후엔 철저히 악역으로 활동합니다만, 그 돌아서는 계기가 좀 터무니 없습니다. 고문실에서 동지 둘이 옆에서 총맞아 죽으니 무서워서 변절했다. 뭐, 그럴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염석진의 행적들이 그 이유가 맞아 떨어지던가요? 밀정하다 공포심에 변절한 인물이, 다시 일본군의 밀정 역할을 한다? 이유가 일본군의 협박 같은 두려움 때문에 밀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아예 말이 안되는 건 아닙니다만, 설명은 좀 더 필요해요. 중요 요인 암살 임무를 맡았을 정도로 독립군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그의 변절에는 단순한 죽음에 대한 공포 말고, 좀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거든요.

강인국(이경영) - 비슷한 위치의 캐릭터를 많이 하기도 해서, 상당히 플랫한 극을 종반부까지 잘 끌고 나가는 인물입니다만, 본인의 안위를 위해 아내도 죽이고, 몇십년만에 만난 딸마저, 직접 쏴죽이는 냉혈한같은 인물이 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염석진에 대한 경계는 그렇게 쉽게 푸는건지 납득이 잘 안됩니다. 본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면 최소한 경계라도 하던지요.

기무라 - 누군지 기억 안나실수도 있는데, 마담(김해숙)이 데리고 있는 바텐더입니다. 따지고 보면 하는 역할은 작지 않은데, 설명이 너무 없어요. 그러니까 일본인이 왜 한국 테러리스트가 되어서 목숨까지 버리는지 궁금하다구요. 왜 일본인이 조선독립을 찬성하는겁니까... 그냥 본인이 그렇다니까. 그래서 아무런 의심도 없이 굉장히 중요한 암살작전에 쉽게 투입됩니다. 그리고 그 작전에 절대 협조합니다. 심지어 무서워서 도망도 안갈뿐더러, '차를 바꿔탔다!'면서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죽어요... 독립군 중요 요원 염석진도 변절하는 마당에 얘는 도대체 뭡니까?

미츠코 - 자신이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이유인 아버지를 죽이려는 테러리스트를 너무 쉽게 도와주려하고,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칼은 또 왜 집어듭니까. 물론 반갑고 신기하기야 하겠죠. 자신과 똑같은 형제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게요. 근데 너무 철없어요. 이 인물이 개연성이 있으려면 교육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매우 멍청한 수준까지 인물을 까내려야합니다.

카와구치 - 그냥 허술합니다. 하정우가 입터니까 간도 내주고 쓸개도 내주고. 게다가 악랄한 인물로 묘사되어있죠. 얘는 결혼식때 안죽었어도 결국 누군가한테 어이없게 죽었을 겁니다. 지나가던 트럭에서 조선인이 던진 돌멩이를 피하려다 넘어져서 죽는다던가... 그정도로 허술합니다.

속사포(조진웅) - 속사포는 데우스엑스마키나의 변종을 보는 것 같아서 참담했습니다. 가장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대신 많은걸 해결해주죠.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하는 이유는 이래뵈도 난 신흥무관학교 출신이야, 라서 인데...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의 스탠스랑 일치하지도 않고, 빈약합니다.

쓰면서 정리하니깐 더 많네요. 까려고 쓰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네요.
인물이 개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좀 너무하다 싶은 부분도 분명히 있거든요.





액션도 아쉽습니다. <전우치>의 와이어 액션이야 이후 노하우를 쌓아 <도둑들>에서 원없이 펼치는데 공을 세웠다면,
<암살>의 총격전은... 허술합니다. 마치 이건 이준익 감독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공성전이 벌어지는데 싸우는 군인이 30명정도 밖에 안보였을때 느꼈던 허탈함이랄까요.
암살 장면의 액션 연출도 뭔가 더 터져야 되는데 아쉽고, 결혼식은 2000년대 초반 헐리웃 영화에서 비슷한 구도를 본 것 같습니다.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캐러비안 해적>의 해상 총격전이었나...
언뜻 <아저씨>의 목욕탕 총격전도 생각나는데, 이쪽은 정확한 비교도 아닐 뿐더러 <아저씨>쪽이 압도적으로 재밌구요.
<도둑들>의 후반부 와이어 액션을 정말 신나게 봤던 저로써는 그저 아쉬움 밖에 표현할 감정이 없네요.


또, 엔딩이 쓸데없이 구구절절 설명이 많고 불필요하게 긴 것도 <암살>의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이건 최동훈 감독의 잘된 전작들에서도 꾸준히 지적되어 온 문제니 요정도 언급만 하고 넘기겠습니다.






이건 뭐 <암살> 안티의 단점 열전이 되어버렸는데, 장점도 있긴 합니다.



[이 영화의 미술은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누군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역시나 류성희 미술감독.
고증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시 시대를 잘 표현해 놓아 그것들을 구경하는 시각적 재미는 상당합니다.]



일단 위에서 언급한 캐릭터들의 개연성은 좀 아쉬워도, 각자의 매력은 굉장한 편입니다.
예를들어 뭐하는지 모르겠는 하정우의 하와이 피스톨이란 캐릭터도 매력 측면에서 보자면 상당히 멋지고, 괜찮은 인물입니다.
옆에서 영감이 잘 받아준 것도 있지만,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나, 일본군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장교처럼 헤집고 다닐때 모습들은 재미있죠.
또 결혼식장에서 보여준 쌍권총 액션과 결혼식장 탈출씬에서 차에 올라타 총격을 가하는 액션에서 상당히 멋집니다.
왠지 엘리트적인 면모도 있고 말이에요. 단지 이런것들이 본 암살작전과 연관성이 떨어져서 아쉬운거구요.





안옥윤은 일단 뭐 전지현 아니겠습니까. 외적으로 상당히 아름답고 또 매력있습니다.
또 2층에서 난간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컷없이 CG가 들어간게 아니라면 대역없이 찍었을텐데,
<도둑들>에서 와이어 액션도 그렇고, 본인이 노력을 많이 하는 타입같아 여러모로 호감입니다.
예니콜에 비할 바아 못됩니다만, 가치관도 뚜렷하고, 관객으로서 이입하는데 큰 어려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경을 쓴다는 것도, 작위적이긴 하지만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강인석은 일단 이경영이란 배우가 이런식으로 소비가 많이 되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후반의 염석진과의 대면 부분에서의 허술한 개연성만 빼면, 영화 전체적으로 캐릭터 자체도 그렇고, 배우의 연기력 측면에서도 그렇고,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그만큼 매력적이고 지독한 친일파 악당입니다.
다만, 이경영씨 자체가 다수의 작품에서 빈번하게 노출되어 신선함이 많이 떨어지고,
실제 배우의 능력보다 폄하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미츠코라는 캐릭터는 일단 전지현의 1인 2역이라는데에서 태생적으로 매력적인 면이 있었고,
앞서 제가 멍청하다고 표현했던 부분은, 흔히 말하는 철없는 부잣집 딸의 전형이기도 합니다.(그 인물 클리셰로도 충분히 활용된 것 같지 않지만)
또 이 영화는 고증을 떠나 미술이 상당히 잘 된 편인데, 그 시대의 아름다운 옷들을 전지현이 입으니 예쁘더라구요.

염석진 역시 <도둑들>과 비슷하게 소모되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죠.
아무런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는데 왠지 배신할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으니, 이건 캐스팅으로 손해본거라 생각합니다.
<도둑들>과 따로 떼어놓고 보면 매력적인 악역인 건 맞습니다. 후반부에 강인석과 엉뚱하게 관계 회복이 되면서 좀 많이 깻는데,
결국 엔딩까지 철저한 나쁜놈으로 기억되는건 이 인물이니까요. 주인공들을 가장 곤란에 빠뜨리기도 하면서,
결혼식 장면에서 아군을 교란시켜 혼선을 빚게 만드는것도 온전히 이 인물의 베짱이니까요.






영화 끝나고 나가는데, 같이 걸어나가는 여성 관객분이 '이건 두 번 봐야 이해할 수 있겠다.'라고 하시던데,
그만큼 사족은 많고, 설명은 없고, 지루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두 번 보고 싶지 않은 영화에요.

물론 제 옆에 남성 관객분이 미츠코가 죽을때 '어머나'라고 탄식을 뱉고,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이 죽을때 '아이고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하며 아쉬워 하셨으며,
염석진이 재판장을 걸어나갈때 '저런 놈은 죽여야돼'라고 직접 혼잣말로 뱉으시길래, 굉장히 몰입해서 즐겁게 관람하신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제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무뎌진 건가 싶기도 하구요.

<암살>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을 모욕하고 싶어서 쓴 글은 아니니 이해해주세요.
사실 까려고 작정하고 쓰면 뭔 내용이든 못 까겠습니까.
온전히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재미없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고, 있는 트집은 다 잡아버린 글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오락 영화라면 더 신나야합니다!!! ㅠㅠ







+ 이리저리 복붙하다가 편집으로 날라가버린 부분이 있어서 덧붙입니다.

영화의 엔딩은 염석진의 죽음으로 끝이 나는데, 이게 영화적 상상력으로 친일파를 청산한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전 기왕에 그럴꺼라면 염석진의 손발톱을 다 뒤집어 까고, 뱃가죽은 벗긴 다음에, 눈알을 뽑고, 혀를 인두로 지진다음, 일본도로 참수하여 그 목을 광화문에 효시하는 정도로 끝냈으면...
그러면 질질 끌다가 끝내버린 이 영화의 엔딩에 어느정도 만족했을지도 모르곘습니다만, 그러면 절대 15세 관람가로 개봉 못했겠죠.
그정도 통쾌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갖는 스탠스나, 재미나 전부다 애매해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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