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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1/02 10:01:03
Name   다람쥐
Subject   아이돌에 대한 잡생각
탐라에 쓰려다 글이 길어져 티타임에 씁니다

저 초딩때 H.O.T가 데뷔하며, 저는 아이돌이라는 것이 뭔지 처음 경험했습니다.
(저는 서태지 시대가 아니라, 서태지 팬들은 보통 주변에 언니오빠가 있는 애들이었던거 같네요)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이었죠
다섯 오빠들은 각자의 매력이 있었고 다섯명이 뭉쳐서 또 다른 매력이 있었으니까요
당시 핸드폰은 커녕 삐삐도 없던 시절에(초딩이라 돈없어서 엄빠가 안사줌)
공개방송 다닌다고 애들끼리 난생 처음 여의도 방송국 찾아가고 이랬던 것 같아요
중학생 언니 있던 애들은 언니와 합심해서 엄빠를 설득해 pc통신을 시작하고
사진 하나 다운받다가 전화요금 많이나와서 두드려 맞고 ㅋㅋㅋ

그땐 문구점에서 그 주의 인기가요들을 모아 낸 카세트테이프를 팔았던 것 같아요
수련회같은거라도 가면 휴게소에서 H.O.T 가요가 실린 테이프(지금 생각하면 다 불법복제) 사고
뻥튀기 팔이 아저씨들한테서 "행복" 시절 망치춤 출때 쓰던 곰손같은 장갑도 사서 공연한다고 난리치고
ㅋㅋㅋㅋㅋㅋ


곧이어 젝스키스가 데뷔하고,
H.O.T 팬들과 젝키 팬들이 어디 굴다리 밑에서 20대20으로 패싸움을 해서 경찰차가 십수대 왔다더라 하는 일부터,
지방에서 서울 콘 간다고 애들이 가출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였죠  
저 중딩땐 의무교육이 아니었던지라 그렇게 가출했다가 출석일수 모자라서 학교 유급먹고 자퇴한 애도 있었어요.

초등학교땐 전학생이 한명 오면 애들이 둘러싸서 너 H.O.T 팬이야 젝키팬이야? 물어보고 반 대세와 다르면 따돌린다든가 ㅋㅋㅋㅋ 하는 일들도 있었고요...

그 당시엔 인터넷이 없어 아이돌의 실제 모습을 알기는 어려웠고
잡지와 방송만이 아이돌을 접할 전부였기에 더 그렇게 맹목적으로 빠졌던 것 같아요
아이돌의 과거도 모르니 정말 신격화하기 딱이었죠


그리고 제가 중학생이던 때, H.O.T가 해체하게 됩니다
그날 전 그 아침 분위기를 잊지 못해요
애들이 손을 떨고 복도에 쓰러져 울고
책상에 엎드려 아니라고 외치며 통곡을 하고,
강타만 SM에 남고 나머지가 다 나갔나 그래서 분위기도 엄청 나쁘고ㅠㅠㅠㅠ
그런 저희를 보고 가정쌤이 한마디 하셨죠
자기 고딩때 듀스 김성재가 갑자기 죽어서
그날 여고생들이 너무 많이 쓰러져서 119를 불러도 구급차가 모자라서 못온다고 하고, 선생님들이 쓰러진 여학생들 업고 선생님들 차로 응급실 가고 응급실에 도착했더니 간이침대조차 없어서 막 바닥에 눕혀놨었다고.

지금은 아이돌이 정말 많아지고
인터넷의 발달로 아이돌이 과거도 있고 연애도 하는 사람이라는게(?) 밝혀지고
악개라고 하는, 그룹 내 특정개인팬 현상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예전만큼 한 아이돌 그룹에 심각하게 인생이 좌우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해봅니다
저 어릴땐 대체 뭐라고 전학생까지 따돌리는 분위기가 있었던걸까요
그때 학교 빠지고 공방 쫒아다니고 잡지 모으면서
아이돌의 정보를 줄줄 읇어줘서 애들의 찬사를 받던 팬클럽 중심인 아이들, 그 아이들이 다른 반 애들한테 해줬던 "오빠"에 대한 이야기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30%는 자신의 상상과 과장이었죠 뭐 초딩이 하는 팬질이 그렇지만.

이렇게 맹목적인 10대 초중반과 틴에이지를 지나서 20대 팬은 정상적으로 팬과 아이돌의 거리를 잘 유지한다고 하나
다시 40대가 넘어서면 엄청 맹목적으로 바뀐다네요
일본의 욘사마 외치던 아줌마팬들처럼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한번 곧 체험해보도록 하겠습니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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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딩때 H.O.T 데뷔라니
  • H.O.T. Forever!!
  • Club H.O.T!!
  • 예쁘면 다 누나야!!


캡틴아메리카수정됨
저는 그때 남돌은 에쵸티랑 젝키랑 둘 다 좋아했었습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랬던 걸지도...

이후에 나온 지오디까지 해서, 1세대 아이돌 3대장의 앨범은 거의 다 샀었죠.

유일하게 신화만 별로 관심이 없었음...

저에게 여돌은 베이비복스 원탑에 파파야가 서브였습니다. ㅎㅎㅎ

그 당시 대세였던 SES와 핑클은 별로 애정이 안 가더라고요. (그 당시에 저희 아버지께서 SES 팬이셨...ㄷㄷㄷ)

여돌은 제가 좀 특별한 취향이 있는지 최근까지도 늘 그래왔어요.

10년 전에도 저는 원더걸스랑 소녀시대는 별로였고... 더 보기
저는 그때 남돌은 에쵸티랑 젝키랑 둘 다 좋아했었습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랬던 걸지도...

이후에 나온 지오디까지 해서, 1세대 아이돌 3대장의 앨범은 거의 다 샀었죠.

유일하게 신화만 별로 관심이 없었음...

저에게 여돌은 베이비복스 원탑에 파파야가 서브였습니다. ㅎㅎㅎ

그 당시 대세였던 SES와 핑클은 별로 애정이 안 가더라고요. (그 당시에 저희 아버지께서 SES 팬이셨...ㄷㄷㄷ)

여돌은 제가 좀 특별한 취향이 있는지 최근까지도 늘 그래왔어요.

10년 전에도 저는 원더걸스랑 소녀시대는 별로였고, 그 당시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카라의 팬이었거든요. ㅋㅋㅋ

지금도 트와이스는 전혀 관심없는 애들이고, (차라리 프듀 출신 애들이 관심이 가고...) 여자친구나 오마이걸 같은 애들이 좋습니다.
다람쥐
저때는 둘다 좋아한다고 하면 모든 팬들로부터 친일파 역적 취급을 받아서
결국 한 노선으로 굳힐 수밖에 없었어욬ㅋㅋㅋ
저의 친구들은 다 H.O.T 팬이라 저도 결국은 그렇게 ㅋㅋㅋ
카라는 정말 훌륭한 아이돌입니다
레지엔
이 분 곧 40대...

저는 팬질 문화에 대한 평가가 10대 범죄에 대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데, 과거가 더 했지만 지금이 미디어가 훨씬 발달해있고 주목도가 더 높아서 더 악화된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람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죽었다고 자살한게 이미 18세기에 있었고, 그루피 문화는 80년대에 비하면 지금은 유아화됐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고, 예전보다 훌륭해진 보안 시스템이 스토커의 이상범죄도 더 잘 막아주고 있어서... 심지어 팬들의 정보 획득 능력도 비교가 안되죠. 분석 능력은 큰 변화가 없지만...
뭐 그래도 제가 학교 다닐 때 HOT랑 젝키로 싸움나서 머리끄댕이 잡던 애들이 좀 지나면 자기 애가 그러고 올테니까 인간은 진화하지 않는다 정도의 결론은 가능할듯(..)
다람쥐
아 진짜 곧 올 것 같아요 ㅠㅠㅠ
저는 오히려 팬질 문화는 지금이 더 양호해진게 아닌가 싶어요
저 어릴때 방송에 잘 안나와서 그렇지 사생이 택시타고 오빠 벤 쫒아가다가 교통사고나고 이러는건 더 많지 않았을까요
그땐 정말 몇 안되는 아이돌에 목숨걸던 시절이라 크크
정보획득력은 좋은데 분석능력은 큰 변화가 없다는 팩폭 ㅋㅋㅋ 맞아요 아무리 그래봐야 중딩 ㅠㅠ
요샌 아이돌땜에 현피(?)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모 남그룹 팬들이 인터넷에서 피터지게 싸우는건 알고 있습니다 하하
Erzenico
레지엔님도 곧 40대...
HOT 데뷔와 해체 시기를 보아하니 비슷하실 듯 한데 ㅋㅋ
레지엔
전 소린... 아니 어린이...
헬리제의우울
HOT데뷔가 96년이고 해체가 01년인데
01년에 중3이라 해도 최대 32세인데
레지엔님보다 어린나이 아닌가여
레지엔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Erzenico
40대에 다시 팬심이 부활하는 이유는 대부분 가정에 과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가 하나둘씩 놓으면서 그리 되는 거 아니었나요 ㅠ
다람쥐
그럴수도 있고, 이게 철저히 환상이라는걸 알면서도 빠져들어서 더 맹목적이라고도 하네요
어린애들은 꿈을 진짜인 줄 알고 있다가 꿈에서 깨는 시기가 있는데
중년은 꿈이 꿈인 줄 알기 때문에 깨어날 생각을 안 한다곸ㅋㅋㅋ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젝스키스 팬이었어요.
자기는 그때 고등학생 때였는데 젝스키스 해체할 때 장난아니었다고 하더라구요.
자기도 서울 올라갈라고 생각했었다고ㅋㅋㅋ
다람쥐
캬 이게 또 웃긴게 젝키가 2000년에 해체를 했거든요
당시 에쵸티 팬들은 흥 너네는 해체지? 우리오빠들은 천년만년이다 하며 쓸데없는 자부심을 부리고 젝키팬들을 놀렸는데
그 다음해 에쵸티 해체 뙇
것도 멤버들이 쪼개지는 ㅠㅠㅠ
문희준도 sm과 재계약을 했었...
아 아닙니다... ( ...)
2
*alchemist*
저는 일관되게 SM 쪾을 더 좋아했었습니다 ㅋㅋㅋ
제 취향이에요 약간...

사우디 있을 때 진짜 말씀하신것처럼 꿈이 꿈인줄 알고 빠졌던 때가 있었네요 흐흐

요새는 바쁘고 해서 저러지도 못하지만 ㅠ
CONTAXS2
SM이 취향이고 사우디에 계셨다니. 힘드셨겠네요ㄷ ㄷㄷㄷ
*alchemist*
엥??? 그 sm이 맞으....은 거죠??;
헬리제의우울
사막이 취향이신...
*alchemist*
돈 더 주면 취향이 될지도 모릅니드아... 그 때 받은거의 두 배!
사람은 누구나 불멸을 꿈꾸죠. 하지만 그건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심리적인 불멸이 목표가 됩니다. 가장 소박한 수단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죠. 내 시간과 열망과 기억의 증거자가 되어줄 누군가가 있으면 내 인생은 한정적인 의미에서라도 불멸할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수직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만천하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목표가 되고, 수평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커뮤니티'를 찾는 식이 될 겁니다. 그건 혈족일 수도, 직장일 수도, 모임일 수도 있고, 더 규모가 큰 것으로는 스포츠나 연예 산업 같은 것이 있죠. 가장 큰 것은 역시나 정치일 테고요. 김대중이 당선되어 '한풀이'를 한 이후 호남에서 해태 타... 더 보기
사람은 누구나 불멸을 꿈꾸죠. 하지만 그건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심리적인 불멸이 목표가 됩니다. 가장 소박한 수단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죠. 내 시간과 열망과 기억의 증거자가 되어줄 누군가가 있으면 내 인생은 한정적인 의미에서라도 불멸할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수직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만천하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목표가 되고, 수평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커뮤니티'를 찾는 식이 될 겁니다. 그건 혈족일 수도, 직장일 수도, 모임일 수도 있고, 더 규모가 큰 것으로는 스포츠나 연예 산업 같은 것이 있죠. 가장 큰 것은 역시나 정치일 테고요. 김대중이 당선되어 '한풀이'를 한 이후 호남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겁니다. 그렇게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팬덤'을 이루고, 그들과 함께 영원히 불멸하지 않을 것 같은 집단 서사를 만들고, 그것에 나를 동일시하고 동기화시키면 나 역시도 불멸하는 것이죠. 이스탄불의 기적의 기억을 공유하는 콥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리버풀FC는 불멸하는 것처럼. http://redtea.kr/?b=31&n=52319&c=324520

바꿔 말하면 팬덤이라는 것은 동지의식이나 군중심리를 통해 지탱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이 집단서사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필멸의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는 증거가 눈에 띄는 순간, 팬덤 역시도 급속도로 소멸하게 되고요. 예를 들어 제 아버지께서는 골수 LG팬이였습니다. 경기도 토박이고 이미 성장기부터 서울에 뿌리를 박고 서울에서만 사신 분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죠. 해서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LG 이야기를 들을 일이 많았고 안방에 있는 TV 하나로 온 식구가 LG 경기를 볼 때가 잦았습니다. 이상훈이나 유지현, 김용수, 서용빈 같은 선수들이 항상 식탁의 화제였고 주변에서 지인들이 집으로 내왕하더라도 야구 이야기가 한 번 쯤은 언급이 되었죠. 97년 한국 시리즈 같은 경우 주변 교인들과 가족 동반으로 음식점에 가서 단체로 관람하기도 하고 그랬지요. LG의 패배로 끝났을 때, 아버지가 특별히 드라마틱한 비탄이나 절망이나 한숨 같은 것을 보인 것은 아니었고 곧바로 또 다른 일상이 전개되었습니다만, 찰나나마 아쉬움의 공기가 드러났고 그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아마 작위성 없는 현실적인 팬의 반응이겠죠. 이 시절 아버지가 LG팬질을 하며 겪었노라고 언급한 에피소드 중 하나가 기억이 남는데, 어느 날은 LG 경기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서 어찌어찌 표를 구해 야구장에 들어갔는데 하필이면 상대팀인 태평양 관중석으로 객석이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억지로 태평양 팬 행세를 해야했는데, LG가 연속으로 득점을 뽑아내어 승리를 거머쥐는 게 너무 기뻤는데도 내색도 못하고 다른 태평양 팬들마냥 침울한 척 하느라 곤욕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LG에 목을 맨 것까진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당연시 되는 부분 중 하나로 여기고 애착을 가져왔던 양반이 야구를 안 보시게 된지도 10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물론 그동안 LG가 못하기도 해서 사실 팬심을 유지하기도 쉽지가 않기도 합니다만, 보다 결정적인 것은 LG를, 나아가 야구를 보는 사람이 주변에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죠. 일단 가족들부터가 야구를 안 보죠. 옛날에야 TV가 가정의 절대반지던 시절이고 아버지가 야구를 보면 다들 좋든 싫든 야구를 볼 수밖에 없었으며 딱히 그걸 다들 싫어했던 것도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들 각자 할 일을 찾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컨텐츠가 다양해지고 각각 집을 새로 구해 나가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가족적인 야구 시청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희미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 가정에서 혼자 야구 보는 사람이 되었을 테고요. 그러다보면 야구를 '끊는' 결단이나 과정 같은 것도 딱히 거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야구를 안 보게 되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와 동시에 나이 먹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소원해지는 과정도 함께 수반되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야구 이야기를 하려면 독백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밖에 없지요. 혹여 지금에 와서 다시 야구를 보고 LG경기를 시청한다고 해봐야 어차피 이상훈 유지현이 뛰던 LG와는 경기내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는 팀이기도 하니 열정이 살아날 리도 만무하고요. 열광의 시기에 어떤 환희를 만끽했든, 야구공과 방망이와 막대풍선들과 손을 흔드는 군중들이 얼마나 영원해보였든, 그렇게 아버지는 LG트윈스에 대해 무감한 사람이 되었고 야구를 아예 안 보고 예의상 같이 봐줄 생각도 없는 아들녀석보다도 팀 사정에 무지하게 되었지요.

물론 이런 것은 사소한 이야기입니다. 굳이 고찰하고 넘어갈 것도 없는, 잠깐의 넋두리에 불과한 것이죠. 그러나 이런 사소한 소멸들이 거듭되면서 이윽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하나하나 꼽고 기리는 게 불가능한 어느 시점이 오면 누구나 집단 서사=자신의 서사의 사망을 직시하게 됩니다. 복날이면 좀이 쑤셔서라도 개를 반드시 먹어야만 했던 어르신들도 이젠 개고기를 잘 먹지 않습니다. 같이 먹으러 갈 사람이 없으니까요. 2002년 월드컵 16강 이탈리아 전에서 파누치의 몸을 맞고 들어간 설기현의 득점을 보며 진화 과정을 거꾸로 밟은 듯 팔짝팔짝 뛰고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도 이젠 국가대표 축구를 보지 않습니다. 다들 안 보니까요. 눈앞의 밥그릇도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 머리도 도로를 달려나가던 자동차도 죄다 당구공으로 보이던 사람들도 이젠 당구를 치지 않습니다. 다들 안 치거든요. 그야 누군가는 빠르게 손절하여 탈덕하고 다른 팀에 입덕하면서 또다른 '친구'들을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예 다른 취미를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보다 일상적인 다른 무언가에 천착할 것이고 누군가는 진짜 현실의 '친구'와 함께할 것이고 누군가는 눈을 돌려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살리려 할 테지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종착점은 대개 비슷할 겁니다. 그나마 인터넷 시대에는 사정이 달라진지라, 굳이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을 주변 현실세계에서 찾을 필요 없이 엠팍과 오유와 레딧 같은 곳에서 찾을 수 있고 그로부터 다시 '불멸'을 구할 수 있고 나의 여정에 무한한 연장전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심대한 차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래봐야 이미 본무대는 끝난 지 한참이며 앙코르는 앙코르일 뿐이겠지요.
15
리니시아
https://youtu.be/DASZ5bI0gKk
앵콜요청금지


넵,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습죠.
다람쥐
이렇게 신화가 되는 것이네요
우롱버블티
뜬금없이 20년 뒤에 젝키에 빠져 덕질하는 사람입니당(...)ㅋㅋㅋ

젝스키스의 '서사'의 가장 큰 부분도 '꿈'이죠. 10대때 그렇게 열렬하던 꿈이 깨지고, 어른이 되어 꿈같은 건 없음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어린 시절과 꿈을 그리워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젝키의 컴백은 환상에 불과할지라도 그 꿈과 어린 시절을 되돌려줬다 이런거죠. 무한도전이 그걸 이야기로 잘 꾸며서 보여줬구요ㅋㅋㅋ

예전과 지금의 차이는 '우리 오빠'와 '내새끼'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이 꼭 잘 옳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우리오빤... 더 보기
뜬금없이 20년 뒤에 젝키에 빠져 덕질하는 사람입니당(...)ㅋㅋㅋ

젝스키스의 '서사'의 가장 큰 부분도 '꿈'이죠. 10대때 그렇게 열렬하던 꿈이 깨지고, 어른이 되어 꿈같은 건 없음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어린 시절과 꿈을 그리워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젝키의 컴백은 환상에 불과할지라도 그 꿈과 어린 시절을 되돌려줬다 이런거죠. 무한도전이 그걸 이야기로 잘 꾸며서 보여줬구요ㅋㅋㅋ

예전과 지금의 차이는 '우리 오빠'와 '내새끼'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이 꼭 잘 옳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우리오빤 무조건 옳아, 무조건 멋있어'의 맹목성도 문제가 있지만 지금의 '내가 키웠으니 나한에 무조건 잘해야 해, 내 돈 받아먹으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혹은 내새끼가 잘못하면 비판을 할 줄 알아된다며 안티보다 더한 말들을 쏟아내는' 무례함과 인형놀이도 문제인 것 같아요. 결국 균형이 문제겠죠.ㅎㅎ
1
二ッキョウ니쿄
저랑 생각보다 연차차이가없으시네여...!
다람쥐
아니에요 20대랑 30대는 차이가 큽니다
전 어릴적에 NRG의 노유민씨를 보고 한눈에 반했으나 뭘 어떻게 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1n년이 지나고 그와 닮은 아이돌에게 문자투표를 해달라며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처지가 되었죠...ㅠㅠ
다람쥐
ㅋㅋㅋ 누나의 재력을 보여주쎄여!!
Redemption
이글이 올라온지 얼마 안돼서 트위터에서 회색코트가 이슈되는 걸 보니 기분이 미묘하네요.
다람쥐
누가 명품 조공이라도 했나요?
하 조공이라는 말부터가 참 그렇긴 하죠 선물이라도 하면 좀 나은데 호
다람쥐
아 찾아보니 방탄 랩몬스터 생일 광고로 지하철에서 싸운(?) 그 글이군요
하필 또 모 남팬과의 관계로 문제 많은 팬덤이라 조작인지 아닌지도 문제가 ㅠㅠㅠㅠ 휴 피곤하네요
팬이 뭐라고 조작질까지 ㅠㅠ
Redemption
인터넷이 발달했지만 맹목적인 팬심은 여전하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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