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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7/17 20:17:20
Name   난커피가더좋아
Subject   \"재벌의 승리\", \"기업왕조의 강화\"
네. 예상하셨다시피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되자 쏟아져 나온 외신 반응입니다.

뭐 딱히 새로울만한 반응은 아니어서 이 얘기를 주로 하자는 건 아닙니다.

홍차넷을 이용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기업이나 자본시장 관련 전문가들이신지라 제가 뭐 복잡한 메커니즘과 이면의 스토리를 읊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저 "그냥 둘이 통합하는 데 미국 사모펀드가 문제제기를 했고

삼성이 이를 막아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서 '아 이런 측면이 있구나'라고 조금 더 알 수 있게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1. 대관식만 남았다.

이재용 부회장 얘깁니다. 이제 승계는 거의 다 온거 같습니다. 삼성전자 회장 직함만 달면 모든게 끝납니다.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newsview?newsid=20150717185415159

링크 걸어놓은 기사가 이를 잘 설명하고 있지만, 뉴스성으로 빠르게 쓰다보니 그간의 진행과정과 내용은 좀 빠져있네요.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5월 아버지(이건희 회장)의 지위 3개 가운데 2개를 물려받습니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입니다. 이 두 자리, 특히 삼성생명공익재단 자리는 북한의 '국방위원장'과 같은 상징성이 있습니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 거죠. 정통성의 상징입니다.

뭐 어쨌든 '지위의 승계'와 달리 '지배구조'는 좀 복잡한 측면이 있어서 이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역시나 2015년 5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계획이 발표됩니다. 제일모직이 삼성 물산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제일모직은 삼성물산 주식 1주당 제일모직 신주 0.35주를 교부합니다. 제일모직 주식이 훨씬 가치가 높게 평가가 된 거죠.

이렇게 되면, 앞에 기사에도 살짝 써 있지만,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이 부회장의 지분은 16.5%로, 7.8%를 갖고 있는 이부진/이서현의 지분은 5.5%로 바뀝니다. 공주님들은 각자 자기 일들에만 전념하시고(호텔-면세점과 광고회사) 이제 세자님이 왕이 되시는 거죠.

(아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2.9%로 조정됩니다.) 총수일가를 다 합치면 30.4%가 됩니다. 합병 삼성물산은 당연히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되고요

좀 복잡했던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는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 등으로 지배구조가 바뀝니다. 위 링크 기사에서 이는 비교적 잘 설명해 놨네요.


2.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왜 반대했나? 이대로 물러날 것인가?

그저 무난하게 잘 돌아갈 것만 같았던 이 진행과정에 생각지 못한 변수가 등장했는데, 그게 임시주총 소집통지와 합병결의 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낸 엘리엇매니지먼트라는  미국계 헤지펀드입니다.

https://kongcha.net/pb/pb.php?id=free&no=602

아래 관련 글에서 기사 몇개를 걸어놓으신 분의 링크를 따라가보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요구사항 등이 나옵니다. 그 이유도 나오고요.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에 굉장히 일리가 있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분명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가 됐지요? 그게 문젭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3대주주입니다. 삼성물산의 합병설명서를 보면, 대부분 삼성물산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구조로 사업계획이 나타나는데,

결국 삼성물산 덕에 제일모직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고,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장사라는 거죠. 주주로서 마땅히 할 수 있는 문제제깁니다.

그럼 언론 보도대로 '예상과 달리 삼성측의 압승'으로 끝났으니 이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여기서 물러날까요?

(근데 진짜 웃기지 않습니까? 삼성물산의 3대 주주는 왜 '삼성 측'이 될 수 없는 거죠? 주주자본주의하에서 주주는 회사의 주인 아닙니까? No.3 주인인데요? 물론 몰라서 여쭙는 건 아닙니다. 참 웃기고 유치해서 그렇습니다. 여기에 국익을 끼얹다니.)

뭐 어쨌든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회장 폴 싱어는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닌 거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 채권이 디폴트 선언으로 휴지조각기 되자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 중이던 아르헨티나 해군 함정을 압류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미국 공화당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 실력자이고 '자유시장'에 대한 무지막지한 추종자이자 원칙주의잡니다.

여론같은 것도 신경안쓰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콩고 정부의 디폴트 국채를 놓고도 소송과 협상을 벌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대로 물러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미 '삼성왕국'인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앞으로 남는 문제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라든가 승계는 아주 부드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SK와 소버린의 다툼에서 봤던 것처럼, 한국의 가족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이러한 승계방식, 뭔가 '자유시장주의와 동떨어진듯한' 지배구조 문제는 한국 재벌들의 취약성으로 계속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언제든 이에 문제제기하는 대형 펀드 등의 주주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부 경제신문에서는 그래서 중요한 인물들에게는 '10배 가치'의 주식을 갖게해서 방어력을 높이자는 등의 소리를 떠들어댑니다만, 그 기준은 또 어떻게 정한답니까?

혈연인겁니까? 그럼 주식회사를 하지 말아야지요. 기업공개를 하지 말아야지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론스타의 '먹튀'라는 프레임에 갖혀 '국익 관점'에서 계속 이 같은 사안을 대하는 것이 과연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건지, 더 나아가 한국사회가 건강한
자유시장경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건지 따져보고 고민해야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나라에선 그런게 안될 겁니다. 안될겁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아마. )

이상 오늘의 가장 큰 경제 이슈에 대한 간략(하려다 길어진)한 정리를 마칩니다. 도움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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