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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7/30 13:55:56수정됨 |
Name | Bergy10 |
Subject | 대학 새내기 시절, 이집트에 여행갔던 이야기. |
때는 스무살 때의 그 어느날. 대학에 입학하고, 술을 열심히 마시다 보니 금세 여름은 왔고 방학을 맞이했었더랍니다. 당시에 하도 놀러다니며 주구장창 술만 마셔대는 아들내미를 보다 못하신 아버지가 제안을 하나 하셨었죠. 당신께서 이집트로 열흘정도 출장을 가시는데, 따라와서 잡무 좀 보고 수발 좀 들으라고요. 그럼 용돈도 좀 챙겨주시겠다고.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오죽 답답하고 속이 터지셨으면 그러셨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때는 피라미드 하하하하하 스핑크스 하하하하하 미이라 하하하하하 낙타 하하하하하 아프리카 하하하하하 라는, 신기한 경험이나 좀 해보자 라는 생각에 아버지와 직장 동료분을 따라서 이집트로 갔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몇가지 경험이 있는 이집트 여행이 시작되었었죠. ㅋ 그 이야기를 좀 해 보자면. 1.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사실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피라미드를 보면서 생각보다 대따 크다...라고 느꼈던 감정은 남아있지만. 가보기 전에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줄 알았는데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가기 편한 곳에 있던 것도 그렇고, 또 피라미드 안에 들어갈수는 있었어도...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몇십미터만 들어가면 그 이상 관람을 못하게 제한해 놓아서. 한 5분도 안되는 정도에 내부 구경이 끝나는 터라...하여간 그 규모에 놀랐던 기억 말고는 별다른게 없네요. 2. 버스. ....이게 진짜였습니다. 당시 카이로 시내에도 여느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버스 정류장이라는게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별로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물론 정류장마다 버스가 정차하고 사람들이 타고 내리기는 했지만. 문제는 아래에 적은 일이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상적인 보통의 일이었다는 거. 버스가 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승객 한명이 기사분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면 버스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기 시작합니다. 안그래도 차 앞문이나 뒷문을 왜 이렇게 안닫고 열어놓을까...싶었는데, 버스가 속도를 줄이면 그 소리를 지른 승객이 뛰어내립니다. 정류장이 아니라서 정차는 하지 않습니다. 속도를 줄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냥 막 뛰어내립니다. 마찬가지로,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한 사람이 버스를 보고 손을 흔듭니다. 버스가 속도를 줄입니다. 그 사람이 막 뛰어올라 탑니다. ...며칠 지나니 저도 적응이 되서 그랬는지,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3. WAR. 아버님의 일이 대충 끝나고, 이틀정도 나일강 주변으로 투어를 돌았었습니다. 원래는 택시 한대 대절해서 주변을 돌아볼 생각이었지만, 치안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다니는 단체 여행을 갔었죠. 여하튼, 어느 마을 근처를 지나가는데. 엄청 큰 굉음이 울리길래 당시에는 군대를 가기 전이어서 이게 무슨 소린가 했었습니다. 알고보니 소규모 총격전이 벌어졌더군요. 한 마을에 관광객이나 자국 여행객들을 노려서 등쳐먹는 강도떼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이 실수로 옆마을이 고향인, 오래간만에 돌아오는 사람들을 건드렸다나요. 그래서 두 마을간에 몇십명 단위의 전투가 발발한... 그래서 몇시간 동안 저희 버스는 위험하니까 기다리라는 옆 마을 민병대에 통제당하면서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고, 이 문제는 그날 밤에 탱크를 가지고 개입한 정부군에 의해서 종결이 됩니다. 아니 근데, 겨우 돌아가는 사람들한테 돈달라는건 또 뭐였는지... 4. 결론. 참 다이나믹한 경험이었습니다만, 사실 안하면 더 좋은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때 다짐한게 있지요. 앞으로. 절대. 다시는 치안이 불안정한 나라에 여행을 가지 않겠다....라는. 그제 한잔 같이 한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이집트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하길래, 문득 이 일들이 떠올라 글을 씁니다. ㅋ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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