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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7/11 19:35:15
Name   한아
Subject   웹드라마 편집실입니다. - 2
오랜만에 편집실 이야기를 쓰네요.
중간에 잠시 쉬는 기간이 있었는데, 다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저께 드디어 모든 촬영이 끝났습니다.

편집실은 이제 시작인거죠.
사실 보통 드라마라고 하면, 갈수록 생방수준으로 실시간으로 작업하기 떄문에,
본 촬영이 끝날때쯤, 편집실 일도 거의 끝나게 되지만,
저희처럼 사전제작 방식으로 작업하게 되면, 이제 후반작업 시작인 겁니다.

영화에서는 보통 [프리 프로덕션(시나리오/촬영준비) - 프로덕션(촬영) -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작업)] 이렇게 나눠서 부르구요.
편집은 포스트 프로덕션의 여러가지 작업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작업입니다.
다른 작업으로는 CG, 사운드 믹싱, DI 등 여러가지가 있죠.
촬영으로 잡아온 싱싱한 재료를 가공하고 다듬어서, 관객/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하나의 요리로 빚어내는게 후반작업 팀의 일입니다.



[편집] - 이라고 하면 흔히 원본 클립들을 자르고 붙이는 일을 떠올리실텐데요.
저도 본격적으로 영화 공부하기 전까진 대강 그런식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작업을 들여다 보게 되니, 비슷하긴 한데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이야 디지털로 모든 과정을 작업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전에 필름으로 작업했을때에도 편집자가 직접 클립을 자르고 붙였던 시절은 좀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물리적으로 필름을 자르고 붙였지만, 요즘의 편집실은 이런 일은 안합니다.
타임코드 개념이 도입된 이후로는 편집기사에 대해서 영상 클립을 '자르고 붙이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기 보다,
사용할 영상 클립의 타임 코드와 그 위치를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게 더 맞아보이거든요.
물론, 최종 결정에 대한 영향력은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갖고 있긴 하지만요.

초창기 영화 제작에서는 편집에 그렇게 큰 미학적, 예술적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바느질 공장에서 바느질 하는 사람처럼, 주로 여성들이 공장에서 일하듯, 수십캔의 필름들을 다루면서, 수만개의 프레임을 만지면서, 일일히 자르고 붙였지요.
궁금하시면 고전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안에 꽤나 자세히 묘사되어있습니다. https://youtu.be/z97Pa0ICpn8
하지만, 현대 영상 편집은 이렇게 단순 노동 작업이 아니게 되었죠.

사실 촬영 분야는 이제 거의 대부분 디지털 촬영으로 대부분 넘어와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대형 필름]으로 찍었다, 같은 소식이 이슈가 되지만,
편집에서의 디지털 도입은 촬영보다 최소 15년 이상 앞섭니다.
방송은 이미 인화/현상비가 비싼 필름을 버린지 오래되었고, 비디오테잎을 쓰고 있었죠.

영화 쪽은 위에 사진에도 보이는 고가의 필름 편집기 '무비올라'가, 디지털 편집기인 '아비드'로 바뀌기 시작한게 90년대 중반이었으니까요.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아시는 분은 아실 애플의 파이널 컷 프로가 고가의 아비드보다 값싸게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애플은 영상분야 쪽 컴퓨터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고, 편집실들은 과거의 불편한 아날로그 편집 시스템을 버리고, 디지털 편집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헀습니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자세한 내용들은 유명한 영화 편집자이자, 사운드 편집자인 월터 머치의 저서 <눈 깜빡할 사이>에 나와있습니다. 얇은 책이라 읽기도 편하실 거에요.
(월터 머치는 아카데미 편집상 수상작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편집한 사람이고, 최초로 아비드사의 디지털 편집을 이용하여 편집상을 수상한 사람입니다.)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김형구 촬영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 DVD 서플먼트에 포함된 간단한 인터뷰에서 영화 촬영 현장을 '전쟁터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끊임없이 터지는 크고 작은 사고들, 촬영을 진행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들,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계속해서 찍어나가야 되는 샷들...
이런저런 고난을 겪어서 나온 촬영 현장의 결정체가 외장하드에 담겨 편집실로 전달이 됩니다.

지난 글에서 슬레이트에 간단한 언급을 했지만, 이런 모든 복잡한 일들이 꼬이면서,
현장에서 놓치는 부분도 많이 때문에, 어떠한 부분을 촬영해야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기 위해, 촬영본의 모든 부분을 기록하는 스텝이 따로 있습니다.
한국에선 '스크립터'라고 하는 스텝이고, 미국에선 컨티뉴이티 슈퍼바이저, 혹은 Scripty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영상 문법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깊어야하고, 사전에 시나리오를 자세하게 분석하여,
현장에서 실제로 찍는 장면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계획한 것과 맞는지 계속해서 감독해주는 역할이죠.
영화 현장에서도 중요한 사람입니다만, 러닝타임이 훨씬 길고, 미장센보단 대본이 우선시 되는 한국의 드라마 현장에선 꽤나 영향력있는 스텝입니다.

그래서 편집실엔, 촬영본과 함께 스크립터가 기록한 스크립노트가 같이 날아오는데요.
이걸 가이드삼아 편집 조수가 각각의 클립들이 전체 드라마/영화에 어디에 해당하는지 정리하게 됩니다.

지금 저같은 경우는 2화, 3화, 7화, 9화, 8화를 한날에 같이 찍어와서, 이것들을 각각 맞는 위치로 분류하고 있네요.
스크립 노트가 없다면, 저는 대본을 펼쳐놓고, 클립들을 일일히 틀어보면서, 대사를 듣고, 그것이 대본의 어디에 있는지 하나하나 찾으면서 정리해야겠죠.
그리고 제가 들고있는 10회분량의 대본은 250페이지 가량 됩니다.
상상만 해도 지옥같네요.

어찌되었든 이제 모든 현장 촬영은 끝났고, 본격적으로 편집실이 가동되어야 할 시기네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인내심 싸움이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웹드라마 같은 경우는, 촬영 현장에서 찍은 클립들을 플레이백 해 볼 시간도 부족해서,
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스텝 중 제가 가장 처음으로 촬영본을 보게되는 스텝이 되었네요.(봐야 정리를 하니까요!)
지루하고 귀찮은 반복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만, 배우들의 가공되지 않은 연기를 접해보기도 하고... 흥미로운 부분들도 많습니다.
기회되면 계속 글 올려볼께요.



+ 웹드라마에 주연으로 참여한 배우의 싸인을 받았는데... 일본어네요.
싸인을 받았는데 무슨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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