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4/20 03:43:40
Name   다시갑시다
Link #1   http://redtea.kr/?b=3&n=5474
Subject   그대의 뽀얀속살을 그 위에서 보았을때 내 심장은...
바로 아래 Morpheus님의 글을 보고 영감을 받어 작성해봅니다.

개인적으로 고기를 요리하면서 두번째로 심장이 요동칠때는 고기를 뒤집어야할때 고기가 내가 아니라 후라이팬이랑 끈적한 관계를 형성했음을 알아챌때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고기를 뜯어낸후 미련이라도있는듯 후라이팬에 남아있는 살점들과 내 손에있지만 드러난 고기의 속살은... 그 어떤 주방에서도 보고 싶지 않은 불륜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되도록이면 우리 홍차클러들 모두 고기와 순결하고 이쁜 (이과적인) 사랑을 하기를 바라기에 몇자 올립니다.

고기가 내가 아니라 후라이팬에게 들러붇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한편입니다. 바로 내 사랑과 충분히 뜨겁지 못했고 배려와 인내심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일반인들의 요리에서 퀄리티의 차이를 내는 요인은 몇가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애초에 격이 다른 초특급 재료나 복잡하면서 정교한 요리방식을 사용하지는
않을거자나요? 그렇다면 기본적인 요리법에서 차이가나는건데, 여기에서 가장 직관적이고 중요한것은 Morpheus님의 글에서도 언급되었고, 댓글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된 [열]입니다.

재료에 얼마나 많은 열을 어느 속도로 보내주는지 컨트롤하는게 요리의 기본이라고 할수있는거죠.

이걸 파고 들어가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수있습니다. [열]만본다면 제가 아주 좋아하는 열역학과 역동학의 분야이고, 이걸 실제로 어떤팬을 써서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해본다면 이는 재료공학, 특히나 금속공학의 영역이기도합니다 (후아...). 제가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하면서 후라이팬을 장만하려할때 리서치를 시작하고서는 이런거 둘러보느라 이사하고서도 한달동안 후라이팬을 못샀어요... 그러다 결국엔 졸업하는 선배가 남기고간 코팅 다벗겨진 싸구려 테플론 코팅팬을 쓰게된 슬픈 이야기가... 크흠...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의 목적은 난 딴 음식을 보아도 고기는 나만 바라보게하는거죠.
궁극의 사랑에 한걸음 다가갈수있는 비결은 바로 다음 영상에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기의 사랑을 독차지할수있는 흑마법입니다.

물방울이 금속판자위를 힘차게 달리는것을 볼수있는데요, 이 흑마술의 이름은 [라이덴프로스트 효과/Leidenfrost Effect]입니다.
1776년 독일의 의사였던 라이덴프로스트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묘사를했다고 하는군요.

제가 여기에서 한가지 큰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흑마법... 이 글을 읽고계신 여러분 모두 시전이 가능하다는거죠.

라이덴프로스트 효과의 비결은 금속판자의 온도에있습니다. 금속판자의 온도가 100도 이상이지만 물방울 전체를 즉각 증발시킬만큼 뜨겁지 않은 온도를 유지하는것이 바료 그 비결입니다. 이 온도범위가 유지될 경우 물방울은 떨어지면서 뜨거운 금속판자에 먼저 접촉하는 아래쪽 일부분만 빠르게 증발을해 하나의 층을 형성하고 나머지 물방울은 오히려 금속과 접촉을 못하게됩니다. 그리고 뜨거운 증기를 둥둥타고 물이 마구마구 뛰어다니는거죠. 물방울이 근두운을 타고 다닌다고 생각하시면될것 같네요.

흑마법스럽게 라이덴프로스트 효과는 미스테리가 꽤 있는 효과라고합니다. 실제로 이 효과가 시작되는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것은 꽤나 어렵다고합니다. 금속표면의 특성은 물론이고 물의 성분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요, 적당히 찾아보니까 약 150~200도 정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슬퍼하실 필요 없습니다. 왜냐구요? Morpheus님의 글에서 한소절을 기억해보죠...

[... 그렇다면 마이야르 반응을 크게 발생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30~200 도 사이가 마이야르 반응이 극대화되는 온도입니다. 즉 저 사이에서 조리를 하면 된다는거죠....]


!!!

네 바로 이 라이덴프로스트 효과의 시작범위는 마이야르 반응의 최적 온도범위와 거의 완벽하게 겹칩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고기의 사랑을 빼았아올수있는 비결입니다. 특히나 코팅이 없는 스텐리스 후라이팬에서 유용하죠.

스텐리스 후라이팬을 예열을 시작하고 기다려야합니다. 원래 진정한 사랑엔 시간이 필요한법이니까요. 기다립니다. 그리고는 물을 조금 뿌려보는거죠...
온도가 너무 낮다면 물이 그냥 그대로있을테고, 조금 낮다면 후라이팬에 넓게 퍼지면서 증발할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물이 퍼지지 않고 물방울을 형성하면서 후라이팬에서 피겨스케이트를 타는 그 순간이 바로 고기와 나의 사랑을 확인할 순간인거죠!

이 온도에 도달했을때에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잠시 기다려서 기름 또한 그 온도가 되었을즈음에 고기를 올려주면, 잘 예열된 기름덕분에 고기가 후라이팬이 아니라 나만 바라볼테고, 그 맛있는 마이야르 반응이 촤르르촥찹 이루어지면서 내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하고 그걸 우리는 집어 들어서... [*^^* 19금]


으흠.. 네 그렇고 그런겁니다. 사실 스테인리스 후라이팬에 물을 뿌려서 온도를 확인하는법은 스텐리스팬을 쓰시는분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테크닉이라고 알고있습니다. 그래도 라이덴프로스트 효과라는 이름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아! 끝내기전에, 이 방법으로 계란 후라이 하시려고하면 힘듭니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계란은 60~80도 정도 사이에 익을꺼에요. 라이덴프로스트 효과가 나타날때까지 기다리시면 온도가 너무 높은거죠... 그럼 계란과 사랑하는 방법은?? 그냥 테플론 코팅팬 쓰는게 젤 맘편하다고... 걔네둘은 서로 취향이 아니라 눈이 잘 안맞아요...



7
  • 양자역학 글 쓰시라니깐 이런 좋은 글을 쓰시고...!
  • 이과 망해라
  • 이과네? 이과여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53 스포츠[사이클][리뷰] 2019 Strade Bianche : 퀵스텝의 폭주 10 AGuyWithGlasses 19/03/12 6479 10
2250 영화캐롤 (2015) _ 엥? 이 영화 완전 거품 아니냐? 20 리니시아 16/02/18 6479 1
11529 일상/생각200만원으로 완성한 원룸 셀프인테리어 후기. 29 유키노처럼 21/03/28 6478 46
10957 사회게임, 영화 기록으로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진정성'을 입증하겠다는 검찰의 행태에 반대하는 이유 26 ar15Lover 20/09/14 6478 1
10456 일상/생각이번해 꽃구경은 알겠슘돠 20/04/03 6478 0
5313 사회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나라 15 烏鳳 17/03/28 6476 34
7439 육아/가정2017 어머 이건 사야 해! 18 빠른포기 18/04/26 6475 6
10517 일상/생각내가 좋아하는 것 40 프링 20/04/20 6474 14
5034 기타[마감] 홍차상자 우편배달 이벤트 (지방 한정) 74 새벽3시 17/02/28 6474 35
3007 문화/예술'월말인데 돈이 없다. 돈을 벌어야겠다.' 22 당근매니아 16/06/12 6474 1
1886 일상/생각자기 검열 7 절름발이이리 15/12/30 6474 1
12568 정치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이 꺼려지는 이유. 44 파로돈탁스 22/03/03 6473 5
11778 사회자연선택과 단기적 이익 13 mchvp 21/06/12 6473 6
11561 일상/생각☆★ 제 1회 홍차넷배 몬생긴 고양이 사진전 ★☆ 41 사이시옷 21/04/08 6473 23
10863 IT/컴퓨터5번째 아이폰 후기 4 Cascade 20/08/17 6473 0
10717 기타최근 화제가 되는 부동산 글 관련하여 51 배워보자 20/06/26 6473 8
10149 음악[팝송] 제가 생각하는 2019 최고의 앨범 Best 10 4 김치찌개 20/01/05 6473 3
1599 일상/생각노동자 잔혹사 11 nickyo 15/11/19 6473 13
6943 도서/문학올림픽의 몸값 (오쿠다 히데오, 2008) 7 epic 18/01/15 6472 8
5781 정치작은 푸념 24 열대어 17/06/12 6472 14
845 도서/문학"걸리버 여행기"를 부탁해... 9 Neandertal 15/08/26 6472 0
6424 게임[LOL] 울프의 인터뷰로 보는 SKT 이야기 15 Leeka 17/10/16 6471 0
3031 도서/문학"한국 노벨상 집착 당황스럽다" 33 기아트윈스 16/06/15 6471 0
10441 오프모임[마감] 4월 2일 목요일 7시 뱅뱅사거리 벙 39 라떼 20/03/30 6470 12
10232 역사오등작제(五等爵制) 논쟁 -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모른다 3 Chere 20/01/28 6470 1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