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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4/12 07:32:50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유치원/어린이집 이야기
좀전에 어떤 자료에서 서울에서 등록금이 비싼 유치원 랭킹을 봤어요. 모두 연간 등록금 기준이고 1등이 1,500만원이 조금 못되던가 그렇더라구요. 어제오늘 핫토픽인 만큼 현실이 어떤지 궁금해서 조사를 좀 해봤어요. 그 결과를 발제문 형식으로 제출하오니 홍차클러 여러분의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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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국내 유아 교육/보육업계에는 대략 다섯 가지 하위 구분이 있어요.

국공립 유치원
사립 유치원
국공립 어린이집
사립 어린이집
그냥 일반 학원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일하는 선생님의 자격요건을 기준으로 달라진대요. (교육이냐 보육이냐)

여기에 더해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아닌 그냥 학원들이 있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시무시하게 비싼 영어유치원은 보통 이 범주에 들어가요. 겉으로는 유치원 비스무리한 이름을 쓰는데 실은 유치원이 아니니 헷갈리지 마쒸길 (노래방-->오래방 같은 케이스).

학원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네 시설들은 모두 다소간 국가 보조를 받아요. 하지만 자격증 차이로 인해, 그리고 국가 보조 비율의 차이 등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차이가 나요 (그렇다고 해요). 이는 대충 아래와 같아요 (순서는 위에서 아래로).


그냥 일반 학원
국공립 유치원
사립 유치원
국공립 어린이집
사립 어린이집


그런데 학부모의 실제 분담금을 기준으로 줄을 세우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순서는 위에서 아래로)


그냥 일반 학원
사립
공립


이러다보니 국공립은 품질도 짱인데 가격도 혜자예요. 인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지요.

그렇다면 사립은 얼마나 비쌀까요? 적당한 사립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은 기본 18만 원/월 에 더해 추가비용을 이것저것 더해서 30만 원/월 정도래요. 조금 더 좋은 곳을 가려면 월 50 정도 생각하면 된대요. 그러면 대충 연간 400~600만 원이 들어간다고 할 수 있어요.

[그냥 일반 학원] 범주에 들어가는 영유아 영어학원들은 대략 연간 1,500~2,500 정도가 들어간대요.


이제 이 기관들에서 종사하는 이들의 평균 급여 수준을 아라봅시다.

자료는 더 최신 걸 찾아보려고 했는데 제 능력 부족으로 2013년도 것 밖에 못찾았어요. 당시 기준으로 수당이 모두 포함된 (아마도 세전) 월 평균 급여가


공립 유치원 교사 336만 원

사립 유치원 교사 207만 원

공립 어린이집 교사 214만 원

사립 어린이집 교사 160만 원

사립 어린이집 교사 142만 원 (가정 어린이집)


일반적으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록 사람이 마음이 여유로와지고 일도 잘 해요. 그렇다면 공립 유치원이 제일 좋겠군요. 사실상 전액 세금 부어서 운영되는데 안 보낼 이유가 없지요. 제일 싼데 품질까지 제일 좋다니.

안타까운 건 사립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예요. 한 번이라도 애를 직접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게 진짜... 어마무시한 감정/육체 노동이에요. 애 하나만 봐도 스트레스가 팍팍 몰려오는데 혼자서 6~7명씩 하루 9시간씩 보고 있으려면...으으... 그정도 노동을 하고 월 142라니. 아찔해요.

더 그림이 안좋은 건 이들의 평균 경력이 5년이 안된다는 거예요. 말하자면, 평생 직장으론 어림도 없는 이야기고, 젊은 미혼 여성 노동력을 착취하다 그들이 결혼할 즈음에 버리는 구조로 움직이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왜 사립유치원/사립 어린이집은 저렇게 급여 상태가 안 좋을까요?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 때문이에요.


1. 정부 통제로 원비 인상을 사실상 못함
2. 정부 지원이 공립에 비해 현저히 적게 나옴


우리 교육부는 매년 표준 유아교육비라는 걸 공시하고 거기에 맞춰서 각급 시설에 보조금을 줘요. 산정 기준은 이미 교구와 시설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애 하나를 1달 보는 데 필요한 비용이래요.

이 값은 2017년 기준으로 평균 44만 원 (공립 53만1천 원, 사립 41만3천 원) 이었어요. 물론 매년 상승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해요.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가는 재작년 0.7%, 작년 0.9% 오르는 데 그쳤대요 (ㄷㄷㄷ 레알?). 그래서 표준 유아교육비도 병아리 눈물만큼 오르는 데 그쳤어요.

(http://www.moe.go.kr/boardCnts/view.do?boardID=294&boardSeq=64702&lev=0&searchType=S&statusYN=W&page=10&s=moe&m=0503&opType=)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링크 타고 가서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공시된 상승률 이상으로 원비를 인상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X박살을 내주겠다는 엄포를 해두었어요. 말하자면 [의료수가] 비슷한 거라고 보시면 돼요. 엄밀히 말해 국가가 부담했어야 할 비용을 민간에게 전가한 거지요.


자, 그렇다면, 공립 추첨에 떨어져서 비싼데 (대략 연 400~600) 품질까지 나쁜 사립 유치원/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게 된 부모들의 이 거대한 불만과 원한을 달래면서 동시에 수가정상화를 통한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에서 나온 두 가지 원인 중 하나만 제거하면 돼요.


1. 의료수가 표준 유아교육비 없애버리고 원비를 정상화한다.

--> 갑작스런 원비 인상에 학부모 불만 폭증으로 무장봉기 --> 체제전복 --> 중/미군 진주 --> 분할신탁통치

음... 바람직한 결론처럼 보이진 않네요.

그렇다면 2번을 해결하는 게 좋겠어요.


2. 전국 유치원/어린이집을 모두 국가가 인수하거나 사실상 전액 지원해서 국비로 무상교육 실시.

말하자면, 서울시 버스개혁 모델과 비슷해요. 기존 민간 사업자를 '사실상' 서울시가 인수해버리는 식으로 해결한 거지요. 까짓거 세금 때려박아서 캭 막 확...



전 2번 안이 1번 안보다 더 훌륭할 본질필연적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2번 안은 아이를 못 낳거나 낳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서 걷은 세금을 그들의 이익과 전혀 상관 없는 분야에 대량살포하겠다는 거예요. 저야 애가 있으니까 2번 안이 당장 분홍빛 반짝반짝 꿈결 같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만약 애가 없거나 없을 예정이라면... 딱히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을 거예요. 하물며 다른 복지현안들을 챙기느라 증세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는 마당이잖아요. 아니 내가 애를 안낳겠다는데 부모들 애보는 비용 명목으로 소득세율을 올리겠다고 하면 좀 그렇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어쩌면 저정도 수준의 파격적인 세금+복지 폭탄을 이 분야에 때려넣어야할 때가 되었는지도 몰라요. 출산률 제고가 아주아주 시급한 과제이니만큼 다른데 못쓰더라도 여기에 쏟아부어서라도 출산을 유도하는 게 장기적으론 이익일지도 모르지요.

게다가, 제가 알기로 한국 사회는 의료/교육 등의 방면에서 세금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제법 선호해요. 전 별로 안좋아하지만, 대중의 정서가 그렇다면 그쪽으로 가는 게 맞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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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턴 [영국은 어떤지 아라보자] 

1인당 GDP(PPP)를 보면 작년 기준으로 한국은 영국의 89%수준이었어요 (영국 42,500/한국 37,900). 올해는 파운드화가 대략 30%가량 하락했으니 어쩌면 2017년엔 영국<한국이 될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영국의 최고급 유치원은 한국 최고급 사립유치원보다 10%정도 비쌀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어요. 한 1,650만 원쯤? 어디 한 번 아라봅시다.

저희집 바로 옆에 너서리(nursery, 유치원/어린이집)가 하나 있어요. Bright horizons라고 너서리 브랜드 중에선 꽤 덩치가 큰 곳의 지점이에요. 그러니까, 적당한 가격에 평범한 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식음료업계로 치면 맥도날드 같은 곳.

그런데 아이 하나 주5일 풀타임 보내는데 월간 1,000파운드 조금 더 들어요. 현재 환율로 140만원, 작년에 브렉시트 결정나기 전 환율로는 180만원 정도. 그러니까, 1년 1,680만원이군요.

영국의 서울은 런던이니까 런던으로 한 번 비교해볼께요. BH보다 약간 더 비싼 브랜드(Asquith, 버거킹 정도?)의 런던 어드매 지점은 월간 1,800파운드, 현재환율기준 250만원 정도예요. 1년 3천만원.

2016년 기준 런던 거주 부모가 자녀 하나를 풀타임(주5일 종일반)으로 맡기는 데 들어간 [평균] 비용이 15,700파운드라고 해요. 우리돈 2,200만원.

휴....

제가 만일 여기서 포닥을 하게 되면 1년에 3만파운드정도를 받을 수 있어요. 제가 애가 둘이고, 둘 다 위에서 말한 월간 1,000파운드짜리 유치원에 보낸다고 생각하면 연간 24,000파운드를 유치원비로 써야하니... 이거 말이 안되네요 ㅋㅋ 못보내요.

애가 만 3세 이상이 되면 정부에서 주당 15시간까진 보조금을 줘요. 하지만 15시간이래봤자 총액의 30%를 보조해주는 데 불과해요.

물론 다른 선택지도 있어요. 무료로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지요.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일 3시간만 맡아주는 데에 맡기면 돼요. 주 15시간의 정부보조만큼만 애를 봐주는 거예요. 물론 이런 곳도 만 3세 이전엔 얄짤 없이 최대값을 내야하지만요.

그렇다면 여긴 어떻게 애를 맡기나요. 한국보다 딱히 잘 살지도 않는데 유아 교육/보육비가 저렇게 가공할 수준이라니.

그래서 오페어 (au pair) 를 많이 써요. 오 페어는 불어로, 언어 습득을 위해 현지인 가정집에 머무르며 집안일을 도와주는 젊은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에요. 스페인의 살인적인 청년실업률 (공식적으로 약 50%)이 매년 50만명의 스페인인을 유럽 전역으로 밀어내고 있어요. 이들의 대부분은 "영어라도 배워보려고" 영국으로 오고, 그들 중 젊은 여성들은 어떻게든 거주비를 아껴가며 영어를 배우고자하는 마음에 오페어 자리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어요.

오페어는 보통 주 30시간 정도 애를 보거나 집안일을 해줘요. 숙식은 주인집에서 제공해주고, '용돈'으로 월 300파운드 (42만 원) 정도를 받지요.

...

이게 이런 착취가 또 없어요. 멀쩡한 영국 노동자를 풀타임 내니로 쓰려면 저거의 딱 10배를 줘야 해요. 그게 비싸니까 값싼 외국인 비정규직을 영어를 연습할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명목으로 1/10 가격으로 후려쳐서 쓰는 거예요.

한 기사에 따르면 어떤 주부가 오페어를 구한다고 공고를 냈더니 무려 2천 통의 지원서를 받았고 그 대부분은 스패니시였대요 


생각해보세요. 한국에서도 '이모님'을 숙식 제공해가며 쓰려면 월 200 이상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 인접국가에서 젊은 처자들이 '그 1/10 가격에 일해드릴 테니 제발 집에서 한국말이나 배우게 해주세요' 하면서 한 사람 구하는데 2천 명이 지원한다고?

에이 쒸 진짜 더러워서...

영어 못하는 죄지 누굴 탓하리오....



(전 이제 자러갑니당. 피드백은 내일 오후나 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산적인 논의가 되길 바라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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