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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25 21:58:10
Name   숲과바위그리고선
Subject   케이크를 즐기는 남자들.

특별히 뭔가 의미있는 글을 적고자 함은 아니라 문득 떠오른 장면에 글을 한번 남겨봅니다.


약 8~9 년 전쯤 약 1년 반정도의 기간동안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뭐 이를테면 현재 직업을 위한 경험을 위해서 였습니다.

당시, 저는 친동생(형제 입니다.) 과 함께 일본에서 살았습니다.
동생은 니카센 이라고 불리우는 일본 과자전문학교에서 유학을 하며 뼈빠지게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겸 학생이었고,
저도 뭐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 동생의 약 4년정도의 유학기간중 약 1년 반정도를 신세를 지며, 함께 먹고 자며 일본인이 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런 외국인 노동자였습니다.

대개들 그렇겠지만, 여유가 넘치는 유학생활이 아닌 경제적으로 굉장히 빠듯하게 생활하던 시기였기에,
다들 기대하는 일본의 다양한 식문화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돈을 나름 쓰는 곳은 커피와 디저트 뿐이었죠.

그래서 항상 둘이 아르바이트 or 학교 생활이 비어있는 날이면,
밥은 꼭 집에서 해먹고, 그날의 목표 가게를 정해 디저트 투어를 하고 다시 집에와서 밥을 해먹는 그런 생활을 했습니다.

즉, 밥값은 최대한 아끼고 그 아낀 돈으로 디저트 투어를 하는 그런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
가끔은 아쉬움도 있었지만, 나름 즐거웠던 추억쯤으로 기억됩니다.

제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건, 실은 요즘 종종 느끼는 장면 때문입니다.

저와 동생은 일본 생활 후, 약 6년 전쯤 한명은 커피 및 음료, 한명은 케이크를 비롯한 디저트 라는 파트를 담당하는 카페를 오픈하여 지금까지 쭉 해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어쨌든 버티는게 장땡인지 어느덧 이 업계에서 조금은 이름이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부분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대부분인 그런 곳이랍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예전에는 생각치도 못한 그런 장면들이 종종 발견됩니다.


저희가 물론 맛집들만 찾아서 투어하긴 했지만, 제가 일본에서 동생과 디저트 투어를 하면서 깜짝깜짝 놀랐던건.
8~9년 전 일본에선 생각보다 남자 손님 혼자 라던지, 남자들끼리 디저트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참, 당시에는 뭔가 문화적 충격까지 느꼈죠.
저희도 뭔가 덩치가 큰 곰같은 2마리의 남자가 함께 디저트 투어를 하기도 했지만, 저희는 어찌보면 미래의 업계 종사자였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에서는 회사원 차림의 직장인 남자가 혼자 가게에 와서 디저트를 매우 만족스럽게 즐기는걸 보던 기억이 참 당시에는 놀라웠거든요.


제가 로스팅을 하고 저희 커피 역시 인정도 받기도 해서 커피를 즐기는 남성분들이 카페라는 공간에 오는건 의외라고 하기는 뭐합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는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오시는 남자분들이 딱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애초에 커피 따위는 목적이 아니다. 난 디저트를 즐기러 이곳에 온거야" 이런 생각이 주문을 받을 때 느껴집니다.

다름아닌 방금 전에도 그런 느낌의 무리(3명의 남자분)들이 한테이블을 잡고 즐겁게 먹는걸 보다보니....
새삼스래 옛 생각이 나서 이런 글을 적게 되네요.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은 커플! 이라던지 여성분들끼리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습니다만,
뭔가 이제 더 이상 이러한 풍경(남자들끼리 라던지 남자 혼자)도 낯선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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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게시판에 등록된 숲과바위그리고선님의 최근 게시물


    개마시는 술장수
    푸딩좋아하죠. 일본남자들.
    숲과바위그리고선
    네. 종류도 많고! 심지어는 편의점 푸딩도 너무 맛있어요!!
    다람쥐
    그래서 일본에서 남자 혼밥 최강클래스는 마담들로 가득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런치를 해치우는거라 하더라고요 이런건 정말 우리나라에서 남자혼자 디저트가게 가는 급으로 취급해주는거같아요
    숲과바위그리고선
    허헛.... 남자 혼자 프렌치라....생각보다 정말 어렵겠네요.
    저도 혼밥 혼술 다 어렵지 않은데...!!
    디저트 좋아하는 남자로써 공감합니다..! 다만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같이갈 사람이 없어졌네요. 여담이지만 서울에서의 마지막 주말에 imi를 가보려했는데 일행이 거절을...ㅠ_ㅠ....
    숲과바위그리고선
    얼른 서울복귀를.....!!
    그나저나 어찌아셨나요....!??
    크래커
    회원정보의 변경 전 닉네임에 써있습니당. 옆동네에서 예전에 카페 방문 인증글이 올라왔던 것도 기억나요. :)
    숲과바위그리고선
    그랬군요. :) 여튼 기억나신다니... 꽤나 오래전 이야기였는걸요.
    글에 디저트하신다기에 바로 정보보기를..ㅎㅎ 언전가 꼭 가보겠습니다
    숲과바위그리고선
    언젠가~ 오시면 인사라도 해주세요 :)
    물푸레
    지난 달에 이미 갔었는데요...;; 혼자서라도 가끔씩 디저트 즐길 수 있을만한 건강만 유지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정기적으로 병원가서 혈당 검사하고 약 먹야 하는 몸이 되고 나니...;; T.T
    숲과바위그리고선
    저도 문득문득 그런 생각을 한답니다.
    지금은 주변에 워낙 단것들이 많아서 무의식적으로 먹지만. 이러다 몸이 안좋아지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런.....
    몸조리 잘 하시구요. 언젠가 인사 나눌게요 __)
    무더니
    그저께 우연히 지나가다 봣었는데 커피 마시러 한번 가야겠네요 ㅋㅋ
    숲과바위그리고선
    우연히가 좋죠. 근데 우연히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고들 하시더군요. 간판도 보이지 않는다고...
    무더니
    ㅋㅋ 그건 그런거 같네요
    저도 원래 안가던길로 가보다가 본거라
    소노다 우미
    친구들과 가면 항상 디저트를 먹으러 갑니다. 남자 셋이든 넷이든 다섯이든 항상 단것을 추구하는 파티가 되어버려서 놀랍지 않네요.
    보편적으로 디저트를 파는 가게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벨런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배가 고픈 사람과,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은사람, 단것이 먹고싶은 사람과, 나눠먹는 것을 먹고 싶은 사람, 빙수를 먹고싶은 사람과 치즈케이크를 먹고싶은 사람들을 동시에 만족시켜주기가 어렵다는거라고 생각했습니당.... 그런데 다 해결가능하면 메뉴가 너무 많아지는군요!
    숲과바위그리고선
    해결 가능하려면 메뉴가 많긴 하겠지만, 그런게 이 업을 하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내용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여튼! 스위트 파티라니!! 좋군요!! +_+)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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