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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18 21:45:33
Name   딸기우유
File #2   1487421582227.jpg (517.0 KB), Download : 2
Subject   나의 사랑


1. 타임라인에 쓰다가 길어져서 왔어요. 티타임에 올리는 첫 글이네요.

2. 일주일에 한번은 멍뭉이를 데리고 차로 20분을 달려 더 깊은 시골로 들어가서 조그마한 동네 뒷산에 갑니다. 아파트에서 지내는 불쌍한 이 개는 이 산에서 신나게 뛰어다녀요. 덕분에 집을 너무 사랑하는 저도 산에서 걸으면서 운동도 하고 좋은 공기도 마시고... 우리 둘에게 좋은 일 같아요.

3. 이 녀석과 만난지는 만으로 2년이 됐고, 이 녀석이 태어난지는 그 보다 세달이 더 긴데, 아직 중성화 수술을 해주지 않았어요. 무병과 장수에 좋다지만 장기를 제거한다는 개념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 같은게 있었던 것 같아요.

4. 한 마리만 낳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애기를 놓게 해보고 싶기도 해요. 생명으로 태어났으니 할 수 있는 경험은 해볼 수 있었음 하는 마음? 근데 한 마리만 낳는다는 것은 개에겐 불가능한 일이고, 그 이상은 제가 감당 할 수가 없고, 아무리 동물이지만 자식과 어미가 헤어지는 건 겪게 하고 싶지 않고... 뭐 그렇습니다.

5. 인생 최대 고비를 만나 너무나 힘든 나날을 보낼 때 이 녀석은 와서 제게 큰 힘이 돼줬어요. 외할머니와 외삼촌 두 분이 몇 달 사이에 돌아가셨거든요. 제 가슴 속 큰 구멍이에요. 이 녀석이 없었으면 아직도 우울과 무기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 했을거예요. 어떤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요. 정말.

6. 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죠. 멍뭉이를 보고 있으면 너무 두려워요.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아픈 나를 치유해준 이 녀석이 언젠가는 내 옆에 없는 날이 오겠지. 그땐 누가 날 위로해주지. 그 시간이 떠오르면 눈물이 줄줄 흘러요. 제발 제발 제발 내 곁에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ㅠ.ㅠ

7. 겸사겸사 부탁드립니다. 대전에 우리 사랑이 중성화 수술할 괜찮은 동물병원 아시는 곳 있으시면 소개 좀 해주세요.



6
  • 멍뭉아 엄마말 잘 들어
  • 춫천
이 게시판에 등록된 딸기우유님의 최근 게시물


사이버 포뮬러
멍뭉이는 정말 사람에게 큰 힘과 사랑을 줍니다. 오래 오래 함께 행복하시길..
딸기우유
맞아요~ 강아지 키우는 거 반대하셨던 엄마도 이젠 깜빡 넘어갑니다~ 기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이버 포뮬러님도 행복하세요~
삼공파일
종편을 너무 봐서 그런가ㅎㅎ 미모의 임윤선 변호사가 겹쳐 보이네요. 건강하게 잘 키우세요!
딸기우유
어머~ 과한 칭찬은 감사합니다~ 삼공파일님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멍뭉이 표정이 꼭 사람 같아요. 속 깊은 사람.
딸기우유
히히 사실은 사진 찍는거 싫어하는데 못 가게 붙잡고 찍었더니 불만스런 표정이에요 ㅋㅋ
멍멍이 표정 ㅋㅋㅋㅋ
아이고 하기싫었어요? ㅋㅋㅋ
이렇게 말하고 싶어져요
딸기우유
'저기로 빨리 뛰어가야되는데 이렇게 붙잡혀 있다니 지금 난 정말 불행해.' 표정이죠 ㅋㅋ 감정이 듬뿍 담긴 멍멍이들 표정이 참 다양해서 자주 감탄해요~
파란아게하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도 기르던 개가 14살 됐을 때 떠나보냈었네요.
나이 먹었는데도 엄청 왕성하게 뛰어다니고 그랬었는데
딱 이틀 정신 못차리게 아프더니 그러고 갔어요, 늙어서.
마지막 순간에 산소호흡기랄까, 뭐 주사 등등 해서 돈도 들어가고 애견장례식장 가서 화장도 해주고 했었네요.
이것도 8년정도 지났는데 지금 돌아보면 얘가 오래 건강하고 고생 안 시키다 딱 그때만 아프고 고생시키고 떠나줬구나. 선물해줬구나 싶습니다.
오지 않은 먼 미래의 이별을 생각하며 미리 슬퍼할 시간에
오래오래 더 예뻐해주고 더 사랑해주면 된... 더 보기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도 기르던 개가 14살 됐을 때 떠나보냈었네요.
나이 먹었는데도 엄청 왕성하게 뛰어다니고 그랬었는데
딱 이틀 정신 못차리게 아프더니 그러고 갔어요, 늙어서.
마지막 순간에 산소호흡기랄까, 뭐 주사 등등 해서 돈도 들어가고 애견장례식장 가서 화장도 해주고 했었네요.
이것도 8년정도 지났는데 지금 돌아보면 얘가 오래 건강하고 고생 안 시키다 딱 그때만 아프고 고생시키고 떠나줬구나. 선물해줬구나 싶습니다.
오지 않은 먼 미래의 이별을 생각하며 미리 슬퍼할 시간에
오래오래 더 예뻐해주고 더 사랑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춫천.
김치찌개
잘 읽었습니다
강아지가 듬직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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