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1/20 00:20:54
Name   삼성갤육
Subject   '조금만 더!' 를 마지막으로 외쳤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1.

고등학교 때 매일 10시간 가까이 스타를 하면서 항상
"더 잘했으면"
을 외치던 때가 제게도 분명 있었어요.

눈앞에 놓인, 해야될 공부는 안 하고
연속된 패배에 키보드를 부숴버리던
- 결코 훌륭한 모습이었다고 할 순 없겠지만 -
그랬던 날들이 있었어요.


2.

준비하던 시험 공부를 하던 시절에
놀고싶은 마음에 치이고
지친 마음에 치여
계획했던 하루분의 공부를 다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을 되뇌이던 날들도 아직 기억에 생생하네요.


3.

사회 초년생 시절
내가 그리는 나의 모습은 멋진 사회인인데
오늘 하루도 좌충우돌, 실수 연발에

자책 말고는 스스로에게 할 것이 없었던 그 날들이,
"내일은 조금 더 멋진 모습 보여야지!"
라며 전의를 다듬던 그 날이
불과 몇년 전인데 말이죠-


4.

무던해져서 그런 줄 알았는데,

거친 말에 상처입고, 부족한 모습에 아파하던 나날 위로
굳을 살이 베겨서
이젠 안 아프게 느끼는 건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었나봐요.


5.

아파요.

남들의 의미없는 시선도 아프고
타인이 건네는 일상적인 대화도 아프고
나를 바라보는 거울속의 내 시선도 아프네요.


6.

경험이 쌓이고, 스스로의 위치가 공고해지고, 일상에 익숙해지면서
아픈걸 잘 피해왔을 뿐인가봐요.

구렁이 담넘어가듯,
남들 뿐만 아니라 나도 속이며,
아픔을 피하기 위해 살아왔나봐요.

그냥
아픈게 싫었나봐요.


7.

근데 어떡하죠.

옛날 같았으면
"조금만 더!" 를 외쳤을텐데

입에서 말이 나오질 않고
목에서 목소리가 나오질 않고
가슴에서 불꽃이 나오질 않아요.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8.

전 아직,
제 가슴속 어딘가 '조금 더!' 를 외칠 용기가 있다는 건 믿어요.

근데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어느날 저는 길을 잃었나봐요.


9.

밤을 새워 스타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요.

엄마 속을 썩여가면서
키보드를 부숴가면서
조금 더 되고 싶은게 있었던 그 날들이 그리워요.

부모님이 싫어해도
세상이 별거 아니라고 해도
내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리워요.

언젠가 그런 날이 다시 올까요?


10.

근데 그런 날이 왔는데
제 가슴속에 '조금 더!'를 외칠 용기가 이젠 더 이상 없으면 어떡하죠...



9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725 IT/컴퓨터'옵션 열기'의 정체 16 Toby 17/12/07 8788 34
    9005 사회'우려 먹는다'는 소리 참 아무데나 쓴다 싶다... 5 The xian 19/03/27 3731 13
    9695 사회'우리 학교는 진짜 크다': 인도의 한 학교와 교과서 속 학교의 괴리 2 호라타래 19/09/23 4656 9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1028 5
    3007 문화/예술'월말인데 돈이 없다. 돈을 벌어야겠다.' 22 당근매니아 16/06/12 5646 1
    12899 기타'위즈덤 칼리지' 청취 후기 (매우 간단, 노 스포) 및 토론 모임 인원 모집 16 Mariage Frères 22/06/08 4453 5
    13921 문화/예술'이철수를 석방하라' 1 열한시육분 23/05/29 2524 11
    8629 영화'인 디 아일' 소개(스포일러 없음) 6 구밀복검 18/12/11 5415 7
    5875 일상/생각'인생을 게임하듯이 사는 법' 그리고 어른 5 삼성갤육 17/07/02 4342 10
    12677 기타'일년동안 책을 엄청 많이 읽고나서 느낀 점' 을 보고 느낀 점 11 회자정리거자필반 22/03/27 4299 5
    9776 기타'적성고사 몰랐던' 유은혜, 광명 고교생 질문에 '진땀' 18 Fate(Profit) 19/10/04 6075 5
    9675 IT/컴퓨터'조국 기사 100만건' 네이버 검색 오류인가, 조작인가 9 제로스 19/09/17 4183 0
    4660 일상/생각'조금만 더!' 를 마지막으로 외쳤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4 삼성갤육 17/01/20 4240 9
    10290 영화'조조 래빗' 감상 9 야근하는밤비 20/02/14 5914 5
    5639 정치'조중동'이나 '한경오'나 라고 생각하게 하는 이유 37 Beer Inside 17/05/15 6501 16
    10023 영화'좀비랜드: 더블 탭' 감상 야근하는밤비 19/11/25 5940 3
    4215 방송/연예'촛불', '정윤희', '인터페론' 11 Beer Inside 16/11/23 6404 5
    10138 영화'캣츠'(영화) 감상 2 야근하는밤비 20/01/01 6330 3
    10330 방송/연예'코로나19 여파'..방탄소년단, 4월 서울 콘서트 취소→전액 환불 [공식] 2 Dr.Pepper 20/02/28 3646 0
    11238 경제'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2 - 하나 12 다군 20/12/16 4092 4
    10287 의료/건강'코로나19'라는 이름이 구린 이유 18 Zel 20/02/14 5808 13
    7279 영화'퍼시픽 림 : 업라이징' 평가 : 스포일러 다량 함유 4 化神 18/03/25 4601 1
    5619 일상/생각'편 가르기'와 '편 들기' 17 소라게 17/05/12 4329 23
    10169 영화'포드v페라리' 감상 (스포) 11 야근하는밤비 20/01/09 6089 2
    9524 정치'폴리페서' 논란에 대한 조국 前 민정수석의 대답 73 Fate(Profit) 19/08/08 7950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