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1/08 17:44:05
Name   깊은잠
Subject   정모 후기는 아니고 그냥 기억입니다.



위 그림은 홍차넷 정모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너무 일찍 가면 할 일 없어 보일까봐 억지로 잡은 점심 선약을 끝내고 4시 도착에 시간을 맞춰 정모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달빛 요정의 노래를 들으며 지하철에 서서, 다시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동안 참 이상하게도 아무 생각이 안 들더군요. 낯선 사람들이 잔뜩 있고 그 사이에서 별 볼 일 없는 자신을 소개하게 될 시간이 다가오면 다들 조금은 긴장하고 또 그 만큼 흥분하게 되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아마도 제가 타임라인에 너무 진득하게 눌어붙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또 프로따봉꾼 꿈나무 아니겠습니까. 현장에서 가내수공업 명함을 주고받으며 악수를 나누는 기분은 처음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예. 그러니 다들 인터넷 좀 그만하십...) 그리고 이후는 왁자지껄, 오오, 낄낄낄, 부어라, 마셔라. 비틀비틀. 끅.


눈을 뜨니 정오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먼저 정말 많은 것을 준비해주신 운영진 및 스탭분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아 몰라 귀찮아 사람이 서른이나 되는데 모아놓으면 알아서 놀겠지’ 할 수도 있는 일을 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꼼꼼히 준비하셨습니다. 책임감이잖아요. 박수 받아야 돼요. 처음 공지에서 식순을 봤을 땐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짤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결국은 그 세심함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담아줄 그릇이 되었으니까요. 많이 배웁니다.


그리고 오신 모든 분들 참 반가웠습니다.


쓰다보니 생각이 조금씩 돌아오네요. 스피드퀴즈에서 아는 게 ‘이상문학상’과 ‘박진’밖에 없었는데 주저하다 답할 기회를 놓친 게 뼈아픕니다. 풍년제과 초코파이 맛있던가요. 자유발언대 시간, 전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쉬군님이 참 따뜻한 얘기를 해주셔서 용기를 내서 마이크를 잡아봤습니다. 시작을 ‘라 라 랜드’ 얘기로 꺼내다보니 약간이라고 쓰고 중요한이라고 읽는 스포일러를 살포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몇몇 분들께 참 죄송한 일입니다. 토비님이 눈치를 주신 덕분에 ‘출발! 비디오여행’ 수준으로 막았지 싶습니다. 막상 본론은 별 얘기도 아니었는데 시작을 꼭 그렇게 거창하게 했어야 했나 싶네요. 구질구질한 실패담인데도 눈 초롱초롱 빛내주신 몇몇 분들 감사합니다. 사실 남 망한 얘기가 또 제 맛 아니겠습니까(...). 스테이지에서 떠드는 동안 저기 뒤쪽에서 누가 다 마신 드링크 팩을 포심 그립으로 쥐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착각이겠죠...


그리고 음료와 메로나 협찬해주신 줄리엣님 복 받으실 겁니다. 허쉬초콜릿드링크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2차 때 제 옆과 앞에 앉아서 헛소리 꾸역꾸역 들어주신 도화님, 음주동견님도 복 받으실 겁니다. 멋쟁이 화신님, 엘O생O건O 애용토록 하겠습니다. 이학과 사회학을 넘나드는 지성의 하얀님, 테페리의 프리스트께서 ‘마음 가는 길은 죽 곧은 길’이라 하셨습니다. 목표를 향해 호랑이처럼 달려가는 고양이카페님, 배우의 미소를 가진 알료샤님 주제 넘는 얘기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켈로그김님 말씀처럼 말은 어디까지나 말일 뿐입니다. 켈로그김님은 어째... 그 밤 뜻대로 세종로 한복판에서 자유를 외치는데 성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찍 가신 동환님 미남이십니다. 박태환 닮으신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 멋지십니다. 뭘 하시든 잘 되실 것 같습니다. 전날 철야를 하고서도 끝까지 함께하신 모피어스님 잘 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주 최강 스테이크 기대하겠습니다. 저는 석봉어미가 떡을 썰 듯 그날까지 美味 리액션을 갈고닦아보겠습니다. 훤칠하신 레이드님 멀지 않은 곳에 계시던데 나중에 삼자회동이라도 하지요. 김동률의 목소리를 가진 와이님이 2~3차를 지나는 동안 영혼을 잃어버리셔서 저희가 육신만 모시고 다녔는데 집에서 영혼 찾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탐라 아이돌 범준님!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우리의 행동력과 갱킹력 쩌는 페이커 미소년은 새내기 시절 내내 누나들한테 사랑받을 겁니다.


2차, 3차 자리를 거치면서 뭔가 리퀘스트를 여럿 받았던 것 같지만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기억이 없습니다. 부탁하신 분 닉네임이 ‘난소맥이더좋...어쩌구’였던 것 같은데 확인해보니 그런 닉네임을 가진 분은 안 계시군요. 제가 헛것을 보고 들었나봅니다.




기억이 바닥나서 이제 두서없는 얘기 마무리합니다. 끝으로 정모 못 오신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얘기는 이 자리에 없는 사람 얘기다!”


물론 그런 적 없습니다만, 다음엔 꼭 나오세요. 낄낄낄.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873 일상/생각[회고록] 터키의 추억 12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2/15 4129 8
    4872 일상/생각옛기억, 반성, 기록 6 로오서 17/02/15 3549 0
    4871 일상/생각[벙개후기] 어제 만났던 분들 44 와이 17/02/15 4562 11
    4870 일상/생각나 이런 여잔데 괜찮아요? 33 진준 17/02/15 5969 6
    4869 일상/생각연애 편지 14 Toby 17/02/15 4976 20
    4863 일상/생각발렌타인데이에 관한 짧은 썰 11 열대어 17/02/14 5021 3
    4857 일상/생각내 동생 쫀든쫀득 13 님니리님님 17/02/12 5436 15
    4852 일상/생각글이 너무 깁니다. 티타임 게시판에 쓸까요? 5 알료사 17/02/12 3825 0
    4844 일상/생각어렸을 때 사진 몇장 투척합니다 12 와이 17/02/11 4593 6
    4843 일상/생각짝사랑 하면서 들었던 노래들 1 비익조 17/02/11 3946 0
    4835 일상/생각다큐 - 질량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5 깊은잠 17/02/11 4209 1
    4834 일상/생각불성실한 짝사랑에 관한 기억 (2) 6 새벽3시 17/02/11 4295 7
    4833 일상/생각살아온 이야기 24 기쁨평안 17/02/11 5106 29
    4815 일상/생각엄마. 16 줄리엣 17/02/09 5284 25
    4807 일상/생각피아노를 팔았습니다. 7 집정관 17/02/08 5179 0
    4802 일상/생각조금 달리 생각해보기. 9 tannenbaum 17/02/07 5960 6
    4795 일상/생각상담하시는 코치님을 만났습니다. 3 Toby 17/02/07 5275 8
    4783 일상/생각고3 때 12 알료사 17/02/06 4893 32
    4781 일상/생각이제, 그만하자. 13 진준 17/02/06 5599 0
    4778 일상/생각나랑만 와요 48 민달팽이 17/02/05 5589 20
    4775 일상/생각백인으로 산다는 것 32 은머리 17/02/05 7344 7
    4773 일상/생각불성실한 짝사랑에 관한 기억 26 새벽3시 17/02/05 4252 8
    4772 일상/생각(데이터, 사진)졸업을 앞두면서 나를 돌이켜보기 11 베누진A 17/02/05 7071 3
    4761 일상/생각[번개] 노래불러요 55 The Last of Us 17/02/04 4944 3
    4750 일상/생각히키코모리가 되어버렸습니다.. 27 배차계 17/02/02 6698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