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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6/21 01:38:16 |
Name | 드레이크 |
File #1 | 1200815_01.jpg (418.2 KB), Download : 7 |
Subject | 최근 재밌었던 일-TV조선의 한 기사 |
* 어차피 기사와 관련 TV인터뷰도 나간 마당에, 가리지 않고 쓰겠습니다. 학교에 누가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학번제는 폭력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요컨대 강요는 나쁘고. 나이 어린 선배에게 존대를 쓰게 하는 것도 강요이기 때문에 학번제는 나쁘다-라는 글이었습니다. 그렇게 무리 있는 주장은 아니었지만, '나이 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저 주장에 따르면 강요가 아닌가 싶었고 학교내에서 학번제를 겪은 적도 없어서 관련한 글을 a4용지로 뽑아서 옆에 붙였습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2s0DL-zbJsnRZlV9PP4iUjezWFF8RQ7_7n1vRMkzCmY/edit?usp=sharing 본문에도 써있지만 제 글을 세 줄 요악하면 1. 글의 취지에 공감하며, '모든 강요는 나쁘다'는 대전제에 동의합니다. 2. 그런데 대전제를 따르면, '나이에 따른 학번제 폐지 주장'은 또 하나의 강요인 '나이' 를 전제하므로 모순입니다. 3. 따라서 대전제를 따르면, 학번제를 포함한 모든 귄위주의 체제 전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즉, '학번제도 나쁜데, 우리 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권위주의의 내면화를 먼저 경계해야 한다'라는 뻔한 이상론을 붙였습니다. (대학 대자보니까 이 정도 낙관적인 이상론도 허용되지 않나 하는 뻔뻔함으로!) 글의 말미에 제 메일주소를 써놓아서, 해당 학우랑 메일로 몇 번 투닥거리며 일이 정리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몇 일 후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tv조선 박모 기자랍니다. " 이 부분을 뉴스화 시켜서 다루고 싶어" "인터뷰를 부탁"한답니다. 문제는, " 학번제의 유지, 존치에 대한 생각 등 쓰신 대자보와 관련해서 인터뷰를 부탁드려도" 되겠냐고 묻더군요.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바로 거절했습니다. 제 글을 어떻게 읽으면 학번제의 유지나 존치에 대한 생각을 물을 수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잊고지내다가 오늘 친구가 기사를 하나 보내줍니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2&oid=448&aid=0000114368 저희 학교 대자보 얘기더군요.제 글도 영상에 나옵니다. 신입생이 "친구들과 학번제 폐지를 주장하는 대자보를 붙였"는데, "즉각 반박 대자보가 '나붙는' 등 교내 논쟁"이 벌어졌다고 썼더군요. 거기에 강릉 대학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길거리에서 옷을 벗긴 채 얼차려", 여대의 "후배들의 화장을 금지하는 행동지침" 등의 함께 엮어서 기사를 썼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학번제 폐지 자체를 반박한건 아닌데 말이죠. 기사 댓글에서는 벌써 학교 욕하고 수준 인증한다고 난리가 났구요. 인터뷰 안하길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언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 제가 글을 그렇게 어렵게 쓴것 같지 않고, 심지어 세줄요약!까지 친절하게 썼는데 이걸 편하게 자기들 입맞 맞춰서 가져다 저런식으로 활용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제 글을 오독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답답하네요. 언론에 관해 이런 일화야 워낙 많이 듣고 봤기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직접 겪으니 또 기분이 남다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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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 한 번 해본 뒤로 언론 인터뷰는 꺼리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하지 말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일부 전문직 협회에서도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인터뷰를 통제하는 편이죠. 언론이 입맛대로 편집해서 전체 혹은 대다수의 의견인양 내보내는 게 워낙 빈번해서요. 상처받으셨을 것 같은데 남은 주말 기분 추스리셨으면 좋겠네요.
대자보에서 보이는 학번제라는 표현은 다소 낯설군요. 제가 다녔던 과에서는 학번과 나이가 엉킨 경우 서로 선배님, 후배님으로 부르며 상호 존대했었는데. 어쨌건 학번제를 문제시하려면 말씀하신대로 전반적인 서열 문화의 측면으... 더 보기
대자보에서 보이는 학번제라는 표현은 다소 낯설군요. 제가 다녔던 과에서는 학번과 나이가 엉킨 경우 서로 선배님, 후배님으로 부르며 상호 존대했었는데. 어쨌건 학번제를 문제시하려면 말씀하신대로 전반적인 서열 문화의 측면으... 더 보기
저로 한 번 해본 뒤로 언론 인터뷰는 꺼리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하지 말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일부 전문직 협회에서도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인터뷰를 통제하는 편이죠. 언론이 입맛대로 편집해서 전체 혹은 대다수의 의견인양 내보내는 게 워낙 빈번해서요. 상처받으셨을 것 같은데 남은 주말 기분 추스리셨으면 좋겠네요.
대자보에서 보이는 학번제라는 표현은 다소 낯설군요. 제가 다녔던 과에서는 학번과 나이가 엉킨 경우 서로 선배님, 후배님으로 부르며 상호 존대했었는데. 어쨌건 학번제를 문제시하려면 말씀하신대로 전반적인 서열 문화의 측면으로 접근해야지 나이에 따른 서열과 대치되니 학번에 따른 서열이 나쁘다 라는 건 모순이라 생각합니다. 약간 놀라운 것은 자율전공학과라면 2년 이후 전공선택하면서 갈라질 텐데 그 1학년과 2학년 사이에 저런 게 심한 모양이네요. 그것도 오래 되지 않은 역사에.
대자보에서 보이는 학번제라는 표현은 다소 낯설군요. 제가 다녔던 과에서는 학번과 나이가 엉킨 경우 서로 선배님, 후배님으로 부르며 상호 존대했었는데. 어쨌건 학번제를 문제시하려면 말씀하신대로 전반적인 서열 문화의 측면으로 접근해야지 나이에 따른 서열과 대치되니 학번에 따른 서열이 나쁘다 라는 건 모순이라 생각합니다. 약간 놀라운 것은 자율전공학과라면 2년 이후 전공선택하면서 갈라질 텐데 그 1학년과 2학년 사이에 저런 게 심한 모양이네요. 그것도 오래 되지 않은 역사에.
원래 연접기수간에 기싸움이 가장 치열하지요. 마치 장녀는 차녀와는 경쟁하되 삼녀와는 동맹을 맺는 것 같달까요, 원교근공이랄까요.
또 계급이 잘게 세분화 되어있으면 계급투쟁이 오히려 잘 안납니다. 여기저기 합종연횡이 생기거나 아니면 계급 외에 다른 요소가 정치의 전면에 떠오르던가 하게 됩니다. 부르주아지 vs 프롤레타리아트 이런식으로 뚜렷하고 강렬한 대조요소가 있어야 싸움도 가장 치열해지지요.
제 경험을 되짚어보자면 제 바로 위아래 학번과는 사이가 딱히 좋았던 기억이 없고 오히려 한 학번을 건너뛰어야 케미가 생기더군요. 그... 더 보기
또 계급이 잘게 세분화 되어있으면 계급투쟁이 오히려 잘 안납니다. 여기저기 합종연횡이 생기거나 아니면 계급 외에 다른 요소가 정치의 전면에 떠오르던가 하게 됩니다. 부르주아지 vs 프롤레타리아트 이런식으로 뚜렷하고 강렬한 대조요소가 있어야 싸움도 가장 치열해지지요.
제 경험을 되짚어보자면 제 바로 위아래 학번과는 사이가 딱히 좋았던 기억이 없고 오히려 한 학번을 건너뛰어야 케미가 생기더군요. 그... 더 보기
원래 연접기수간에 기싸움이 가장 치열하지요. 마치 장녀는 차녀와는 경쟁하되 삼녀와는 동맹을 맺는 것 같달까요, 원교근공이랄까요.
또 계급이 잘게 세분화 되어있으면 계급투쟁이 오히려 잘 안납니다. 여기저기 합종연횡이 생기거나 아니면 계급 외에 다른 요소가 정치의 전면에 떠오르던가 하게 됩니다. 부르주아지 vs 프롤레타리아트 이런식으로 뚜렷하고 강렬한 대조요소가 있어야 싸움도 가장 치열해지지요.
제 경험을 되짚어보자면 제 바로 위아래 학번과는 사이가 딱히 좋았던 기억이 없고 오히려 한 학번을 건너뛰어야 케미가 생기더군요. 그러다보니 한 학번 건너가며 일종의 동맹이 생기게 되고, 강한 동맹이 약한 동맹을 학과생활 밖으로 밀어내면서 이른바 홀짝현상이 생겼지요.
예컨대 어느 과는 전통적으로 짝수학번이 과생활을 주도한다든가, 어느 과는 홀수학번이 드세다든가 등등.
또 계급이 잘게 세분화 되어있으면 계급투쟁이 오히려 잘 안납니다. 여기저기 합종연횡이 생기거나 아니면 계급 외에 다른 요소가 정치의 전면에 떠오르던가 하게 됩니다. 부르주아지 vs 프롤레타리아트 이런식으로 뚜렷하고 강렬한 대조요소가 있어야 싸움도 가장 치열해지지요.
제 경험을 되짚어보자면 제 바로 위아래 학번과는 사이가 딱히 좋았던 기억이 없고 오히려 한 학번을 건너뛰어야 케미가 생기더군요. 그러다보니 한 학번 건너가며 일종의 동맹이 생기게 되고, 강한 동맹이 약한 동맹을 학과생활 밖으로 밀어내면서 이른바 홀짝현상이 생겼지요.
예컨대 어느 과는 전통적으로 짝수학번이 과생활을 주도한다든가, 어느 과는 홀수학번이 드세다든가 등등.
처음 댓글에도 쓰려다가 만 것인데 저런 현상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과가 졸업 후 직업선택의 폭이 적은 과/도제식 교육이 주가 되는 과들이죠. 대표적으로 의료계, 법조계처럼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밀어주는 느낌의. 이런 곳일수록 나이보단 선후배 기수를 더 따지고 서열 문화가 강하고요. 그런데 하다 못해 전공교수의 족보라도 타내는 이득이 있어야 선후배의 군기가 있을 법한데 고작 2년 단위에 역사도 길지 않은 곳에서 그런다니까 무슨 유인으로 저런 군기가 생겼는지 좀 의아할 따름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최소 3년은 되야 건너 학번과 케미라도 쌓이지 여긴 2년이 지나면 다 뿔뿔히 흩어지는데 말이죠.
군대도 싫겠죠. 학과와는 달리 개인이 저항할 수 있는 규모라기엔 무리가 있으니까 참는 경우가 많은 거고, 그럼에도 가끔 저항하는 이들이 나오죠.
군대에서도 하니까 밖에서도 하라는 건 옳은 접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이 계급제에 걸맞는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만 그럼에도 필요 최소한으로 했으면 좋겠고, 그걸 특수한 조직인 군대를 넘어서 사회 전체로 확장시켜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실 한국 사회는 성인 남성의 대부분이 군대를 갔다오는 점 때문에 병영 사회의 면모를 많이 보여주고 있기도 하구요.
본문의 글쓴이 님 역시 학번제를 통해 선후배 사이의 철저한 위계 질서를 유지하자고 주장하고 계신 건 아닙니다.
군대에서도 하니까 밖에서도 하라는 건 옳은 접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이 계급제에 걸맞는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만 그럼에도 필요 최소한으로 했으면 좋겠고, 그걸 특수한 조직인 군대를 넘어서 사회 전체로 확장시켜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실 한국 사회는 성인 남성의 대부분이 군대를 갔다오는 점 때문에 병영 사회의 면모를 많이 보여주고 있기도 하구요.
본문의 글쓴이 님 역시 학번제를 통해 선후배 사이의 철저한 위계 질서를 유지하자고 주장하고 계신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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