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6/18 14:36:41
Name   세인트
Subject   무딘 통각 이야기. - 2 -
(본의 아니게 회상조라 반말체가 되어버렸군요. 수정 요청 오시면 수정하겠습니다 회사라 퇴고가 안 됩니다 ㅠㅠ)

대학 2학년 갓 올라갈 때의 이야기이다.

당시 새내기 시절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나는,
2학년이 되어 새내기들과 함께 보낼 오리엔테이션을 몹시 기대하고 있었고
매우 열심히 준비단 때부터 참여하였다.

그리고 대망의 오리엔테이션 첫 날,

과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큰 강당에 우르르 앉아 단체 레크리에이션을 할 때쯤,
동기 여자애 하나가 몹시 당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 왔다.
'세인트야, 우리 올해부터 처음부터 소주 안하고 맥주 나눠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우리 병따개를 안 가져왔어...'
아뿔싸, 거기다 1학년 말 때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기존에 학생회 활동이 유력했던 2학년 남학우들은 거의 다 군대를 가 버렸고
그 결과 듣보 아싸였던 내가 준비단을 하게 된 상황이라, 여학우들 중에 라이터를 가진 애들이 있을 리 만무했고
(나중에 알고보니 착각이었다. 생각보다 내 동기 여학우들 중에 흡연자가 많더라...)
하필 숟가락도 플라스틱 1회용 숟가락만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괜찮아 내가 다 딸게' 라고 말하며
강당 무대 뒤 편에 비품들 모아둔 곳으로 가서 박스를 따고...

그 많은 맥주병을 전부 입으로 따기 시작했다.
뭐, 당시는 교정을 하기 전이라 좀 치열이 불규칙해서 그렇지
치아의 튼튼함과 고정력은 아이언 티스 급이었으니...
순식간에 한 박스, 두 박스...
두 박스 반 정도의 맥주를 땄다.
옆의 동기 여자애는 연신 감탄하며 내가 딴 맥주를 나눠주러 다녔다.

그러다가 기계적 반복 작업에 내가 슬슬 지치거나 감각이 둔해졌나 보다.
맥주병을 따는 데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아랫입술과 아랫니 사이의 잇몸 부분을 누군가 가볍게 톡톡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입니다 한 치의 과장도 없이 그냥 톡톡 건드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워낙 별 거 아닌 촉감이었던지라 역시 기계적으로 병을 동기 여학우에게 건냈는데
그 여학우는 비명을 지르며 패닉에 빠졌고,
난 조금 지나서야 저 친구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깨달았다.
힘 조절이 조금 안 되었는지, 맥주병의 윗 부분이 아예 부러졌고,
그러면서 맥주병 파편들이 입술과 잇몸 여기저기에 튀면서 찍히거나 박혔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실개천을 흐르며 나오는 나의 혈액...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너무나 태연하게
'아 괜찮아 괜찮아 안 아파, 별거 아냐' 라고 말하는데 다른 학우들의 손에 붙잡혀서 질질질 바깥으로 끌려나갔었던 내 모습에
우연히 화장실을 가다가 복도에서 그 광경을 본 후배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쓰다보니 좀 혐일지도 모르겠네요.
반응이 별로면 2편에서 연중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ㅠㅠ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2 기타오래전 공대 도서관 이야기- 내용추가 18 와우 15/06/19 8354 0
    361 기타여행업계와 메르스에 대한 잡담 및 안내 12 으르르컹컹 15/06/19 8727 0
    360 기타편곡은 얼마나 중요할까? 15 표절작곡가 15/06/19 8605 0
    359 기타Kurt Atterberg의 첼로 협주곡 Op.21 9 장무민 15/06/19 6358 1
    358 기타'타는 목마름으로'가 표절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19 헤칼트 15/06/19 8283 0
    357 기타메르스가 경제에 미친 영향 19 Leeka 15/06/18 8360 0
    356 기타무딘 통각 이야기. - 2 - 21 세인트 15/06/18 7292 0
    355 기타시를 써봤습니다. 2 드레이크 15/06/18 6278 0
    354 기타무딘 통각 이야기. - 1 - 17 세인트 15/06/18 7589 0
    353 기타[농구]전창진감독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6 탑망하면정글책임 15/06/18 6960 0
    352 기타마루야마 겐지가 쓴 소설의 문장들 16 Raute 15/06/18 9512 0
    351 기타메르스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사들 2 김치찌개 15/06/18 7211 0
    350 기타메르스야 사라져다오 11 이서준팬바이브 15/06/18 7421 0
    349 기타신경숙 작가 표절 부인 21 레지엔 15/06/17 9076 0
    348 기타쥬라기월드흥행에 적어보는 공룡이야기(2)-공룡은 파충류가 아니다 19 개평3냥 15/06/17 9087 0
    347 기타메르스 현황 관련 실시간 정보 모음 13 kpark 15/06/17 8068 0
    346 기타어제는 잠에만 취했습니다 27 지니 15/06/17 7517 0
    344 기타제가 좋아했던 추리만화들.jpg 11 김치찌개 15/06/17 10601 0
    342 기타오디오 좋아하세요? 27 장무민 15/06/17 7810 0
    341 기타방금 이베이에서 겪은 재미있는 일(?) 20 SCV 15/06/16 7988 0
    340 기타만화책 한권을 소개합니다. 2 안녕하셈 15/06/16 6645 0
    339 기타독일 분데스리가의 선수랭킹 12 Raute 15/06/16 10870 0
    337 기타PSYCHO-PASS 6 NightBAya 15/06/16 7983 0
    336 기타와이프의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57 세인트 15/06/15 9045 0
    335 기타쥬라기 월드의 흥행에 적어보는 공룡이야기....왜 새가 공룡의 후예인가 13 개평3냥 15/06/15 11299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