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14 19:50:06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반사
1.

어느날 한 브라만이 석가모니를 찾아와 맹비난을 쏟아부었습니다.

"넌
 존X 붓다라는 X이
 잘도 XX한다 XX끼야."

석가모니는 덤덤하게 모욕적인 말들을 듣고만 있었지요. 그러다 상대가 욕을 하다 지쳐서 잠시 숨을 돌리자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보소, 주인이 손님을 위해 열심히 음식을 차렸소. 손님이 굳이 사양하고 먹지 않으면 그 음식은 누가 먹어야하오?"

"주인이 먹어야겠지."

"내 말이 그 말이오."

"....???"



2.

다니 아우베스는 축구팀 FC바르셀로나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브라질 선수입니다. 피부가 좀 까무잡잡한데다 어그로도 많이 끄는 성격이어서 간혹 상대팀 관중들이 인종차별성 발언, 야유, 혹은 제스쳐를 날리곤 했습니다. 한 번은 경기중 관중 하나가 아우베스에게 바나나를 투척했습니다. 넌 원숭이라는 모욕이지요. 아우베스는 담담하게 바나나를 집어들고 그자리에서 맛있게 까 먹었습니다 (!?). 그리고 바나나로 보충한 영양분 덕분인지 팀은 3-2로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었어요.






경기후 아우베스는 "우리는 스페인에서 이런 일을 많이 겪었다. 이런 일은 유머러스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그의 이 유머감각은 전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고, 이어서 수 많은 다른 선수들이 바나나를 까먹는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방식으로 그의 행동에 대해 존경과 지지를 표했습니다. 바나나를 던진 쪽 팀은 큰 벌금을 부과받았음은 물론 한동안 세계적인 비웃음 거리가 되어야 했구요.


3.

반사는 무서운 기술입니다. 상대의 공격이 강하고 독살스러울 수록 반사의 위력도 올라갑니다.




4.

반사 스킬을 쓸 때의 핵심은 담담함입니다. 혐오성 공격은 공격대상의 마음을 흔드는 게 목적입니다. 따라서 그 말을 듣고도 공격대상이 평정심을 유지할 때 공격자는 역으로 당황해서 평정을 잃고, 그리하여 반사 요건이 성립합니다. 

평정심은 내면이 비어있을 수록 유지하기 쉽습니다. 파문을 일으키려고 돌을 던졌는데 웅덩이에 물이 없고 역린을 건드리려고 들어왔는데 건드릴 역린이 없으면 얼마나 놀라겠어요. 무협지에 나오는 상투적인 표현을 빌려다 쓰자면 "내공을 담아 출수하여 상대방을 때렸으나 마치 깊이를 모를 허공을 친 것처럼 그대로 해소되어 사라져버렸다"는 것과 같습니다. 



5.

켈XX김님이 추천해주신 RPG 게임 하나를 즐기던 중이었습니다. 레벨노가다가 귀찮아서 에디터로 만렙을 찍어줬지요. 걸어다니는 핵무기가 된 주인공이 아무 생각 없이 적들을 도륙내면서 진행하는데 갑자기 억 하더니 죽어버립니다. 마지막으로 세이브한 게 1시간 전이었는데....

아니 만렙을 찍어줬는데 왜 죽었지 하고 보니 반사스킬을 가진 적을 때렸더라구요. 생각해보니 그게 이 게임 상에서 이 주인공을 죽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었지요. 걸어다니는 핵무기가 걸어다니는 핵무기에 맞았으니 죽을 수밖에.

슬프고 원통한 마음 가눌 길 없어 글 한 조각 남깁니다.



6
  • 사이코 리플렉트
  • 저도모르게 그만 추천버튼을 누르고아 말았습니다.
  • 무지개반사
  • PC를 능가하는 유머는 정말 매력적이에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776 음악[팝송] 체인스모커스 새 앨범 "Sick Boy" 2 김치찌개 19/01/19 3896 1
11061 꿀팁/강좌광동어와 똥(凍) 8 아침커피 20/10/16 3896 6
11240 음악[팝송] 숀 멘데스 새 앨범 "Wonder" 김치찌개 20/12/17 3896 0
2103 창작[조각글 13주차] 201X년 봄 4 우너모 16/01/23 3897 1
6850 오프모임30일 송년모임(취소) 21 무더니 17/12/29 3897 2
8689 일상/생각전여자친구의 현남친의 지인이 된 이야기 1 Xayide 18/12/27 3897 0
8733 음악거지왕 김춘삼 6 바나나코우 19/01/06 3897 2
11227 정치이번 정부의 정책들은, 집값을 어떻게 위로 올렸나? 7 Leeka 20/12/14 3897 15
11300 오프모임[ZOOM/모집완]새해 첫 벙 어때요? 56 나단 20/12/31 3897 4
12101 일상/생각경제적 1%가 되는 길 10 lonely INTJ 21/09/20 3897 5
12467 일상/생각시사in을 구독하기로 했습니다 21 매뉴물있뉴 22/01/26 3897 4
12537 IT/컴퓨터백수가 어플 개발했습니다 42 helloitraffic 22/02/23 3897 0
8524 스포츠키쿠치 유세이는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통할수 있을까? 4 MG베이스볼 18/11/15 3898 2
10285 스포츠[MLB] 다저스-보스턴-미네소타 트레이드 재정리.jpg 김치찌개 20/02/13 3898 0
10713 게임[LOL] 대회 보는데 참고할 만한, 현 메타 바텀 티어 이야기 2 Leeka 20/06/26 3898 4
12080 생활체육골프장 리뷰(여수 디오션, 의령리온, 클럽디거창) 4 danielbard 21/09/15 3898 1
4494 스포츠[해축] 몰락하고 있는 발렌시아 6 익금산입 16/12/31 3899 0
3121 일상/생각3600마리의 닭, 360개의 엔진, 30명의 사람. 2 켈로그김 16/06/25 3900 11
8999 기타[MLB] 저스틴 벌랜더 2년 66M 연장 계약 합의 김치찌개 19/03/24 3900 0
12005 일상/생각사람이 바뀌는 순간 15 sisyphus 21/08/22 3900 2
5109 창작[소설] 홍차의 연인 (2) 62 새벽3시 17/03/08 3901 16
11476 게임[LOL] LPL, 현 시점에서의 웨이보 인기투표 라인별 1~3위 Leeka 21/03/09 3901 2
8143 게임하루가 지난뒤 쓰는 아시안게임 롤 결승전 이야기 2 Leeka 18/08/31 3902 3
12574 정치윤통 당선후 이준석 입각 또는 청와대 갈 것 같습니다. 23 Picard 22/03/04 3902 0
12899 기타'위즈덤 칼리지' 청취 후기 (매우 간단, 노 스포) 및 토론 모임 인원 모집 16 Mariage Frères 22/06/08 3902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