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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6/15 15:49:23 |
Name | 세인트 |
Subject | 와이프의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
* 회사에서 몰래몰래 쓰는 거고 내용 정리를 못 하고 쓰는 거라 굉장히 횡설수설 할 듯 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역설적으로 그 건강 때문에 지금 저와 제 와이프가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요즘 참 속이 상합니다. 와이프가 처음 사고가 난 것도 벌써 3년 전 쯤이네요.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했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었습니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긍정의 화신같던 와이프는 당시에 '오히려 그 덕에 발견해서 다행이지!' 라고 웃곤 했지만...)으로 와이프의 머리 혈관 쪽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참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큰 수술을 몇 차례 치르고, 와이프는 퇴원했습니다. 정작 이 때 와이프의 당시 남친은 저보다 훨씬 와이프를 간호하기 좋은 환경(의사, 안정된 직장, 오랜 교제기간, 혼담 이야기까지 상당히 진행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와이프의 투병 기간 내내 무책임 무관심으로 일관하였으며 심지어 다른 젊은(?)여자를 만나는 등의 일이 이어지면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고 서울에서 수시로 내려와서 간호하던 저랑 가까워지게 되었었습니다. (참고로 전 고딩~대학 초년 시절부터 이 친구랑 친했습니다. 제 첫 여자친구의 베프이기도 했는데, 첫 여자친구랑 헤어질 때 다짜고짜 저한테 전화해서 쌍욕을 퍼붓기도 했던 의리파였습니다. 그럼에도 워낙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성격 코드 성향 등이 잘 맞아서 - 완벽한 S기질의 와이프와, 허구헌 날 호구잡히는 진성 M인 저의 조합 - 그 뒤로도 친하게 지냈었고, 제가 대학을 서울로 가게 되면서도 꾸준히 연락하던 친구였습니다. 서울/외국에 있던 기간이 군대를 제하더라도 10년이 넘어가면서 고향 친구들과 연락이 거의 다 끊겼는데 이 친구랑은 계속 연락이 되던 사이었던 것도 그 까닭이었습니다) 아무튼 염장글은 이쯤하고, 와이프는 당시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열심히 공부/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계획도 완전히 틀어지고, 아무튼 여러분도 운전 조심하세요 흑흑. 그때만 해도 머리 문제가 워낙 커서 다른 곳은 그냥 낫는 정도만 보이고 말았었는데 요즘 슬슬 후유증이 온 몸에 오는 것 같습니다. 걸핏하면 온 몸이 아프고 쑤시고, 특히 발 뒤꿈치 쪽이나 어깨 쪽은 디스크도 아닌데 디스크 환자 저리가라 할 정도로 늘 통증에 시달립니다. (덕분에 진짜 디스크 환자인 제가 늘 퇴근 후에 마사지를 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도 - 제가 그렇게 건강부터 챙기게 일단 일 그만두고 쉬라고 해도 안 듣고 부득불 빡신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제 와이프는 - 많고 피곤이 심해지면서 생전 안 그러던 사람이 짜증도 막 내고 감정 기복도 매우 심해지고, 그러다가 몸이 좀 괜찮아지면 미안해하고 그래서 서로 어색해지고 하는 시간이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 부분도 참 완치가 안되서 자주 기절/발작이 일어납니다. 기압 변화가 심한 비행기 같은거 타는건 절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신혼여행 때 코사무이 왔다갔다하는 경비행기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발작이 일어나서 방콕 공항에서 식겁한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나으려면 일 그냥 그만두고 푹 쉬면서 몸 추스리는 게 그나마 최선의 방책이라고 보는데, 와이프 본인이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어서인지 '그게 100% 낫는다는 보장도 없다' 면서 일을 계속 하고 있고 머리 쪽도 저는 '그냥 완치될 때 까지 기다리자, 자기 건강이 제일이다' 라고 말해도 '완치되려면 독한 약 써야되는데 그건 나중에 아이 생기면 아이한테 안좋다, 그리고 30대 초반이면 이미 빠른 나이가 아닌데, 노산하기 전에 일찍 아이를 갖고 싶다' 라고 강하게 주장해서 제가 말 붙이기도 참 애매합니다. 거기다 사실 통증이고 발작이고, 당사자가 제일 속상하고 아프고 괴로울 거라서 강하게 푸시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수정) 이 글을 쓰던 중에 와이프가 결국 마음을 바꿨습니다...만 좋다고 해야할지, 안좋다고 해야 할지... 일단 지금 직장에서 여러 모로 애로사항이 꽃피는 관계로 이번달 말까지 (정확하게는 다음 주 화요일까지) 만 일하고 그만두기로 했다네요. 저말 기뻤는데, 달랑 한 달 쉬고 8월부터 다른 직장에서 일할거라고 합니다;;; 같이 일하던 선생님들도 많고, 와이프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야간 당직 등은 안 서게 하고 최대한 고정적인 업무 스케쥴을 하게 할 거라는데 그냥 일 쉬고 몸 추스렸으면 좋겠는데 참 속상하네요... 제가 돈을 엄청나게 잘 벌어서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놀면서 가정부랑 전담 건강관리사 붙여서 살아도 아무 문제 없을 정도의 생활형편이 되었으면 하고 이렇게 바래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답답하고 속상해서 횡설수설 두서없이 써 보았습니다. 하소연 들어주셔서 고맙고 죄송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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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혹은 업이란게 그렇습니다. 특히 한국에선.
제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모 과 교수가 있습니다.
입사 후 10년만에 처음 한 건강검진상 암종양 표지자가 3.5까지던가가 기준이었는데 3.6이 나와서.. 혹시나 해서 CT를 찍었습니다. 저녁에 외래 환자 없을때 찍고 봐달라길래 가봤습니다.
9cm 짜리 신장을 거의 다 대체한 신장암이 좌측 신장에 있더군요. 보는 순간 \'x됬다\' 싶더군요. 그 친구도 맨날 하던 수술의 대상자가 자기가 된게 황당하기도 할겁니다.
처음 나온 말이.. \"아 놔 나 이번 주 외래 예약 환자 많은데 ... 더 보기
제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모 과 교수가 있습니다.
입사 후 10년만에 처음 한 건강검진상 암종양 표지자가 3.5까지던가가 기준이었는데 3.6이 나와서.. 혹시나 해서 CT를 찍었습니다. 저녁에 외래 환자 없을때 찍고 봐달라길래 가봤습니다.
9cm 짜리 신장을 거의 다 대체한 신장암이 좌측 신장에 있더군요. 보는 순간 \'x됬다\' 싶더군요. 그 친구도 맨날 하던 수술의 대상자가 자기가 된게 황당하기도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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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혹은 업이란게 그렇습니다. 특히 한국에선.
제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모 과 교수가 있습니다.
입사 후 10년만에 처음 한 건강검진상 암종양 표지자가 3.5까지던가가 기준이었는데 3.6이 나와서.. 혹시나 해서 CT를 찍었습니다. 저녁에 외래 환자 없을때 찍고 봐달라길래 가봤습니다.
9cm 짜리 신장을 거의 다 대체한 신장암이 좌측 신장에 있더군요. 보는 순간 \'x됬다\' 싶더군요. 그 친구도 맨날 하던 수술의 대상자가 자기가 된게 황당하기도 할겁니다.
처음 나온 말이.. \"아 놔 나 이번 주 외래 예약 환자 많은데 미치겠네..\" 제가 바로 \"미친 놈\" 이라고 받았습니다. 그 다음에 \"partial 되냐?\" 라고 제가 되물었더니 (신장 전체 절제 말고 부분절제되냐..?) 이 넘이 \"될 리가 있겠냐 hilum 다 갔는데..\" 결국 그 주에 예약환자 다 보고 토요일날 응급 수술 스케줄 잡아서 수술하고.. Radical nephrectomy라는 전신장절제술+림프절 절제술 받고.. 2주만에 컴백했습니다. 1주 미뤄놓은 환자 다 보고.. 요새도 신장기능 안돌아와서 헤롱헤롱 하고 있죠.
이 넘이 사시 그리 \'훌륭한\' 의사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놈인데. 특히 병원에 있으면 이렇게들 되더군요. 지난 주에도 후배 교수 한넘은 똥꼬 고름 잡혀 터질때 까지 일하다 실려가고, 그 전전주에는 다른 한넘은 악성 고혈압으로 혈압 220 찍고 또 바로 응급실, 여자 의사들은 진성 진통이 걸릴때 까지 일하다가 분만장으로 바로 갑니다. 모성보호? 야간 당직 다들 똑같이 서죠. 우리 애들은 둘 다 임신 초기에 X ray 수십장 찍은 만큼의 방사선 많이들 맞았죠. 간호사, 방사선사, 다들 이렇게 살고들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병동이라면 병동대로, 낮 근무라면 낮근무 대로 애로가 꽃피죠. 이젠 일반에도 잘 알려져 있는 임신 순번제라던지.. 식사는 5분 이상 못한다던지.. 뭐 그런거죠.
왜 이렇게들 사는지.. 요즘은 사실 회의가 많이 듭니다. 옆에서 잘 보살펴 주세요.
제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모 과 교수가 있습니다.
입사 후 10년만에 처음 한 건강검진상 암종양 표지자가 3.5까지던가가 기준이었는데 3.6이 나와서.. 혹시나 해서 CT를 찍었습니다. 저녁에 외래 환자 없을때 찍고 봐달라길래 가봤습니다.
9cm 짜리 신장을 거의 다 대체한 신장암이 좌측 신장에 있더군요. 보는 순간 \'x됬다\' 싶더군요. 그 친구도 맨날 하던 수술의 대상자가 자기가 된게 황당하기도 할겁니다.
처음 나온 말이.. \"아 놔 나 이번 주 외래 예약 환자 많은데 미치겠네..\" 제가 바로 \"미친 놈\" 이라고 받았습니다. 그 다음에 \"partial 되냐?\" 라고 제가 되물었더니 (신장 전체 절제 말고 부분절제되냐..?) 이 넘이 \"될 리가 있겠냐 hilum 다 갔는데..\" 결국 그 주에 예약환자 다 보고 토요일날 응급 수술 스케줄 잡아서 수술하고.. Radical nephrectomy라는 전신장절제술+림프절 절제술 받고.. 2주만에 컴백했습니다. 1주 미뤄놓은 환자 다 보고.. 요새도 신장기능 안돌아와서 헤롱헤롱 하고 있죠.
이 넘이 사시 그리 \'훌륭한\' 의사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놈인데. 특히 병원에 있으면 이렇게들 되더군요. 지난 주에도 후배 교수 한넘은 똥꼬 고름 잡혀 터질때 까지 일하다 실려가고, 그 전전주에는 다른 한넘은 악성 고혈압으로 혈압 220 찍고 또 바로 응급실, 여자 의사들은 진성 진통이 걸릴때 까지 일하다가 분만장으로 바로 갑니다. 모성보호? 야간 당직 다들 똑같이 서죠. 우리 애들은 둘 다 임신 초기에 X ray 수십장 찍은 만큼의 방사선 많이들 맞았죠. 간호사, 방사선사, 다들 이렇게 살고들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병동이라면 병동대로, 낮 근무라면 낮근무 대로 애로가 꽃피죠. 이젠 일반에도 잘 알려져 있는 임신 순번제라던지.. 식사는 5분 이상 못한다던지.. 뭐 그런거죠.
왜 이렇게들 사는지.. 요즘은 사실 회의가 많이 듭니다. 옆에서 잘 보살펴 주세요.
러브스토리가 연애소설 같네요 부럽...
하지만 아프시면 쉬고 차료 받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 낫는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하시지만 반대로 치료와 휴식이 없으면
나을수 있는것마저 낫지 못하고 계속 고통스러울 확율이 훨씬 높죠.
아내분이 비해서 경우가 대단하진 않지만 10여년전쯤 저도 사고로 손목을
다친이후 제대로 치료와 휴식을 해주지 않아서 지금도 자주 통증이 있고
특정자세(?)를 취할시 엄청 고통스럽습니다.
물론 여건이란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 몸이 아픈것 특히 사고후유증 같이
단순하지 않은건 가능한 억... 더 보기
하지만 아프시면 쉬고 차료 받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 낫는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하시지만 반대로 치료와 휴식이 없으면
나을수 있는것마저 낫지 못하고 계속 고통스러울 확율이 훨씬 높죠.
아내분이 비해서 경우가 대단하진 않지만 10여년전쯤 저도 사고로 손목을
다친이후 제대로 치료와 휴식을 해주지 않아서 지금도 자주 통증이 있고
특정자세(?)를 취할시 엄청 고통스럽습니다.
물론 여건이란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 몸이 아픈것 특히 사고후유증 같이
단순하지 않은건 가능한 억... 더 보기
러브스토리가 연애소설 같네요 부럽...
하지만 아프시면 쉬고 차료 받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 낫는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하시지만 반대로 치료와 휴식이 없으면
나을수 있는것마저 낫지 못하고 계속 고통스러울 확율이 훨씬 높죠.
아내분이 비해서 경우가 대단하진 않지만 10여년전쯤 저도 사고로 손목을
다친이후 제대로 치료와 휴식을 해주지 않아서 지금도 자주 통증이 있고
특정자세(?)를 취할시 엄청 고통스럽습니다.
물론 여건이란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 몸이 아픈것 특히 사고후유증 같이
단순하지 않은건 가능한 억지로라도 여건을 만들어 치료하는게 나중을 위해
충분히 할만한 투자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꼭 문제없이 회복되시길 기원드려요~
하지만 아프시면 쉬고 차료 받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 낫는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하시지만 반대로 치료와 휴식이 없으면
나을수 있는것마저 낫지 못하고 계속 고통스러울 확율이 훨씬 높죠.
아내분이 비해서 경우가 대단하진 않지만 10여년전쯤 저도 사고로 손목을
다친이후 제대로 치료와 휴식을 해주지 않아서 지금도 자주 통증이 있고
특정자세(?)를 취할시 엄청 고통스럽습니다.
물론 여건이란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 몸이 아픈것 특히 사고후유증 같이
단순하지 않은건 가능한 억지로라도 여건을 만들어 치료하는게 나중을 위해
충분히 할만한 투자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꼭 문제없이 회복되시길 기원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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