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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5/09 17:33:36
Name   지환
Subject   조각글 25주. 무제
  제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시절, 이제는 애써 떠올리기조차 어려운 그 시절 몇 안 되는 또렷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이었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때였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아파트 바로 옆집에는 친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와 자주 어울렸는데 그날도 그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친구네 집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이었고 거실에는 커다란 트리가 있었습니다. 트리에는 반짝이는 장식들이 잔뜩 달려 있었고 아래에 아직 두르지 않은 꼬마전구가 놓여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네 어머니가 차려준 점심을 먹은 뒤 트리를 함께 완성키셨습니다. 스위치를 누르자 파랗고 붉게 반짝이던 트리. 동그란 크리스마스 장식과 종, 별, 양말, 막대사탕, 산타 인형. 한참 넋을 놓고 바라봤습니다.
  해가 지고, 저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친구와 어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화장실을 다녀온 뒤 트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달지 않고 남겨둔 장식이 떠올랐습니다. 금빛의 동그란 장식이었습니다. 두 손안에 가득 차는 크기의 장식. 매끄러운 감촉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트리의 중앙에 달아둔다면, 분명 아주 멋진 트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가지고 싶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트리를 둔다면, 이것을 꼭 달고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친구의 트리에는 자리가 남아 있었지만, 저는 거기에 달지 않았습니다. 티셔츠 안쪽에 그것을 집어넣고는 현관으로 달려가 신발을 신었습니다. 친구와 어머니는 저를 배웅하러 현관 앞까지 왔고 저는 티셔츠 속에 숨겨둔 장식을 붙잡은 채로 꾸벅 인사했습니다. 힘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장식이 미끄러져 옆구리로 빠져나오는 바람에 떨어트리고 말았습니다. 대리석 타일에 통하고 떨어지던 소리와 이어지던 통통 소리. 점차 잦아들던 소리와 신발 사이를 구르던 장식. 저를 바라보던 친구와 어머니의 눈빛. 저는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제 기억이 확실하다면 저는 그때 울지 않았습니다. 마비당한 동물처럼,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때 느꼈던 이상한 감정이, 저를 한층 더 나이 들게 만들었던 그날의 복합적인 감정이 종종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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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비당한 동물. 기막힌 표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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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심
굴러 떨어진 장식을 친구어머님이 재빨리 주워 \"우리 00이가 이거 갖고 싶었구나. 아짐마가 주는 선물이야. 잘 챙겨 가\" 라면서 티셔츠 안쪽에 꼭 넣어주면 참 예쁜 기억일텐데 현실은 안 그럴까요?
난커피가더좋아
현실은 이미 112를 누르고 있는 아짐? ㅋㅋ
눈부심
\"이눔시키! 커서 뭐가 될려고!\"(등짝 퍽퍽!)
오아.. 이러면 정말 애한테 트라우마가 크겠어요. 친절한 아짐마가 되어야겠다.
마스터충달
[합평]
장식을 떨어뜨린 순간부터 마무리까지 흡입력이 좋습니다. 화자의 당황했던 감정이 잘 전달됩니다.

단점이 많이 보입니다. 첫째, 문장의 질이 떨어집니다. 둘째, 훔친 장식이 등장하기 전 내용이 늘어집니다. 불필요한 세부 묘사나, 설명은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셋째, 결말의 \'이상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장식을 훔쳤다는 간단한 서사로 이루어진 글입니다. 서사의 전달보다 공감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미묘한 신비로움 보다는 명확한 공감이... 더 보기
[합평]
장식을 떨어뜨린 순간부터 마무리까지 흡입력이 좋습니다. 화자의 당황했던 감정이 잘 전달됩니다.

단점이 많이 보입니다. 첫째, 문장의 질이 떨어집니다. 둘째, 훔친 장식이 등장하기 전 내용이 늘어집니다. 불필요한 세부 묘사나, 설명은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셋째, 결말의 \'이상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장식을 훔쳤다는 간단한 서사로 이루어진 글입니다. 서사의 전달보다 공감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미묘한 신비로움 보다는 명확한 공감이 독자에게 더 어필할 것 같습니다.
문장에 관하여 부가 서술합니다.
전체적으로 복문, 수식어가 많습니다.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문장 혹은 한 줄 안에 같은 단어가 중복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는 단어가 중복 사용되는 문장입니다.

\"제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시절, 이제는 애써 기억하기조차 어려운 그 시절 기억 중 몇 안 되는 또렷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 문장으로 나누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시절\", \"기억\"이 중복 사용되었습니다. \"애써\"와 \"어려운\" 중 하나의 수식어는 줄여도 의미를 해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친구와 자주 어울렸는데 그날도 그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친구\"가 중복 사용되었습니다.

\"대리석 타일에 통하고 떨어지던 소리와 이어지던 통통 소리.\"
\"통\", \"소리\"가 중복 사용되었습니다.

\"다만, 그때 느꼈던 이상한 감정이, 저를 한층 더 나이 들게 만들었던 그날의 복합적인 감정이 종종 떠오릅니다.\"
\"감정\"이 중복 사용되었습니다.
우너모
이야기의 마무리가 마음에 듭니다. 그 날 이후의 일에 대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당시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도 굳이 파헤치지 않고 \"이상한 감정\"으로 내버려둔 점이 좋네요. 이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니까, 어린 내가 느꼈던 부끄러움과, 지금 회상하는 내가 느끼는 부끄러움, 그리고 부끄러움 이외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상상하며 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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