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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4/21 02:55:08
Name   Zel
Subject   제가 경험한 미국 행정 이야기.
최근에 캘리포니아로 잠시 연수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 일 년 정도. 그런데 해야 할 행정 절차는 거의 이주하는 거랑 맞먹더군요. 거의 대부분의 스탭에서 제가 잘못한게 없는데 꼬입니다. 이게 공공영역뿐 아니라 사적영역에도 마찬가지더군요.

1.  연수 갈려면 J1 visa가 필요한데 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DS 2019라는 미국 국무성에서 인증해주는 서류가 필요합니다. 이 서류는 제가 미국 대학에 어플라이 하면 여기서 받아주고 그 다음에 그 대학에서 국무성으로 자료 보내면 거기서 인증해주고 다시 대학에서 최종 사인한다음에 한국에 보내주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하도 이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꼬인다고 해서 연수 결정 날때 부터 비서를 메일로 조졌습니다. '나 2월 초 갈거니 서류 작업 차질 없기 바람..' 그랬더니 비서가 '우리대학은 서류에 적혀있는 거 이전 70일부터 프로세싱하기 때문에 참으삼..' 물론 시작은 그때 했죠. 하지만 중간에 크리스마스/구정 이 끼여서 출국 1주일 전까지 대사관 인터뷰를 못했습니다. 네 그 서류가 안와서죠. 결국 4일전에 인터뷰 하고 2일 전에 택배 집하물 받는곳에 직접 가서 여권을 가져왔습니다. 예정된 비자 인터뷰 캔슬해서 한 60만원 날린건 예사고. 그 와중에 대사관 인터뷰 빨리 받을려고 청와대 빽까지 썼던것도 함정. 근데 필요도 없었다는.. 한국 미대사관은 정말 '한국' 스럽게 일하는 겁니다 ㅠㅠ

2. 미쿡에 왔습니다. 당장 입국심사에서 줄을 좀 잘못서서 꼬였습니다. 근데 이 심사관놈이 실컷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어 너 J1이네?' 그러더니 했던 심사를 다시.. 이때 이놈이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나중에 다시 엿을 먹이게 되더군요. 와잎 부터는 대략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23kg짜리 짐 8개를 핸들링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3. 그 날 학교 인근의 inn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눈물나는 수준의 인이었는데 슈퍼볼 기간이어서 호텔가격이 미친 가격이라  (쉐라톤 1박에 80만원) 눈물을 머금고 여장을 풀었습니다. 들어갈려는 이삿집 정리가 안 되다 보니. 먼저 핸드폰 개통하러 갔습니다. 역시 주절주절 하다가 너 SSN 뭐냐 묻길래 그게 어제 들어왔는데 있을 리가 있습니까.. 결국 페이폰을 저랑 와이프랑 두개 개통했습니다만, 와이프 껀 또 이상하게 개통되어서 다음 달에 리필이 안되어서 다시 찾아갔습니다. 제 폰은  한 2시간 지나면 (갤럭시 노트2) 전화 된다고 했는데 다음날이 되어도 안터집니다. 인터넷 보고 무슨 주소 쳐넣고 해도 불통. 눈물을 머금고 잡스집 근처의 애플스토어에서 언락 6s를 사서 인근 at&t가서 유심 끼워넣으니 겨우 통화가 되더군요. 케이스/필름 가격 아이폰 3gs시절 가격을 다시 본건 참 오랫만였습니다. 선택이 없어서 또 샀죠..ㅠㅠ 좀만 여유 있으면 베스트바이던지 코스트코 등에서 조건 좋은 폰을 살 수 있엇지만 전화 번호 없이는 다른 행정처리를 아무것도 못해서 그냥 눈물을 머금고 샀습니다. 미쿡폰 하나도 안쌉니다 ㅠㅠ

4. 차를 샀습니다. DMV라는 데 가서 등록해야 하는데 줄 오래서야 되서 대행해준다는 AAA 라는 보험회사에 갔습니다. 실컷 서류 쓰고 뭐 했더니 결제시스템 에러로 오후에 오라랍니다. 오후에 가니 내일 오랍니다. 다음 날 등록하긴 했습니다.

5. 은행 계좌를 틉니다. 한 한시간도 넘게 수많은 서류에 싸인하고 블라블라 하는거 듣고 크레딧 카드 이야기 했더니 ssn없다고 해도 재정상태 증명서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신청했습니다만.. 한 보름 뒤에 전화로 어떤놈이 무슨 무슨 서류 팩스 보내라 두번이나 해서 다른 서류 보냈는데 결국 심사탈락이라는.. 아예 말을 꺼내질 말걸 그랬나 싶습니다. 데빗카드라는 체크카드는 한달 간 쓸 수 있는 임시카드를 먼저 발급해주고 집으로 정식 카드가 배송된다고 합니다. 2주 지나도 안옵니다. 네 또 메일 보내서 다시 달라고 했습니다. 임시카드 데드라인 3일 전에 정식 카드가 와서 생명줄을 달았습니다.

6. 가스 전기를 연결하기 위해 PG&E 라는 가스회사에 직접 가서 주소를 줘야 합니다. 또 한 10마일 달려서 줄서서 퉁명스런 할머니 직원에게 전달해줬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홈페이지 로그인 할려니 전화번호가 틀렸답니다. 네 그 직원이 입력을 잘못한거죠. 또 메일 보내고 1주일 걸려 수정했습니다.

7. SSN이라는 주민번호 비슷한게 있습니다. 이게 나와야 캘리포니아는 운전면허시험을 칠 수 있습니다. 국제 면허증으로 운전할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 주법에서는 여행객이 아닌 주 레지던트로 구분되면 10일만 인정해준답니다. 엄청난 모순이 있지요. 차 없으면 못 다니는 미쿡에서, SSN신청은 입국 후 15일이 지나야 할 수 있는데 면허는 10일만 인정해줍니다. SSN 나와도 운전면허 필기-실기까지 할려면 빨리해도 2주는 걸립니다. 그럼 그 동안 3주 내지 한달은 그냥 무면허로 운전하라는 이야기죠. 그 사이에 1번국도라는 해안국도 타고 엘에이 갔다 왔는데 경찰만 보면 그냥 불법체류자의 심정이 되더군요.

여튼 뭐 법이 그러니 그렇다고 칩시다. 입국후 3주 지나서 SSN사무소에 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 문열리기 전에 서 있고 표 끊고 안에 들어가서 다시 한 시간 기다리는건 뭐 이제 예사입니다. 인터뷰 중에 뭐라 블라블라 하지만 눈치껏 예스를 해줬습니다. 마지막에 종이 한장을 주는데 2주 뒤까지 안오면 전화하거나 메일하거나 찾아오라고. 와이프는 인터뷰 후 3일만에 카드가 왔습니다. 전 2주 지나도 안오더군요. 먼저 전화를 했습니다. 젠장  ARS인데 뭐라 그러는 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보이스로 커맨드 하는거 같은데 시리도 못알아듣는 제 발음을 미쿡 정부가 어떻게 듣겠습니까. 결국 메일을 보냈습니다. 근데 2일 지나도 답장이 안옵니다. 3일째 아침에 열받아서 그냥 다시 SSN사무소에 가서 재신청합니다. 물론 그 직원은 '나도 왜 이러는 지 모르죠..' 라고 대답하더군요. 말도 짧고 뭐 을중에 슈퍼을이라 '네 나으리' 굽신굽신 하는 수 밖에. 그 날 저녁에 3일전 보낸 메일의  답메일이 오더군요. '지역 SSN사무소에 방문하세요.'  이 메일 답장 보내는데 3일 걸리더군요. 이거 먼저 받았으면 정말 속터질뻔 했습니다만 이젠 안속죠.  이번에는 SSN이 3일만에 바로 왔습니다.

8. 자 SSN도 나오고 이제 드디어 운전면허 필기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준비 서류에 보니 I94라는 입국심사때 기록한 정보를 프린트 해야 하는 서류가 필요하더군요. 룰루랄라 하고 프린트를 했는데.. 제 비자 상태가  J1이 아니고  WT (여행자)가 되어 있습니다. 네, 입국심사관이 물먹인거죠. 와이프랑 애들은 다 제대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또 국무성인지 어딘지 모르는데 전화하고 수정하고 j1으로 바꾸는데 3일 걸렸습니다. 면허 시험 그만큼 더 밀렸죠. 필기 시험 2시간 가까이 대기해서 쳤습니다. 실기칠려고 알아봤더니 가장 집 가까운데는 2달 뒤.. 결국 60마일 떨어진 시골에서 실기를 쳤습니다. 지금 이제 플라스틱 운전면허증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제때 올거라고 기대도 안합니다.

9. 학교 안에서도 병원카드, 학교카드가 제때 안나와서 두 번씩 방문했습니다만 이건 말할거리도 못되네요.

세줄 요약.

1. 영어 못하니 눈물난다.
2. 미국 행정은 말로만 들은거랑 체감이랑 천지차이.
3. 이렇게 해도 돌아가는 이 나라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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