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3/28 17:36:42
Name   RebelsGY
Subject   [조각글 20주차] 아마도 마지막이 될.
제목 : [조각글 20주차] (☜ 말머리를 달아주세요!)

[조각글 20주차 주제]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것'에 대한 글을 쓰세요.
- 분량, 장르, 전개 방향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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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504/

합평 받고 싶은 부분

하고 싶은 말

홍차넷 게시판을 하루에 한번씩 오는 정도인데 글을 한번쯤 써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적었습니다.
제목 처럼 아마도 마지막이 될것 같습니다.
본문은 픽션과 참트루가 섞여있습니다.

아 참! 그리구 항상 좋은글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눈팅러지만 다른분들께서 적어주신 글들 항상 정독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문

20대 중반을 넘어 이제 곧 서른이라는 길목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연애세포라는 녀석은 어느 순간 그 열정의 지속성이 줄어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느 순간 더 이상의 감정소모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회의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차 나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만들어 냈고, 이는 결국 나에 대한 혐오와 끝없는 자괴감, 그리고 타인에게 몹쓸 짓이나 하고 다닌다는 죄책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쓰레기로 하자.’

나의 방어 전략이었다. 항상 그래왔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나의 전의식(Preconscious)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 보다 내가 상처를 온전히 받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주변에서는 내 잘못이 없다고, 상대방이 문제라고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나는 겉으로는 ‘그래, 그렇지...’ 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아니 내가 쓰레기라서 그래...’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를 달래는 방법이고 나를 지배하는 일관된 태도였다.

스스로 이러한 태도를 인지하자 점차 연애세포가 살아 숨쉬는 시간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1년 정도 알게 된 사이의 후배가 어느 순간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러한 마음도 2개월 만에 끊어버렸다. 친구들은 이야기했다. ‘잘 어울린다.’ ‘후배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하니까 잘해봐라.’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런 말을 어린 시절에 들었다면 내 연애세포라는 놈은 아마 불타오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나와 후배는 이성의 관계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나 스스로 이미 결론을 짓고 시작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선을 긋고 있었다.
그러니 연애세포는 그 선을 넘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곤 내 마음을 잠식하는 정도가 점차 소멸되어갔다. 결국 오랜만에 깨어난 녀석은 또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약 2개월 정도였다.

더 이상은 지속할 용기도, 의지도, 마음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는 1년 동안 친남매 소리를 듣던 후배와 더 이상 사적인 연락을 일체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쓰레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후배는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을 표현하지도 않았고, 그러한 태도도 잘 취 한적 없이 나 스스로 만들어낸 세포를 결국 내 스스로 죽이고 말았다. 어쩌면 연애세포는 금방 사라지는 것이 아닌 내가 금방 사라지게 하고 있었다.

외로움과 고독함의 소용돌이가 가끔 몰아칠 때면
주말의 나른한 햇살 앞에서 담배 한 모금을 몰아 쉴 때면
홀로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문에 비춰진 나의 모습들을 볼 때면
어느 순간 또다시 깊은 수렁 안으로 빠져드는 나를 보게 된다.

왜냐하면 나는 쓰레기니까.

오늘도 나는 포근하고 안락한 안타는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왜냐하면 나는 쓰레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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