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2/15 09:49:37
Name   눈부심
Subject   모든 물리는 국소적이다.
출처 : http://www.theatlantic.com/science/archive/2016/02/all-physics-is-local/462480/


수십년간 고대하던 중력파 직접 탐지가 이루어졌습니다. 중력파란 빛의 속도로 우주를 여행하는 시공간 내의 파동을 말합니다. 중력파 관측소인 라이고(LIGO)에 의하면 거대한 두 블랙 홀에 의해 나선형으로 형성되어 퍼져 나간 중력파가 탐지되었고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원리를 증명해주는 일입니다. 작년에 우리는 일반상대성원리의 100년째 탄생을 기념했었죠.

중력파 관측은 아인슈타인이 다시금 옳았음을 보여주는 일이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현상들에 대해 새로운 장을 여는 일이기도 한데 이 외에도 더 심오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국소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죠. 국소성이란 건 현대 물리의 상당부분이 내포하고 있는 어떤 개념입니다.  

국소성이란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주변에서 발생한 일의 영향을 받아 생겨나는 일이다’라는 말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시그널을 주고 받고, 영향을 끼치는 건 우주 전반에 걸쳐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공간을 통해 시간을 두고 퍼져가는 거란 거죠. 당연한 말 같이 들리지만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 전에는 중력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1687년과 1915년 사이에 사람들이 이해한 중력은 아이작 뉴튼이 주장한 것이었습니다. 뉴튼이 바로 그 유명한 제곱반비례법칙을 발견했는데 두 물체 간의 중력은 질량에 비례하며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등식이죠. 대충 말해, 중력은 물체가 무거울수록, 서로 가까이 있을 수록 커진다는 말입니다.

중력은 힘과 방향 두 가지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지구 중심으로 향하는 힘을 느끼며 살고 있죠. 뉴튼에 의하면 지구의 중력은 지구를 벗어난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단지 지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힘이 약할 뿐이라고 합니다. 지구가 움직이면 중력장도 방향을 바꿔 우주에 걸쳐 즉각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이런 순간적인 변화는 뉴튼의 중력이 국소성을 띠지 않음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다른 별과 행성들 역시 우주의 어느 곳에서든 전 우주의 중력에 이런 저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보았죠. 다만 그 원리에 대해 우리는 지구의 중력만 집중적으로 상상해왔던 것이고요.

뉴튼의 중력은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물체는 중력을 가집니다. 볼링공을 앞뒤로 흔들면 우주 전체의 중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끼치겠죠. 실제로는 작은 물체의 중력을 측정하기란 매우 힘들지만 상상을 해보면 전파가 전자기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뉴튼의 중력이론에 의하면 아주 먼 곳의 중력측정기는 우리가 볼링공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측정할 수가 있어서 우리는 모르스 코드 같은 것으로 메세지를 보낼 수도 있을 겁니다.  

뉴튼의 세계에선 그런 메세지가 제 아무리 상상초월의 먼 거리에 있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빛보다 빠른 것은 물론 그 어떤 무엇보다 빠르죠.  

뉴튼은 자신의 이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중력의 엄청난 속도때문이 아니라 중력이 공기 같은 매개를 통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서 퍼져 나간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장거리 현상에 불만이 많았죠. 그래서 궁극적인 결론은 독자에게 맡겨 버립니다.

오늘날 우리는 힘이 전파됨에 있어 매개의 역할을 옛날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공간 자체로도 현대 물리는 충분히 훌륭하죠. 시공간은 전자기장이나 중력장 같은 몇 가지의 장으로 뒤덥혀 있고 그런 장들의 운동은 빈 우주공간에서도 퍼져나간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자기장(빛, 엑스레이, 마이크로파, 전파)이란 게 그런 거니까요. 물론 새로 발견된 중력장도 그렇고요.

현대 물리학자들에게 뉴튼 이론이 불편한 이유는 중력이 여행할 때 필요한 매개의 부족이 아니고 바로 그 ‘즉각적’인 성질 때문입니다. 만약 엄청난 기술을 가진 안드로메다 갤럭시에 사는 외계인이 -원리상으로- 바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말들을 도청할 수 있는 세계에 산다면 어떨 것 같나요?

다행히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그럴 수 없음을 입증해 줍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원리는 중력의 원리입니다. 시공간은 휠 수 있어서 우리는 그 곡률효과를 중력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상대성원리에 의하면, 빛의 속도는 어떤 영향이 우주를 통해 얼마나 빨리 퍼져나가는지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됩니다. 안드로메다는 이백오십만광년 떨어져 있어서 신호를 주었다 응답을 듣는 데 오백만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는 중력장에 응용되는 빛의 속도라는 장애물에 대해 자주 들어요. 우주의 그 무엇보다 더 많이 이야기하죠.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절대적 한계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봅시다. 바로 국지성을 논의할 때죠.

조용한 연못에 조약돌을 던져 보세요. 작은 파장이 동그랗게 퍼져 나가죠. 우리는 그 현상을 두고 자연스럽게 ‘무엇인가’가 수면 위로 여행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심오한 배경을 인지하기도 하죠. 물은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분자들은 서로를 밀며 마구 움직입니다. 미시세계에서 조약돌의 분자들은 물분자들과 충돌하는데 이것은 조약돌이 물에 빠진 그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그 분자들이 근처의 분자들에 영향을 끼치고 근처의 분자들은 또 그 근처의 분자들에 영향을 끼치죠. 이런 총체적인 분자들의 움직임이 우리에게는 '물에 일어나는 파장'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분자들은 서로 가까이 있을 때에만 영향을 끼칩니다. 가까이 있어서 서로를 밀치게 되는 거죠. 조약돌이 연못의 모든 물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는 없는 겁니다. 조약돌은 한 곳에 있는 물분자들에 영향을 끼쳤고 근처의 다른 분자들에 이어진 연쇄작용으로 인해 연못의 가장자리까지 반향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지성의 현상입니다. 파장이 제아무리 엄청난 거리를 여행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서로 인접하고 있던 각각의 분자들이 움직여서 생기는 일인 거죠. 동떨어지기만 해서 일어나는 일이란 없는 겁니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우주의 모든 현상은 이와 같다고 합니다. 지구가 움직이면(거대한 블랙홀도 마찬가지), 그 중력장이 우주에 걸쳐 순간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중력장은 먼저 지구에서 변했다가 근처의 중력장에 영향을 끼치고 더 멀리 떨어진 중력장에까지 서로 서로 영향을 끼치는 식으로 움직이는 거죠. 이것이 바로, 조약돌이 연못에서 파장을 일으키듯 빛의 속도로 시공간에서 퍼져나가는 중력장의 근원적 소요이자 중력장의 기원입니다.

물론 시공간은 분자나 그와 비슷한 어떤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시공간이란 단순히 우리가 현재 우주의 근원물질에 대해 현재까지 알고 있는 가장 적절한 이론 중 하나일 뿐입니다. 국지성이 물리적 세계에서 왜 그리 중요한지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그냥 강력한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뿐이죠.

국지성이란 게 궁극의 답인 것은 아닐 지도 모릅니다. 국지성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원리가 훌륭한 것과 똑같은 수준으로 양자역학의 원리와는 아귀가 맞지가 않습니다. 양자역학은 미시세계에 관한 한 가장 훌륭한 이론이죠.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이야말로 상대성원리보다 궁극적인 이론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데요. 말하자면 양자역학이론이 어떤 바른 방향으로 간다면 일반상대성원리와 맞닿게 되어 두 이론이 결국 어우러지게 될 거란 이야기죠.

양자역학에서는 국지성이란 게 상대성이론에서만큼이나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실제 양자역학은 어찌 보면 명백하게 비국지적입니다. 바로 양자얽힘(entanglement)에서 볼 수 있듯이요. 언젠가 기사에서 이걸 다룰 날이 올 거예요. 지금은 그냥 우주의 양자이론을 이해하게 된 미래의 우리모습을 상정해 봅시다. 그 땐, 상대성원리가 꽤 유용해 보이겠죠. 언젠가는 우주, 시간, 국지성의 개념이 물의 파장이 분자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명약관화해지겠죠.

그 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물리이론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시공간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중력장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그 길로 향하는 중요한 이정표고요.

*           *           *

[우리는 중력장에 응용되는 빛의 속도라는 장애물에 대해 자주 들어요. 우주의 그 무엇보다 더 많이 이야기하죠.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절대적 한계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봅시다. 바로 국지성을 논의할 때죠.] => 도대체 왜 그런 절대적 한계가 존재하나요? 열심히 읽고도 모르겠습니다;; 왜 상대성 원리에 의하면 빛의 속도는 불변한가요? 물리 완전 모르는 사람이라 번역이 이상할 수도...기사는 재밌는 것 같아요.



5
  • 항상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 성의넘치는 번역글이니 춫천드립니당 이과망했으면...
  • 항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28 과학/기술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 - 황금독화살개구리 4 모모스 16/05/17 17721 3
2821 과학/기술이공계 병역특례 2023년 폐지 51 kpark 16/05/16 7223 0
2759 과학/기술배틀크루저와 자연선택 12 모모스 16/05/07 6959 5
2757 과학/기술설사하면 왜 "죽"을 먹어야하나? 35 모모스 16/05/07 15025 0
2752 과학/기술쌀, 보리, 밀 이야기 (자화수분-자웅동주식물) 3 모모스 16/05/06 9967 5
2742 과학/기술코카인과 코카콜라 8 모모스 16/05/04 8391 1
2738 과학/기술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 와 인류의 여정 5 모모스 16/05/03 9168 4
2566 과학/기술적록색맹과 Vitamin C 이야기 19 모모스 16/04/07 8677 9
2482 과학/기술전문성없이 쓴 짧은 MOF 이야기 8 NightBAya 16/03/27 15365 0
2303 과학/기술맛없는 것 투성이었던 옛날 17 눈부심 16/02/28 5434 5
2285 과학/기술보스톤 다이나믹스로봇의 오늘자 동영상 21 눈부심 16/02/24 5235 0
2247 과학/기술이론물리학 vs 신경생물학 ... and 실존주의 23 리틀미 16/02/18 6103 15
2242 과학/기술알파고vs이세돌 대국을 기대하며.... 33 커피최고 16/02/16 6504 4
2227 과학/기술모든 물리는 국소적이다. 22 눈부심 16/02/15 7883 5
2209 과학/기술왜 최근에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등 많은 유명인들이 인공지능을 경계하라고 호소하는가? 46 절름발이이리 16/02/12 10062 7
2053 과학/기술우주의 끝을 찾아서... 5 아케르나르 16/01/18 5340 1
2021 과학/기술지루함에 대한 과학적 고찰 29 눈부심 16/01/13 5682 1
1839 과학/기술엘런 머스크 스페이스 X의 팰컨 9, 로켓 회수 성공시키다 16 눈부심 15/12/22 7510 3
1735 과학/기술재밌는 사이트 하나 소개해드립니다. 11 darwin4078 15/12/09 8878 1
1732 과학/기술침팬지의 놀라운 작업기억력 16 눈부심 15/12/08 8458 0
1577 과학/기술수학계에 천지개벽할 사건이 일어났네요. 19 darwin4078 15/11/17 7924 0
1434 과학/기술콩고 사람의 로켓 무한도전 - 트로포스피어 시리즈 로켓 7 April_fool 15/11/03 10305 0
1354 과학/기술지구의 온난화와 빙하기 4 모모스 15/10/27 18553 8
1322 과학/기술설사병 이야기 12 모모스 15/10/23 11719 3
1297 과학/기술쓰레기 유전자 ( Noncoding DNA ) 와 유전자 감식 22 모모스 15/10/20 13809 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