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7/15 16:09:53
Name   Broccoli
Subject   왜 나는 교회가 참 어려울까
우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아울러 교회와 성경에 대해 좋은 글 나눠주시는 다른 분들께서 혹시 기분상하신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ㅠㅠ
=======================================================================================================
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게, 저는 사실 모태신앙입니다.
거기다 저희 아버지는 안수집사님이시고, 어머니는 권사님이신데다가, 저희 할아버지는 젊으실 적 시골 선산 밑에 교회를 지어주셨던 분이시라더라고요.(그런것 치고는 부모님은 꽤나 현실적인 분들이십니다. 내가 건강하고 잘 살아야 교회에 나가서 헌금도 하고 도움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셔요.)
그런데 그런 것 치고 저는 교회를 다니는게 참 어려웠어요.

어릴때는 그냥 아침에 만화 못보는건 싫었지만 그래도 주일학교서 맛있는거 주고 달란트 시장서도 맛있는거 주니까 재밌었거든요.
그런데 크면서 혼자 들은 생각이, 그렇게 열심히 교회를 다닌다는데 왜 우리집은 힘들지 하는 거였거든요.
감사하게도 좋은 부모님과 형제를 만났지만, 대신 항상 보면 특히 친가 친척들한테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친가 식구들에게 매일 손해보고 욕먹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리고 그때는 교회 다니면 다 잘산다고 하는데 아주 못사는 건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아주 잘 사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러다보니 학교 다닐때는 신이 있다면 이렇게 우리 부모님을 힘들게 하지는 않을거라는 치기 어린 마음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사가지고 책꽂이에 꽂아놓는 방식으로 삐딱선을 타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그 때 어머니께서 많이 마음상해 하셨다더라고요.)

그래서 대학때는 타지 생활을 하기도 하고 해서 해방이라는 마음에 당연히 교회를 안갔습니다.
그러다가 전역하고 복학하고서 들어간 동아리 후배가 자기 다니는 교회에 한번 나와보래서 갔는데, 공교롭게도 교회 목사님하고 장로님이 저희 아버지 학교 선후배시더라고요ㄷㄷㄷ
그런 연유로 그 교회를 몇 년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지연도 있고, 또 그때는 좀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나름 꾸준히 다녔어요.
교회 성가대에 사람 없다고 해서 성가대에서 서고 했거든요.

그러다가 청년부 회장을 갑자기 딱 맡을 즈음에 직장을 기독교 관련된 회사로 옮겼는데, 이 때 다시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제가 생각한거는 그래도 다들 교회다니고 하시는 분들이니 좀 온화하고 하겠지 싶었는데 내부적으로 알력싸움도 심하고, 제 업무 자체도 처음 하는 일이라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출근해서 추가로 업무를 해야하다보니 스스로가 버거웠거든요.
그런데 교회 어르신들은 이런 상황까지는 모르시다보니 청년회장이 주일을 안지킨다고 조금 다그치시곤 했어요.
그게 참 서운하다 싶을 때 때마침 새로 만나는 분은 교회 다니는걸 싫어하고, 거기다 그 회사가 상황이 안좋아서 정규직 전환이 안되고 하니까 뭐랄까 좀 억울한 마음, 쪽팔린다 싶은 느낌 그런게 다 섞이면서 말도 없이 그냥 안나간게 벌써 근 3~4년 됐습니다.

제가 하던 일중에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말레이시아에서 오신 학교 선생님 한 분이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네가 어떤 종교를 믿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게 무엇이든 마음에 위로를 주고 길이 되어줄 수 있는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요.(참고로 그분은 이슬람교를 믿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교회가 참 어렵고 힘들어요.
지금은 만나던 사람도 헤어졌고, 새 직장도 잘 다녀서 그때 날 부끄럽게 하고 가로막던 것들이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죠.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나름의 길잡이가 있으면 더 좋을거란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다니는 건 참 쉽지 않아요.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701 일상/생각반달곰이 무서워요. 7 그저그런 25/09/01 1786 3
    15659 의료/건강디지털 치료제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2 azureb 25/08/09 1261 3
    15616 일상/생각왜 나는 교회가 참 어려울까 10 Broccoli 25/07/15 1301 3
    15615 철학/종교복음서 소개-(1) 마가복음 part 5 길위의 맹인들 1 스톤위키 25/07/15 912 3
    15603 음악빌려온 고양이의 우아한 탈주 3 사슴도치 25/07/11 1409 3
    15561 게임격겜 뉴비 스파 6 모던 고우키 마스터 달성 후기 11 kaestro 25/06/29 1193 3
    15549 IT/컴퓨터ChatGPT O3-Pro 를 활용한 Redtea.kr 조사분석 10 SCV 25/06/25 1517 3
    15525 일상/생각와이프는 언제나 귀엽습니다. 7 큐리스 25/06/17 1567 3
    15523 기타백종원과 김재환PD의 생사결 19 단비아빠 25/06/16 2712 3
    15466 정치이재명식 재정정책은 과연 필요한가. 다마고 25/05/28 1705 3
    15460 정치이재명에게 중재자로의 변화를 바라며 3 다마고 25/05/24 1989 3
    15417 정치오늘의 일에 부쳐 영원한웬디 25/05/01 1691 3
    15410 도서/문학쳇가씨 답정너 대담 백치 1 알료사 25/04/28 1511 3
    15394 꿀팁/강좌소개해주신 AI 툴로 본 "불안세대" 비디오 정리 2 풀잎 25/04/19 2004 3
    15379 오프모임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5/4 난지도벙 17 치킨마요 25/04/11 2155 3
    15372 과학/기술전자오락과 전자제품, 그리고 미중관계? 6 열한시육분 25/04/09 1787 3
    15344 경제[의료법인 회생절차 가이드(1)] 요양급여 및 본인부담금 채권 압류해제 어떻게 해야할까? 1 김비버 25/03/28 1698 3
    15316 정치미국 우파 자유지상주의의 구멍. 13 바쿠 25/03/13 2595 3
    15313 기타즐겨보는 유튜브 추천 2 1 swear 25/03/13 1793 3
    15307 요리/음식오늘 맛있게 먹은 복 집 추천이요~ 10 12월의 바캉스 25/03/10 2015 3
    15297 일상/생각와이프한테 맞을뻔 했어요 ㅋㅋㅋ 13 큐리스 25/03/05 2372 3
    15289 IT/컴퓨터클로드 3.7에게 소설을 맡겨보았다 - 물망초의 기억 유하 25/03/01 1775 3
    15283 기타현재 구독중인 유튜브 채널 소개. 2 어제내린비 25/02/27 2234 3
    15244 문화/예술어쩌면 서울 집중화가 한류를 만든건 아닐까 15 토비 25/02/02 2847 3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2602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