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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5/21 20:34:55
Name   meson
Subject   호텔경제학은 달라졌으나, 언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저는 이전 글(https://kongcha.net/free/15446)에서 2025년의 호텔경제학이 2017년 버전과는 내용이 다르며 비판점이 더 줄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이재명의 해당 발언을 찍은 영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죠.



발언을 옮겨 보면, 5월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이재명은 대략 아래와 같이 말했는데요.

이게 이제 경제학자들이나 또 일부에서 반론을 하긴 하던데 이 경제라고 하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제가 옛날에 이런 예를 하나 든 적이 있어요. 동네 경제가 아주 막 다 죽어 가지고 썰렁하게 그냥 침체돼 있는데 그 동네에 어떤 관광객이 한 명이 왔어요. 그나까 이 사람이 어 전화로 오기 전에 예약을 했습니다. 예약을. 아 내가 거기 이틀 묵을 건데 예약금으로 10만 원 보내겠습니다. 10만 원 호텔 주인이 받았어요. 그걸 받아 가지고

(마이크 음량 올리는 중)

이 돈을 10만 원을 이 호텔 주인한데 예약금으로 오전에 들어왔어요. 들어와서 이 호텔 주인이 오랜만에 돈이 10만 원 들어와서 아, 외상값을 갚자. 이래 가지고 동네 식품가게 외상값을 10만 원을 얼른 갖다 갚었어요. 이 식품가게 주인이 오랜만에 또 돈이 들어왔어요. 아, 내가 평소에 못 먹던 통닭이나 한 마리 사 먹자. 해가지고 통닭을 다 사서 먹었어요. 그 통닭가게 주인도 정말 10만 원이 오랜만에 들어왔어요. 그래가지고 옆집에 저번에 우리 그 신발가게, 신발가게 외상했던 거 갖다 갚았어요. 어 신발가게 주인도 10만 원 받아 가지고 아 드디어 돈이 들어왔구나, 그래서 우리 배고픈데 빵이나 사 먹자, 그래갖고 빵을 잔뜩 샀어요. 빵의 주인이 전에 호텔에 가서 어 외상으로 호텔값 못 줬던 거 10만 원 줬습니다. 그런데 좀 있다가 이 여행객이 아 우리 여행 일정이 바뀌었어요. 미안합니다. 그 돈 돌려주세요. 그래 돈 받아 갔어요. 이 동네에 들어온 돈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데 동네에 어쨌든 거래가 쫙 일어난 거죠. 이게 경제죠.

결국 이재명의 발언은 ‘관광객→호텔→식품가게→통닭가게→신발가게→빵집→호텔→관광객’ 순으로 10만 원이 순환하면 동네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그런데 또 이런 글을 쓰는 까닭은, 이 발언이, 2025년 5월 16일에 전북 군산 유세에서 이재명이 마이크 음량을 올려가면서 한 이 발언이, 언론 기사에서는 아래와 같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
이준석 "베네수엘라식 호텔경제학"...이재명 "승수효과 비유 위한 예시"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821580002780?did=NA
일부 인용:
군산 유세에서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당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며

중앙일보
'셰셰·호텔경제론' 욕먹고도 또 꺼낸 이재명…고도의 셈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7266
일부 인용:
군산 유세 현장에서 (···중략···) 이를 다시 언급했다. ‘한 여행객이 마을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지불→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 지불→가구점 주인은 치킨 구매→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 구매→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채무 상환→이후 여행객이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받은 뒤 떠나는 상황’을 가정했다.

조선일보
"호텔 경제론 '돈의 순환'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5/05/20/WAZQRVWJ7FE5DCHY3PBMUPC774/
일부 인용:
군산 지역 유세에서 ‘호텔 경제론’을 꺼내 들었다. (···중략···) 8년 만에 그대로 되풀이했다. 내용은 단순하다. ‘한 여행객이 호텔에 예약금 10만원을 낸다.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최근 외상으로 새로 산 침대 구매 대금을 갚는다. 침대를 판 가구점은 새로 들어온 10만원으로 직원들과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구점에서 10만원어치 문구류를 산다. 마침 호텔에 10만원을 빌렸던 문구점은 호텔에 10만원을 갚는다.

세계일보
대선 화두 된 ‘호텔경제론’…대규모 추경 등 재정정책에 대한 견해차가 핵심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519509430?OutUrl=naver
일부 인용:
군산 유세에서 언급한 유세 중 한 대목을 말한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지불하고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는다.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한다.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 이후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아 떠난다”고

부산일보
“괴짜 경제학” “경제 순환 단순화해 말해”…이재명 ‘호텔 경제론’ 공방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5051821294414633
일부 인용:
군산 유세에서 한 발언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는 당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며

한겨레
이준석, 이재명과 ‘호텔경제론’ 설전…“돈이 무한동력이냐” https://www.hani.co.kr/arti/politics/election/1198075.html
일부 인용:
군산 유세에서 한 발언에서 나온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 유세에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지불하고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는다.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한다.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 이후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아 떠난다”고

한국경제
[단독] 李 '호텔경제론' 공격받자…민주당, '사진 폐기' 요청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5192916i
일부 인용:
군산 지역 유세에 나서 (···중략···)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고,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며

매일경제
뜨거워지는 李 ‘호텔경제론’ ‘커피 원가 120원’ 논쟁...인증샷까지 https://www.mk.co.kr/news/business/11321814
일부 인용:
유세에서 일명 ‘호텔경제론’도 다시 꺼냈다. 한 여행객이 마을 호텔에 10만원을 내고, 호텔 주인이 가구 외상값을 내고, 가구점 주인이 치킨을 사고,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사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 채무를 상환한다는 내용이다.

아주경제
"나치 찬양" 칸예 내한 취소에...이재명 '밈' 언급되는 이유 https://www.ajunews.com/view/20250520092358777
일부 인용:
군산 유세에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며

찾아보면 더 나오겠습니다만, 저는 이런 보도들을 읽으면서 놀라움과 서글픔이 뒤섞인 어떤 정서를 느낍니다.

이재명이 2025년 5월 16일에 전북 군산 유세에서 제시한 호텔경제학의 내용은, 아주 명확하게, ‘호텔→식품가게→통닭가게→신발가게→빵집→호텔’의 순서입니다. ‘호텔→가구점→치킨집→문방구→호텔’의 순서가 아닙니다. 순서가 그게 아닐 뿐만 아니라, 가구점과 문방구는 해당 발언에서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건 그냥 유세 영상을 한 번 시청하기만 했으면 알 수 있는 겁니다.

물론 2017년 호텔경제학을 반영한 이미지가 인터넷상에 유포되어 있는 만큼, 호텔경제학의 내용을 ‘호텔→가구점→치킨집→문방구→호텔’의 순서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는 있습니다. 그 기억을 가지고 호텔경제학을 비판하는 경우도 충분히 나올 수 있죠. 하지만 저 기사들은 어떨까요. 위에 링크된 기사들은 모두 이재명이 5월 16일 군산 유세에서 저런 발언을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재명이 2017년에 그렇게 주장했다고 설명한 게 아니라, 2025년에 저렇게 발언했다고 보도를 했어요. 기자들이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호텔경제학의 내용을 잘 모르는 것은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닐 겁니다. 호텔경제학이 바뀌지 않았다고 믿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일 겁니다. 언론이 바뀌지 않았으니까요. 사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일 테고 말이죠.

호텔이 10만원 손해봤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왜 많을까 생각하면서 언론 기사를 찾아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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