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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10/09 11:03:32
Name   메존일각
Subject   인물 사진에서 컨셉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소고.
얼마 전 지인 분들과 인물 사진의 ['컨셉']*을 주제로 말씀을 나눴습니다.
* 로마자 표기법에 의하면 '콘셉트'지만 그냥 다들 익숙한 '컨셉'으로 씁니다

한동안 인물 사진에서 '컨셉'이란 뭘까가 혼란스러웠어요. 사실 여전히 배워가는 단계라 지금도 잘 모릅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초창기에 한 모델과 약속을 잡을 때 모델이 '컨셉'이 뭐냐 물었거든요. "컨셉이요?" 저는 당황하며 머리를 마구 굴렸고 아무 말이나 주워섬겼습니다. 뭐, 촬영은 했습니다.

이후 다른 사람의 말도 들어보고 여러 글도 보며 내린 제 나름의 결론은, '컨셉'이라는 용어로 통칭하여 쓰이지만 '촬영의 주제'라고 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의도'일 수도 '목표'일 수도 있겠죠.

#인물 사진 컨셉 분류
이 컨셉을 굳이 몇 가지로 분류해보면,

1) 추상적인 키워드일 수 있고
2) 어떤 장면의 재현일 수도
3) 내러티브의 구현일 수도
4) 계절감의 표현일 수도
5) 의상 또는 스타일링의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6) 그밖에 내가 생각지 못한 많은 것일 수도 있어요.
7) 번외로, 상업 촬영이면 클라이언트의 의뢰가 컨셉이 될 것이고요. :)

그런데 컨셉은 위의 분류가 개별적으로 존재해도 여러 개가 섞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이번 촬영의 컨셉이 '호기심'이면 1)에 해당합니다. 근데 그 호기심이라는 키워드를 표현하기 위해 2)를 찾을 수도, 3)을 따로 창작할 수도, 4)가 잘 드러나는 배경을 찾아갈 수도, 5)의 스타일링의 변화로써 어떤 분위기를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컨셉이란...
어떻게 보면 컨셉이란 아무렇게나 촬영하기 그러니까, 뭐라도 좀 있어 보이게, 혹은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갖다 붙인 컨셉질(?)일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10인 10색이고 1만인 1만색이에요. 정답 같은 건 있을 수도 없고요.

이러한 컨셉은 대체로 촬영자나 모델 한 쪽의 강한 의도에 의해, 혹은 촬영자와 모델의 합의에 의해 정해집니다. 포트폴리오를 위해 메이크업이나 헤어디자이너 등이 함께 만났다면 이 분들의 의견도 컨셉이 정해지는 데 좌우될 수 있겠고요.

#기획서의 필요성
이 컨셉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획서가 있으면 당연히 좋습니다. 기획서는 구현하고자 하는 컨셉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가이드, 혹은 본 촬영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기획서의 디테일을 어느 정도로 갖춰야 할지가 관건입니다. 상업 촬영 기획서라면(애당초 상업 촬영에서는 기획서가 필수지만) 꼼꼼한 사전 답사(또는 조사)를 통해 더 많은 상황을 고려하여 작성될 것입니다.

아마추어 레벨이라면 기획서를 쓰지 않거나, 그냥 되는대로 찍거나, 쓰더라도 아주 러프하게 써도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분류 중 2) 어떤 장면의 재현이나 3) 내러티브의 구현이 목표라면 기획서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참고로 저는 대충대충인 사람이라 기획서를 단순하게 씁니다.

먼저 컨셉 주제를 잡고 거기에 맞는 계절적, 장소적 배경과 시간대, 분위기를 문장으로 정리해 둡니다. 예컨대 하루에 컨셉이 2가지면 개별 컨셉이 어울릴 만한 시간대과 의상, 소품 등을 생각해 본 뒤 레퍼런스 사진들을 함께 모아둡니다. 특기사항이 있으면 따로 표기해 두고요.

그리고 이 내용을 모델과 공유하고 거기에서 세세하게 조정해 갑니다. 하지만 이 기획서대로만 촬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딱 정해진대로만 촬영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한량인 터라 대충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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