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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4/07/10 22:18:29 |
Name | 코리몬테아스 |
File #1 | 충성주.jpeg (126.1 KB), Download : 1 |
Subject | 알렉스 가랜드 - Civil war(2024), 카메라에 담기는 것들 |
https://www.youtube.com/watch?v=aDyQxtg0V2w 가까운 미래, 미국의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해 3선을 선언하고 미국은 저 지도처럼 쪼개집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힘을 합치고, 남부주들이 플로리다 아래에 뭉치고, 저 주들이 헌법에 반한 대통령을 따르는 충성주라니 미국의 현실정치와는 동떨어져있죠. A24가 처음으로 만드는 상업용 블록버스터 영화인만큼 지도에서부터 보이는 어그로 마케팅이 눈에 띄더라고요. 미국에서 벌어지는 내전에서 주인공은 사진기자들입니다. 이들은 전장을 지나며 백악관이 있는 수도로 향하는 여행길에 오릅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같은 전쟁의 스펙터클이 미국의 도시들을 불태우는 데, 사진기자들은 그 스펙터클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카메라는 그런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들을 담습니다. 전 이걸 감독인 알렉스 가랜드가 내린 결정이라기 보다 A24가 만든 첫 번째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이 선택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A24는 Fandor나 디킨스 팟캐스트에서 떠오르는 미학에 대한 생각들을 실험적이고 또 대중적으로 스크린에 채널링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서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아트하우스가 블록버스터의 미학에 대해 탐구하는 데 있어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것 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요? 뉴잉글랜드의 시골집이 떠오르는 전원적 풍경이나 링컨 기념관이 전쟁의 참상에 휩싸였을 때, 영화의 카메라는 그 순간을 완벽하게 카메라에 담으려는 욕망으로 가득 찬 주인공을 비춥니다. 무고한 사람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질서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한 폭군들의 치세가 끔찍할 수록, 카메라는 더 바삐 움직입니다. '어떤 구도가 더 치명적일까? 어떤 사진이 이 감정을 더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카메라는 폭력과 스펙터클의 이미지에 계속 질문을 던지는 데, 그 질문이 깊어질 수록 주인공은 참상이나 스펙터클에 무던해집니다. '본질'과 '본질을 잘 담아내는 이미지'는 다르고, 후자에 집착할 수록 전자로부터 멀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그리고 그런 스펙터클이 카메라에 담기는 순간은, 연출적 의도도 물론 있겠지만, 솔직히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이 왜 끔찍한 폭력에 이끌리는 지, 왜 우리가 카메라에 의해 재창조된 현실에 영광할 수 밖에 없는지. '영화적'인 조명 아래에서 반군들이 수도에 진입할 때, 불꽃놀이 같은 풍경이 스크린을 지배하는 장면은 어떤 선전적인 전쟁영화 보다도 전쟁을 '미화'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전 영화가 마케팅에 쓴 지도가 떠올랐어요. '미국 내전이 보여줄 스펙터클에 이끌려 우리를 찾아온거잖아? 왜 끌렸는 지 궁금하지 않아?'. 가까운 미래에 미국에 내전이 벌어진다면, 이런 이미지들이 있으리라고 상상한 모든 것들이 너무 아름답고, 레퍼런스를 찾아볼 수 있는 장면들은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반가워요. 알렉스 가랜드가 많은 사람들 처럼 '칠드런 오브 맨'을 재밌게 봤다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이 초반부터 나옵니다. 우리나라엔 하반기에 개봉 예정인 영화라서 개봉하면 나중에 같이 영화를 본 사람들과 감상을 나눌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개봉을 하기도 전부터 영화가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혹은 '편(side)'를 정하지 못해서 실패했다는 얘기를 종종 보게 되었어요. 괜히 제가 억울한 마음에 생각을 정리하다가 홍차넷에 이렇게 올려봅니다. 영화에서 여러 정치적 집단과 정치적 선택들이 어떻게 내려졌는 지는 모두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은 분명히 '편'을 정합니다. '미학'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냐. 정한 편에 마땅한 운명도 준비해주고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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