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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4/07/10 17:18:59수정됨 |
Name | 김비버 |
Subject | LLM 단상 |
Large Language Model이 아닌 LLM이 있습니다. 주로 미국 로스쿨의 1년짜리 학위과정으로, 이수시 미국 뉴욕주나 캘리포니아 주 등의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여 미국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자격을 부여합니다. 최근 로펌업계에서는 이 LLM에 대한 논쟁이 조금 있었습니다. 강북의 모 대형로펌에서 올해 유학연차인 어쏘시에이트 변호사들에게 LLM이 아닌 방식의 유학을 권유하면서, 유학을 1년 미루었기 때문입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대법원 산하의 사법연수원이 있었고, 그 목적은 '법관 양성'이었습니다. 즉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는 본래 법관을 중심으로 도입되었고, 법조계를 칭할 때에도 재조(在曹) 법조계와 재야(在野) 법조계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법조인(法曹人)은 조정에서 벼슬을 하는 사람, 즉 판사나 검사만을 의미하였고, 변호사는 법야인(法野人)이었던만큼, '판사나 검사 경력 없이 바로 변호사를 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당히 유별난 일이었습니다. 흔히 '김박사님'이라고 불리는 김영무 변호사는 그런 점에서 '유별난' 사람이었습니다. 사법시험을 차석으로 합격하고 서울대학교 사법대학원(사법연수원의 전신)을 거쳐, 법관이 되지 않고 대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JD과정을 마치고 미국 변호사자격을 취득했기 때문입니다. 김영무 변호사는 귀국 후 법관 출신인 장수길 변호사와 함께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설립했습니다. 법관 출신이 변호사로 홀로 개업하여 소송업무를 수행하였던 그 당시의 일반적인 법률사무소와 달리,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 김장리 등 1세대 로펌은 미국이나 일본 자본이 국내에 진출하는 것을 조력하는 '자문사건'을 많이 수행하면서 새로운 법률시장을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법무법인 태평양, 광장, 세종 등이 설립되고, 1990년대에는 IMF 사태를 계기로 외국자본이 밀려들어오고 국내 기업들이 대거 구조조정되면서 법률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법무법인 율촌, 화우 등이 설립되어 지금의 이른바 '대형로펌'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대형로펌들이 당시에 고민했던 문제는 두가지였습니다. (1) 법원이나 검찰에게 우수한 인력을 뺏기지 않는 것과 (2) 영입한 인력이 자문사건을 수행할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국내 기업들에게 법률 자문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 낯선 것이었기 때문에, '자문사건'이라 함은 곧 '섭외사건', 즉 외국사건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대형로펌들은 자연스럽게 유학제도, 즉 일정한 연차에 이른 공채 출신 어쏘시에이트 변호사들을 미국 로스쿨의 LLM 과정으로 유학 보내고, 학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유학제도는 우수한 인력들에게 공직보다 로펌을 첫직장으로 선택할 유인을 제공하고, 해외 클라이언트 친숙도를 높이며, 고된 저년차 생활을 버틸 보상을 제공하여 워킹그룹의 인적구성을 안정화하는 기능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학제도의 의미가 점차 변했습니다. 이제는 한국계 미국변호사들이 많아졌고, 한국 변호사들 중에서도 해외 클라이언트 대응역량을 갖춘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달리 유학제도는 '인적자원개발'의 측면이 아니라 '보상' 차원에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점차 미국 동부의 명문대가 아니라 랭킹과 관계없이 날씨 좋고 생활환경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일부 로펌은 UC버클리, 스탠포드 등 대학을 제외한 '서부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로펌들이 유학제도, 그 중에서도 '미국 로스쿨 LLM 과정'을 지원하는 유학제도를 유지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유학제도가 일종의 '대형로펌의 상징'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대략 6~9년차에 미국으로 LLM 유학을 보내주고, 또 로스쿨 학생들에게 이른바 '얼리컨펌'을 주는 요건을 충족하는 8개의 로펌을 구직자들이 '빅펌'이라고 불렀고, '검클빅'으로 묶어서 각 입사자의 수를 기준으로 학교별 순위를 공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대형로펌들은 다양한 경영상의 위기와 기회 앞에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대형로펌들의 기회는 법조계의 중심이 점차 재조에서 재야로 이동하거나, 재조와 재야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판검사와 변호사는 꽤나 이질적인 집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법관 임용에 필수적으로 5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면서, 신규 법관 임용자의 대부분이 대형로펌 출신으로 구성되게 되었습니다. 또 올해부터 경력검사 채용이 대폭 확대됐는데, 합격자의 절대다수가 대형로펌 출신이었습니다. 그리고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의 수가 많아지고, 출신 배경도 다양해지면서 이들이 법원, 검찰이 아닌 보다 다양한 규제기관으로 진출하고, 이후 로펌에 채용되어 지식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즉 점차 재조와 재야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인적 동질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 네트워크의 중심에 대형로펌이 있게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각종 법령과 제도에 대한 '로펌의 시각'이 형성되고, 로펌이 제공하는 논리가 입법과 법집행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러한 역량을 충분히 개발하고, 이를 매출로 환산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한다면, 그 회사는 다른 회사와 차별되는 경쟁력을 가지는 차세대 대형로펌으로 지금보다 더욱 좋은 수익성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반면 대형로펌들의 위기는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의 증가, 인공지능 기술 및 법령, 판례 데이터베이스 기술 등의 도입으로 인한 법조계 전체 법률서비스 수준의 상향평준화, 전통적인 법률서비스의 수익성 악화 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기업자문사건 또는 크로스보더 사건이 대형로펌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되었고, 핵심인력들이 많이 유출되어 기업이나 여러 중형, 부티크 로펌들을 설립하면서 대형로펌들의 노하우도 시장에 보편적으로 공유되게 되었습니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주요 키워드와 관련 쟁점 정도만 파악할 소양이 있다면 필요한 법령과 판례를 풍부하게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여러 전문가가 머리를 모아 한 사건을 함께 수행할 필요성도 점차 줄어드는 반면 법조계 전체의 서비스 수준이 상향평준화되어 대형로펌만의 차별적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사견으로는 대형로펌들의 조직이 중층화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증가하면서 고객에 대한 밀착형,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제한되어, 보다 가볍고 유연한 조직의 중소형 로펌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틈새시장도 많이 창출되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최근 가시적으로 김앤장을 위시한 여러 대형로펌들의 수익성이 고착화되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심지어 떨어지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 전통적으로 유지되었던 여러 제도가 손질을 받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LLM 유학제도'입니다. 그리고 사견으로는 대형로펌들은 유학제도 자체는 지금처럼 유지하되, LLM을 보내주는 방식의 유학제도는 점차 제한될 것 같습니다. 대신 잠재 고객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국내 MBA, 규제기관 실무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각종 국내 전문대학원, 기관파견 등이 보편화될 것 같고, 그러한 방향이 로펌 매니지먼트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문가 개인을 위해서도 좋은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최근 강북 모 로펌의 방향도 이러한 흐름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앤장 등 지금의 대형로펌들이 설립된지 이제 반세기가 되어가고 있고, 지금 로펌업계는 그 옛날 김앤장 등이 개척한 비즈니스모델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LLM 유학제도는 그 과거의 모델을 견인했던 제도라는 점에서 이제 수명을 다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위와 같은 일련의 위기와 기회로 지금의 대형로펌들의 흥망성쇠가 있지 않을까 하고, 이제는 과거 김앤장 등이 했던 것처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인적자원개발제도'가 세심하게 도입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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