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5/11 13:50:43수정됨
Name   삼유인생
Subject   인생 첫 신차 구매 여정 브리핑
제목은 좀 심심하게 달았습니다. 와이프님께 양해 구하고 오전에 허리 도수치료 받은 뒤 논문 쓰다가 점심먹고 소화시킬 겸 끄적여 봅니다.

원래 쓰고자했던 엄근진 한국언론 비판 글은 현재 my 게시판에 조금씩 쓰기 시작했는데, 잠시 한가할 것이라 생각했던 요새 좀 바쁜 일이 생겨서...뭐 조만간 1편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늘 몇년 된 중고차만 사오던 제가, 인생 처음으로 신차를 사는 과정에서 얻게된 정보들 공유하는 차원에서 글을 써봅니다.

--------------------------

2013년식 렉서스 es300h를 2017년 초에 구매해서 잘 타고 다녔습니다. 만족도도 엄청 높았습니다. 제가 뭐 드라이빙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물렁한 서스펜션, 안정적 주행감, 넓은 실내, 조용한 소리. 뭐 너무도 만족스러운.
그런데 애기 낳고 돌아다니다가 미사경정공원이나 이런데 가서 트렁크 열고 의자 젖히고 누워있는 SUV 유저들을 보면서...아 나 SUV 사고 싶다는 병에 걸립니다. 그게 2021년쯤. 그래서 실제로 차를 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만...차 멀쩡한데 굳이...라는 생각에 일단 넘어갑니다. 그때 어떤 영상 하나를 보고 볼보라는 선택지도 눈에 들어왔지만 그렇게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그냥 와이프랑 주말에 와인먹다가 몇 달에 한 번 정도 '음 차 바꿀까?' 대화를 하고....역시나 '굳이' 라는 결론으로 끝나는 게 반복됐죠. 그래서 당시 타던 차가 10만키로 넘어가면 바꾸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올해도 여전히 10만킬로가 안된 상태여서 내년이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2월 말인가..와이프가 직장동료의 볼보 XC90을 옆에서 타보고 오더니 미친 스피커 성능과 예쁜 디자인, SUV 의 높이가 주는 시야 등에 홀딱 반해서 갑자가 "볼보 살까?"라는 말을 꺼냅니다. 다른 건 아무리 타도 딱히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었는데 이건 그랬다고.

저는 그래서 폭풍검색과 온갖 리뷰 보기를 시작합니다. 선택지는 당연히 더 열어놓고요.

일단....현기차를 좀 봤습니다. 새로나온 산타페...음. 제 취향이 아닙니다. 디자인이 저한테는 좀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와이프도 별로라고 하더군요. 소렌토는 좀 괜찮아 보였습니다.

독3사 차를 훑어봅니다. 엄청난 프로모션이 있습니다. 할인이 장난 아닙니다. 근데 그게 문제입니다. 할인으로 밀어내기한 차들이 동시에 중고시장에 나오면 감가가 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로망이 있긴 한데, 제 소득수준에 비해서는 좀 과한 거 같기도 합니다.(할인 받으면 렉서스/볼보 수준으로 내려오는 가격이긴 한데...)

원래 타던 브랜드인 렉서스 매장을 가봤습니다. NX 를 시운전 해봤습니다. 역시나 렉서스 특유의 조용함, 제법 괜찮은 스피커 사운드. 다 좋습니다. 근데....예전 모델보다 디자인이 좀 별로인게 걸립니다. 더 큰 문제는 뒷자석이 생각보다 좁다는 겁니다. 가끔 장인장모님까지 모시고 멀리 갈 때가 있는데 어르신들이 불편할 거 같아 보입니다. 일단 후보군에서 제외는 안하고 RX 를 봤는데 이건 너무 큽니다. 차체가 커서 마트가서 주차할때 힘들 거 같습니다. RX는 제외.

볼보도 당연히 계속 알아봅니다. 근데 매장가서 S90 이라는 세단을 봤는데, 실내가 미쳤습니다. 광활합니다. 디자인도 제 취향, 와이프 취향입니다. 이쁩니다. 좀 길긴한데 렉서스도 길어서 뭐 익숙해질 거 같습니다. 근데...SUV 사려던거 아닌가?  와이프님은 꽂혔습니다. 시운전을 해봤습니다. 와이프님이 처음에 액셀 밟을때 나는 뭔가 '날리는 듯한 느낌과 소리'가 별로라고 합니다. 저는 괜찮은데....의견이 갈렸습니다.

XC90은 역시나 너무 큽니다. 마트 주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안될 거 같습니다. XC60을 시운전해보는데 와이프님이 이건  s90에서 느껴지던 그 감각이 없고 묵직하니 좋다고 합니다. 1년 정도 기다리면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뭐 지금 차도 문제없으니 계약할까 생각하다가, 근데 그럼 올해 말쯤 새로 차 나오는 거 보고 정해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역시나 정하지를 못하겠습니다. 애기 영유 보내서 돈도 많이드는데, 역시나 목돈 쓰는 거 부담스럽습니다.

결론은....또 '굳이'로 갑니다. 그냥 지금 타는 거 10만 채우고 생각하자는 결론에 이르릅니다.

이때였습니다. 딜러가 승부수를 겁니다. "어 근데....원래 볼보 보증이 5년에 10만인데요, 작년 가을에 한국에 들어온 중국산은 한국인들이 중국산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불만을 표하니까 7년 14만을 해줍니다. 저는 검은색 두 대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곧 나갈 거 같은데, 어떠실까요?"

7년 14만은 듣도보도 못한 혜자 보증입니다. 마음이 기울었는데....또 문제가 있습니다. 검은차라는 겁니다. 제가 예전에 검정차 세단 몇년 몰았는데 일단 간지는 나지만 정말 세차 자주해야합니다. 여름에 엄청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다시 구매욕이 짜게 식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제 친한 동생이 중고차 딜러로 일하는 매장을 가봅니다. 저는 늘 그 친구한테 샀습니다. 뭐 엄청 싸게는 못해주지만 초딩때부터 알고지내는 사이에 절대 뒤통수는 안치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GV80을 봤는데...이쁜데. 역시나 너무 큽니다. 렉서스나 볼보는 감가가 거의 안되어서 새 차 사는 게 낫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하던 도중 7년 14만 보증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물어봤습니다. "네가 나중에 차를 매입할때, 스웨덴산이 아니라 중국산이면 좀 덜 쳐주냐?" 그 친구는 절대 그럴일이 없다고 하면서 "7년 14만은 듣도보도 못한 수준의 혜택이니까, 형 그냥 나한테 중고 사지 말고 그거 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검은차라서 좀 걸린다. 생각 좀 해볼게. 좋은 차 들어오면 연락줘라"하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 동생한테 전화가 옵니다. "형 혹시 내가 흰차 구해주면 그거 살꺼야?" 이 말인 즉, 중고차 딜러 생활을 십수년째 하다보니 이제 신차 딜러들하고도 다 연결이 돼 있어서 혹시나 어디 있을 지도 모르고 그걸 찾아보겠다는 겁니다. "응. 그래주면 고맙지"

그리고 그날밤 연락이 옵니다. "00매장에서 흰 차 두대를 쥐고 있대. 새로생긴 매장이라 볼보코리아에서 엄청 밀어준다고 인기차종/색상을 줬대. 딜러 번호 줄테니 연락해봐"

그렇게 급물살을 탄 저희의 구매여정은 그 매장에 가서 xc60을 계약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참 엄청 고관여 제품이고 고가의 제품이지만, 이게 막상 사게 되는 상황은 여러 우연적 요소와 상황에 의해서 굉장히 빠르게 이뤄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와 씨. 대한민국에 자동차 리뷰하는 유튜버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습니다.

노보인더스트리 노사장 유튜브랑, 우파푸른하늘 유튜브가 젤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정보정리]

1. 독3사: 요새 프로모션을 자주해서 접근성이 좋아졌으나, 그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 보증은 3년.
2. 렉서스: 할인이 없는 브랜드. 뭔가 요새 디자인이 디버프한 느낌이 있으나, 내구성/잔고장없음은 여전히 최고다. 조용한 주행, 부드럽고 물렁한 서스펜션을 원한다면 여전히 추천. 단, SUV도 뭔가 코쿤안에 들어가 촥 안기는 느낌이라 SUV 특유의 높은 시야는 이상하게 확보가 안되는 문제는 있음. 보증은 3년. 연비는 압도적.
3. 볼보: 할인이 없는 브랜드이나, 렉서스와 마찬가지로 그게 강점이다. 차 문 무지막지하게 두껍다. 그냥 이거 한 번 굴러도 우리가족 다 멀쩡하겠다는 느낌은 확실하다. 기본보증은 5년. 작년 말 중국산 xc60 모델에 한해서 7년 14만 보증을 프로모션 형식으로 붙여줬다.

추가정보: 볼보와 렉서스는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가 가장 약하다. 그 이유는 두 모델 다 러시아로 중고차가 다시 수출되는 루트가 있는데, 가장 환영받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중고차 딜러 피셜). 렉서스가 젤 선호되고, 그 다음이 볼보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696 게임공격, 수비, 죽음을 중심으로 살펴본 게임 속 두려움의 활용 kaestro 24/05/21 1001 2
    14695 생활체육러닝잡설(1) - 건강 때문에 뛰는게 아님ㅋㅋㅋ 17 Omnic 24/05/21 1930 4
    14694 도서/문학'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 소설 속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 26 하얀 24/05/21 1838 3
    14693 스포츠후쿠오카 인근 골프장 리뷰 2 danielbard 24/05/20 1545 4
    14692 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1992 28
    14691 게임다크 소울과 마리오를 필두로 한 게임에서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 4 kaestro 24/05/20 1014 2
    14690 도서/문학제가 드디어 에어북을 출간했습니다. 14 카르스 24/05/19 1920 36
    14689 게임[LOL] 5월 1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2 발그레 아이네꼬 24/05/18 806 0
    14688 게임게임은 어떻게 두려움을 통해 유저를 영웅으로 만드는가 5 kaestro 24/05/18 1175 4
    14687 스포츠[MLB] 이정후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 2 김치찌개 24/05/18 1253 0
    14686 음악[팝송] 시아 새 앨범 "Reasonable Woman" 김치찌개 24/05/18 671 1
    14685 게임[LOL] 5월 1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3 발그레 아이네꼬 24/05/17 780 0
    14684 게임[LOL] 5월 1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4 발그레 아이네꼬 24/05/16 850 0
    14683 일상/생각작고 소중한 28회의 클릭 2 kaestro 24/05/16 988 4
    14682 게임[LOL] 5월 1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5/15 709 0
    14681 일상/생각비어있는 공백기가 아니라 충만한 탐색기(1) 4 kaestro 24/05/15 1146 2
    14680 IT/컴퓨터Life hack : 내가 사용하는 도구들 2 Jargon 24/05/14 1333 5
    14679 게임[LOL] 5월 1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5/14 723 0
    14678 오프모임(동대문구) 같이 종종 공부할 분 22 골든햄스 24/05/14 1621 4
    14677 오프모임하다하다 이제는 점심식사 벙 올립니다.(술 x) 18 비오는압구정 24/05/14 1335 7
    14676 IT/컴퓨터BING AI 에서 노래도 만들어주네요.. 3 soulless 24/05/14 800 0
    14675 게임[LOL] 5월 14일 화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5/13 642 0
    1467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3 danielbard 24/05/13 1303 27
    14673 과학/기술처음으로 가르친 수업, 강의 끝나는 김에 적어보는 배운 점 11 Velma Kelly 24/05/13 1513 6
    14672 일상/생각인체공학을 염두에 둔 내 pc용 책상 세팅(2) 4 kaestro 24/05/12 1086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