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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4/01 22:29:24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선거공보 정독하기
1. 지역구

선거권을 가진 이후로 제 선거 지역구는 항상 서대문갑이었습니다.  우상호와 이성헌이 16대부터 21대까지 무려 6연전을 치른 지역구이고, 우상호가 4승 2패로 대결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에는 우상호가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성헌은 지난 지선에서 서대문구청장이 되어 출마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더민주에서는 청년전략공천을 한다고 하여 김동아가 출마하고, 국힘에서는 민주당-국민의당을 거쳐 국힘까지 흘러간 이용호가 나왔더군요.  애초에 전북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었다가, 국힘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더이상 원래 지역구에서 당선되기 어려워지자 수도권으로 튼 듯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이사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서대문을로 선거구가 바뀌게 되었네요. 김영호 쪽에서 보낸 공보를 보고 느낀 건 지역밀착 공약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윤석열 정권 비판이나 중앙 의정활동에 관한 페이지는 딱 3페이지고, 무려 7페이지를 지역공약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다수 거주해서 서대문갑에 비해 서대문을이 연령대가 높기도 하고, 서대문갑 후보들이 당내에서 입지가 상당한 다선 의원이었다 보니 중앙정치에 관심을 보다 쏟았던 것에 비해서 지역밀착 공약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에 박진은 종로와 강남을 거쳐 뜬금없이 서대문을로 출마했습니다.  이쪽에서 출마를 준비한 기간 자체가 짧고, 애초에 이 동네 사는 사람도 아니다 보니 공보가 정체적으로 붕 떠 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뜬금 없이 이재명 까는 페이지로 공보를 시작해서는, 오세훈, 윤석열, 한동훈, 바이든과 찍은 사진이 줄줄히 이어집니다.  정두언과의 생전 친분을 뜬금없이 과시하는데, 사실 정두언이 이 지역구에서 당선된 마지막 선거가 2012년이고, 사망한 지도 5년이 지났습니다.  지역 공약은 4페이지 정도 담겨있네요.


2. 비례

더민주는 역시나 윤석열 정부 비판에 중점을 둔 공보입니다.  진보당을 비롯한 소수정당 출신 후보들에 대한 더민주 지지층의 비호감을 고려해서인지, 종전의 소속정당을 최대한 가린 게 눈에 보입니다.  옷에서도 당색이 보이지 않도록 파란색 아니면 무채색만 활용했구요.  서대문 주민으로서는 서대문갑에서 계속 출마 준비하다가 비례로 튼 진보당 손솔이 눈에 띄는군요.  잡탕으로 섞어둔 비례정당이다 보니, 공약은 매우매우 간소화되어 있고 구체적인 방법론이 보이지 않습니다.

국힘 공보는 뭘 이야기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는 와중에, 한동훈이 열심히 밀던 '동료시민'이 반복되는 것만 잘 보입니다.  후보들이 손글씨로 출마의 변을 밝힌다는 컨셉인 모양인데, 인요한 씨 필체에서 안철수의 냄새가 납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손글씨 컨셉 탓에 고생 좀 한 티가 많이 납니다.  멍멍이와 같이 사진 찍어서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을 알린 건 나름 세심하네요.  김장겸을 공천 준 건 세상 어이가 없습니다.  단일정당의 위성정당이다 보니 더민주에 비해서 비례공약이 구체화되어 있는 편입니다.  경찰/소방/교정 등 '제복공무원'을 특정해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보이는데, 개혁신당 공약과 엮어서 봤을 때 좀 재밌었던 점이 있습니다.  요건 개혁신당 얘기할 때 같이 묶죠.

정의당은 당에 돈이 다 떨어져서 선거자금이 없다는 티가 팍팍 나는 공보입니다.  지난 총선 때 더민주 엿 먹인다고 지역구 후보 미친듯이 내더니 아주 꼬시군요.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구 후보 자체가 20명도 안되는 것 같더군요.  표지까지 총 4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의당보다 뒷번호인 새로운미래(6면), 조국신당(8면), 소나무당(작은 판본으로 8면)보다도 면수가 적습니다.  나름으로는 공약에 중점을 둔 컨셉으로 보이고, '기후', '노동', '인권', '지역민생' 순으로 후보와 맞춰서 배치했습니다.  기후가 맨 앞으로 간 거 보면 녹색당이 헤게모니 다툼에서 정의당 계파에 앞서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보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딱 한줄 빼고는 싹 날아갔습니다.  이건 다른 얘긴데 표지면에는 비례 상위 8명을 전면에 내세웠으면서 공약 소개 페이지에서는 7명 뿐이라서 매우 불편합니다.  문정은 씨는 어디간 것이죠.  마지막 면에서 노회찬을 가져오면서, 21대 국회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사과하는 게 눈에 띕니다.

새로운미래는 공보 레이아웃을 시원시원하게 뽑았고, 후보들이 별로 유명인사들이 아니다 보니 공약에 페이지를 많이 할애했습니다.  써놓은 공약들이 뭐 나쁘진 않은데, 킬링컨텐츠가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대선공약집에서 볼 법한 구성이에요.  신연수는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왜 여기 낑겨있는가 의문이었는데, 칼럼들 검색해보니 통상적인 동아일보와는 결이 안 맞는 글들을 썼었던 사람이군요.

개혁신당은 정의당과 동일한 분량의 공보입니다.  조성주가 여기 껴있는 거 보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10대 공약이라고 해서 맨 뒷면에 텍스트를 빼곡히 적어놨는데, 개혁신당이 이전에 내세웠던 정책 목록과 거의 일치하는 듯 합니다.  몇가지 재밌었던 점은 국힘에서 제복공무원 처우 개선 공약을 내세우는 동안, 개혁신당은 딱 그 직렬들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의무병역을 마쳐야 한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담은 점입니다.  교정은 안 그래도 선호도가 매우 낮은 직렬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저렇게 거르면 경쟁율이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지 궁금해지긴 합니다.  사법개혁을 하겠다면서 공수처를 폐지하고, 검찰에게 수사지휘권을 돌려주겠다는 건 검찰 인식이 역대급으로 곱창난 현시점에서 참으로 감 없는 소리다 싶습니다.  이건 하다못해 국힘에서도 내밀지 않은 공약이에요.  과학기술 공약에서 '실리콘밸리'도 아닌 '네옴시티'를 들먹이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철도 관련 공약을 억지로 낑겨넣은 건 아무리 봐도 이준석 픽이네요.  LCC고속철이니 뭐니 해도 철덕 아닌 사람들은 못 알아들어요, 준스가.

자유통일당
은 이런 쓰레기 같은 작자들이 한자리 수 비례번호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끔찍합니다.  공약은 당연히 다 수준 이하의 내용들입니다.  후보 중 꽤 젊은 여성이 있길래 이력을 보니 전광훈 영어통역사라고 해서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조국 개인의 이미지들을 왕창 때려박은 파란색 공보가 인상적입니다.  나름 10대 정책을 써놓긴 했는데, 공약 텍스트의 면적을 보나 편집을 보나 그다지 공약을 강조할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윤석열과 검찰을 조지겠다', '개헌하겠다' 라는 메인 프레이즈만이 극도로 부각되어 있고, 공보물 내의 모든 인물사진들에서 미소를 찾기 어렵다는 게 특이한 점입니다.  다들 매우매우 엄근진이에요.  비례 1번 박은정은 이력을 '성남지청장'으로 써놨는데, 전 사실 여기서 오히려 검찰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사고를 읽긴 했습니다.  사실 노동청도 성남지청이 있단 말이죠?  후보들의 출신학교가 거의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도 특이합니다.

반공정당코리아는 무슨 생각하고 사시는 분들인지 잘 모르겠으나, 출마를 한두번 한 건 아니네요.  비례 두 분이 대체 뭐하시는 분들인지도 잘 모르겠고, 학력을 안 쓸 거면 안 쓰면 되지 '학력 미기재'로 굳이 써놓으신 이유가 뭔지 궁금해집니다.  공약은 다른 건 잘 모르겠고, 법원 감정사에 대한 악감정이 상당하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국가혁명당 ㅡ 허경영당은 당연히 여전히 사기꾼 영업에 써먹기 좋은 물건을 내놨는데...  후보 10명 중 무려 5명이 의료업계 출신입니다.  의사, 한의사, 약사 등.  그 와중에 김순자 씨도 위 정당과 마찬가지로 '학력 미기재'라고 굳이 써놓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소나무당은 다른 건 사실 큰 관심이 없고, 손혜원 씨가 더민주 디자인해주던 시절보다 감각이 상당히 매우 많이 떨어져버렸다는 건 알겠습니다.

통일한국당은...  전 진짜 모르겠습니다.  왜 인지도도 없는 당대표 사진을 조국보다도 크게 박아놨는가.  대체 뭘로 벌어서 정의당하고 같은 면수의 공보물을 전국에 뿌리는가.  통일에 왜 이렇게 꽂혀있는가.  비례 후보 출마한 저 두 분은 뭐하시는 분들일까.  당대표 얼굴을 딥따 크게 박을 거 같으면, 비례 후보에 본인도 출마하는 게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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