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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2/17 15:12:59수정됨
Name   kaestro
Subject   최근에 읽은 책 정리(라이트노벨, 비문학 편)
원래는 소설이라 하려 했더니 읽은 게 다 라노벨 뿐이더군요.

굳이 라노벨을 읽는 이유는 리디북스 기준으로 싼값에 퍼줘서 그렇습니다. 다른 책도 이 값에 퍼줬으면 좀 사서 봤을 것 같은데 이북도 너무 비싸서 안 읽은 지 오래돼서 어차피 라노벨도 읽을 것 충분히 많더군요.

그래서 소설 편은 라노벨 편으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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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노벨




1. 약사의 혼잣말(1 ~ 12)

다시 소설 책을 읽기 시작한 시발점입니다. 애니메이션 방영하는 걸 보다가 '내 기억엔 이것과 다른 부분이 많았던 것 같은데?'하고 이전에 읽었던 것들을 꺼내 들어서 주파 했습니다. 오랜만에 줄 글 읽으려니 좀 힘들긴 하더군요.

마오마오라는 약에 미친 괴짜 소녀가 어쩌다가 궁에 납치돼, 자신이 가진 약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추리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져다가 쓰려할 경우에는 이게 얼마나 안 어설프고 진짜 있다 싶은 느낌을 주는 지를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 부분에서는 꽤나 훌륭하게 진짜 사건이 일어나고 추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인물간의 관계에서도 궁중 내의 비밀스러운 내시인 진시라는 인물과 주인공이 엮이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많은 비밀을 알게 되고, 능력을 인정 받아 더욱 많은 사건에 연루되게 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는 것이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추리 과정에서 인물 심리를 많이 다루다보니 애니메이션으로는 못 보신 부분들이 소설로 읽으면 많이 나오기도 하고, 대충 소설 기준으로 3부에 돌입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애니메이션으로 여기까지 따라오려면 한 세월일 것 같네요.


2. 풀 메탈 패닉!(1 ~ 23권 완)

고전 명작으로 손꼽히는 풀 메탈 패닉입니다. 애니메이션 4기가 박살 난 걸 보면 완결을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은 소원해 보이네요.

전형적인 boy meet girl의 플롯을 따라서 전쟁 밖에 모르는 소년이 왈가닥 소녀과 사랑에 빠져 사랑의 힘으로 지구를 구해내는 이야기입니다.

작가 분께서 꽤나 밀리터리 덕후라는 느낌이 드는 정교한 설정이 뒷받침돼서 실감나는 전투 씬을 느낄 수 있고, 지구를 구해내려는 악당들의 사연과 이를 막으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매력있습니다.

외전이 굉장히 많고, 작가가 유머 능력이 꽤 좋아서 이를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3. 티어문 제국 이야기(1 ~ 11권)

착각 악역 영애 회귀?물입니다. 소위 인기 있을 법한 키워드들을 다 버무려 놨다는 느낌이죠.

그런데 캐릭터가 꽤나 매력있게 잡혀있고, 회귀한 이후에 일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과장은 좀 섞었지만 나름대로 납득 가능한 수준 내에서 새로운 시련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볼만합니다.

전투씬은 좀 많이 끔찍합니다만(내려치기 마스터하는 검성이라니 한숨만 나오긴 합니다), 여자 주인공이 귀여운 맛에 보고 넘어갈만합니다.


4. 유녀전기(1 ~ 13권)

TS, 마법소녀, 이세계물입니다. 분류 상으로는 그렇지만 작가가 가공한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관의 대체 역사물이라고 보는 편이 좀 더 정확합니다. 주인공이 있는 세계관은 세계 2차 대전이 시작하는 시점의 독일입니다.

만약 세계 2차 대전 때 전투기만큼 제공권 확보에 용이한데, 폭격기처럼 지상 타격도 가능하고, 드는 건 사람 밥 밖에 없는 병기가 있다면 전쟁 양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에 대한 작가의 상상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이 소설의 장점은 작가가 제대로 된 밀덕입니다. 한니발의 칸나이 전투, 인천 상륙 작전 등 동서 고금의 전투란 전투는 다 가져다가 사용해서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전략적인 고찰이 많이 들어가 있어 처음에는 읽기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읽다가 이제 좀 익숙해지면 나폴레옹의 '군대는 먹어야 행군한다'는 명언을 소설 내에서 제대로 보여줍니다. 세계 2차 대전이 돼서 더 이상 단순히 밥만 가지고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보급에 필요한 석유, 포탄, 그리고 그 보급이 지나다닐 철도와 말, 기후에 따른 진창에서 외교 관계,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전투와 다수가 소수를 찍어누르는 전투까지. 전쟁이란 무엇인지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14권이 일본에선 동시 발매였다는데 한국에는 하나씩 번역돼서 나오니까 답답하군요.


5. 86 (1 ~ 12권)

메카 아포칼립스 물입니다. 인류를 멸망 시키는 것은 터미네이터처럼 인류가 보호를 위해 만들어낸 로봇입니다.

이런 인간 같은 로봇이 다루는 이야기의 핵심은 로봇을 통해 인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는 지성의 존재와 격돌하게 돼서 위기에 몰렸을 때, 과연 어떤 점에서 인간은 무엇을 통해 인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86는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멸망이 오고 있는 것을 지연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소수에게 돌리는 것을 통해 인간성을 잃은 국가 내에서 이를 잘못이라 여기는 양심이 있는 주인공이, 전투를 하고 있는 박해자들인 86들을 지도해나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라고 할 만한 것을 잃어나가는 사람들과, 힘겨운 와중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인간이기를 계속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런 드라마적인 부분 외에 로봇과의 전투도 매 권마다 전장이 바뀌고, 새로운 종류의 로봇이 나오면서 이에 따른 전투 양상을 묘사하는 것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여러 권을 엮어 가지고 떡밥을 통해 '아니 그게 떡밥이었어?'하고 나오는 설계도 꽤나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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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1.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가 어지간해서는 작가를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책 나오면 다 사서 읽는 김영민 교수님 작품입니다. 소위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유명하신 작가분이시죠.

정치외교쪽 교수님이셔도 쓰는 내용들이 보통 철학적인 내용을 고오급 유머로 풀어내시는 분이라서 좋아하는데 처음 읽자마자 정치,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시더군요.

드디어 지뢰를 밟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보다 정치와 권력의 본질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이면 권력에 따른 상하 관계가 생기면서 탄생하는 수많은 일화들을 통해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 일화로 들고 오는 것이 이제 '변신은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자신이 되는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 "에반게리온", 권력의 속성을 들기 위해 파리대왕 같은 작품들을 들고 와서 이야기해서 이해가 잘 되고 재밌습니다.

읽고 나서 제가 가지게 되는 인간 관계들을 권력을 통해 해석해보는 새로운 관점을 획득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철학자인 작가가 자신의 두 아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질답을 통해 철학적인 주제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철학책을 꽤나 좋아하는 편입니다. 기존에 자신의 사고 프레임을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현상을 해석하는 것을 재밌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딱딱하게 역사 이야기하고 ~~론 이런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게 선호하지 않지만요

이 책은 목차만 봐도 아주 기가 막힙니다.

1부 도덕적으로 행동하기는 생각보다 힘들어

1. 권리: 나에겐 탄산음료를 마실 권리가 있어
2. 복수: 나를 바보 멍청이라고 불렀으니까 복수해도 돼
3. 처벌: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까 난 무죄야
4. 권위: “아빠가 하라고 했으니까”는 이유가 아니다
5. 언어: 모든 아이는 “빌어먹을”을 능숙하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렇게 아주 순수한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당연한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는 유쾌한 철학책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견해를 가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되 견해는 갖지 마라. 방어할 수 없는 견해는 가지지 마라. 견해는 스스로 가져야 한다." 였습니다. 최근에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내 것이 아닌 견해를 가지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주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고, 다시 보고 있는 울려라 유포니엄! 2기의 쿠미코가 아스카를 설득하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쿠미코는 아스카를 교사 뒤로 불러내 아스카가 취주악부를 그만두지 않고 콩쿨을 나가야하는 수많은 이유를 댈 때 주변인을 이야기합니다.

"다들 같이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요"

그런 그녀의 이야기는 아스카에게 닿지 않습니다. 아스카는 똑똑하고, 그녀가 대는 수많은 근거들을 파고들면서

"이러면 된거야."

라고 대답하자 쿠미코는 그제서야 이야기합니다.

"선배하고 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제가 나가고 싶다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D4dQeXWF-Fk

그런 다른 사람을 마주보고 당당하게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있는 쿠미코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나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들이 그렇다니까'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으니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있는가 혹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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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비문학 책 하나 정도는 맘에 드는 것을 하나 정도 붙들고 있고 싶은데 당장 땡기는 것에 없어서 고민 되네요.

조만간 쇼핑이나 한번 해야겠습니다.

이거로 책정리는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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