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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3/12/08 16:38:40 |
Name | 당근매니아 |
Subject | 위플래시 인 콘서트 - 설명서를 잘 읽어야 합니다 |
위플래시 인 콘서트 2023을 보고 왔습니다. 직장이 세종문화회관 근처인지라, 나붙은 광고를 보고 여친님과 같이 갔지요. 찾아보니 작년에도 같은 공연을 했었고 같은 작곡가가 라라랜드도 맡았던지라, 같은 포맷의 공연을 이어서 하더군요. 목금 양일간 라라랜드 공연을 하고, 토요일에는 위플래시 공연을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비싼 돈 주고 영화 보는 기분이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연주자들의 차력쑈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괜히 직전 주말에 위플래시를 복습하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위플래시 ost를 전곡 연주하는 식으로 구성하고, 뒷편 스크린에서는 곡에 맞춰 재편집한 영화 영상을 틀어주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더라구요. 공연 광고를 보면 "차별화된 오리지널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는 필름 콘서트 형식"이라고 써있고, 그 뒤에 "무대 위 스크린에 영화 전편을 상영하는 동안 오케스트라가 영화 스코어를 실연"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걸 놓친거죠. 나중에 찾아보니 반지의제왕도 해외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오케스트라공연을 했던 영상이 있더군요. 영화 전편이 스크린에 재생되고, 일반적인 음향이나 대사는 전부 원래대로 출력되는데, 음악 부분만 무대위에 갖춰진 빅밴드가 대신 연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대신 연주하는 건 악기를 쓰는 모든 영역이다 보니, 피자집 데이트신에서 깔리는 bgm이나, 드럼 코어멤버 자리를 두고 다투는 장면, 더블타임을 연습하는 장면의 드럼 연주까지도 전부 밴드 실연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뮤지션들 역량은 꽤나 훌륭해서 레코딩된 버전을 듣는 것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심지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 ㅡ 앤드류가 플래쳐를 무시하고 연주하는 신에서는 템포를 낮췄다가 올라가는 컷에서까지 음과 화면의 싱크가 완벽했습니다. 그래서 차력쑈쑈쑈를 보는 기분이 들었지요. 다만 이게 그냥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어차피 영화랑 같이 갈 거, MX관 같은 음향특화관에서 보면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영화와 싱크를 맞추기 위해 밴드멤버들이 볼 수 있는 시각신호가 번쩍번쩍하는데, 그게 꽤 밝고 신경 쓰여서 관객석까지 감상에 방해가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앵콜곡을 전날 공연한 라라랜드 ost로 때워버린 게 좀 아쉬웠습니다. 위플래시라는 영화 구성상 메인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캐러반과 위플래시를 후반부에 이미 소화하다 보니, 앵콜곡으로 쓸 곡이 딱히 없었겠다 싶긴 한데........... 전날에는 위플래시로 앵콜 공연했었다 해서 좀 짜게 식더군요. 뭐 그랬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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