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12/01 17:55:41수정됨
Name   길을 잃다..
File #1   20231110_162257.jpg (279.3 KB), Download : 27
Subject   신과 야수의 날


요며칠 마츠모토 세이초의 "신과 야수의 날"이라는 중편소설을 읽었습니다.
사회파 추리소설로만 세이초를 알고 있었는데, (작가 자칭) SF로 접하게 되니 신선하네요.

소설이 연재되던 1963년이 쿠바 미사일 사태 직후였던 배경으로 핵무기로 인한 멸망에 대한 공포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동맹국으로 부터 오발사 된 핵미사일이 약 70분 뒤에 도쿄에 떨어진다는 상황이 알려지며 벌어지는 군상극인데,  
크게는 총리를 위시로 한 내각진(계엄사령부 포함)의 위기대응과
평범한 사무직 여성인 토야마 사치코의 도심 탈출기 정도가 비중있게 그려지고,

그 외로는
필사적으로 탈출하기 위해 방해되는 사람들을 죽여가며 폭주하는 사람들,
절망에 빠져 조용히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
신에게 몰두하는 사람들(하지만, 최후의 순간에 이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성직자들),
죽음을 앞두고 예술/학술적 영감을 얻지만, 세상에 남길수 없는 사실에 절망하는 사람들,
도심에서의 핵폭발을 관측할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군/과학자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 간의 폭력과 야만의 시간들,  
문호의 상상력으로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짧지만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코로나 시절 카뮈의 "페스트"가 예언서처럼 느껴졌던 것 처럼,
당장 한 시간 뒤에 모두가 죽게되는 상황을 알게 된다면 이 소설 속 상황이 재현될 것 같습니다.

또한, 총리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계산으로 가족은 희생시킨다던지,
미증유의 재난속에서도 야당의 반대 뿐아니라 당내 파벌을 고려해야하고,
사태 후 혼란을 수습한다는 핑계로 반체제 인사를 일거 체포를 계획하는 한편,
그 동안 무시받던 군의 위상 제고와 방위예산 증액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라던지
사회파 추리작가답게 전후 좌우대립으로 혼란스러웠던 일본의 정치적 상황 또한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묘사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무거운 내용뿐 아니라, 마지막에 미사일 착탄 순간 무슨 노래를 방송에 틀어야 하나를 가지고 토론이 펼쳐지는 등
실소가 나오는 대목도 있습니다 ㅎㅎ

마무리도 식상할 수 있지만(벌써 60년전 나온 소설이니..), 개인적으론  깔끔하다고 생각하는데,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쪽지로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판은 없습니다만 ㅠㅠ 혹시 나중에 번역이 되거나 일본어가 가능하신 분은
200페이지 정도로 분량도 적고 재미도 있으니, 시간날 때 한번 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291 창작윤석열의 천하 구밀복검 25/03/01 2453 2
    14813 생활체육홍차넷 7월 스크린골프대회 결산 2 켈로그김 24/08/01 2454 2
    15282 일상/생각어제 회식하고 돌아온 아내 상태 체크중입니다. 2 큐리스 25/02/26 2454 6
    14896 생활체육[홍.스.골] 9월대회 오픈 11 켈로그김 24/09/04 2455 0
    15113 일상/생각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난 다시 만난 세계, 그리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노래 4 소요 24/12/08 2455 10
    15322 꿀팁/강좌스피커를 만들어보자 - 4. 재질과 가공 (완) 10 Beemo 25/03/17 2455 11
    15185 정치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제2차 변론준비기일 방청기 8 시테 25/01/03 2460 25
    14093 음악[팝송] 리타 오라 새 앨범 "You & I" 김치찌개 23/08/05 2461 1
    15091 기타홍차넷 캐릭터 레티 이미지 배포합니다 7 토비 24/12/05 2461 9
    14424 도서/문학《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 - 나의 자랑 해방일지 (도서 증정 이벤트 4) 초공 24/01/31 2465 1
    15371 꿀팁/강좌3.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감정 36 흑마법사 25/04/08 2465 19
    14831 생활체육(수정)홍차넷 8월 스크린골프대회 안내입니다~ 9 켈로그김 24/08/08 2466 2
    15360 일상/생각계엄 선포 당일, 아들의 이야기 6 호미밭의파스꾼 25/04/04 2469 36
    14977 문화/예술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가장 역겨웠던 전시 1 당근매니아 24/10/13 2471 5
    15251 일상/생각요 몇년간 스마트폰 기변 후기. 14 카바짱 25/02/06 2471 0
    15557 경제집을 팔았습니다. 21 절름발이이리 25/06/27 2472 11
    15297 일상/생각와이프한테 맞을뻔 했어요 ㅋㅋㅋ 13 큐리스 25/03/05 2475 3
    14759 음악[팝송] 카이고 새 앨범 "KYGO" 2 김치찌개 24/06/26 2476 2
    15013 일상/생각귀여운건 답이 없네요 허허 6 큐리스 24/10/31 2477 4
    15253 일상/생각클로드와의 심리상담 경과 3 골든햄스 25/02/06 2477 12
    15000 여행3박 4일 도쿄 여행 정리 -1- 1 활활태워라 24/10/25 2478 2
    15278 일상/생각큼큼이들을 위한 변명 15 당근매니아 25/02/21 2482 1
    15090 철학/종교할일 없는김에 써보는 미신(신점 사주 등) 후기 9 다른동기 24/12/04 2483 0
    14414 음악[팝송] 그린 데이 새 앨범 "Saviors" 1 김치찌개 24/01/26 2484 3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2487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