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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7/06 18:10:14수정됨
Name   사이공 독거 노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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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회상] R.A.T.M 그리고 틱광득 소신공양



이 지루한 글을 음악 카테고리에 남겨야 하나
일상 또는 종교 카테고리에 남겨야 하나 한참
생각했습니다.  카테고리 선택이 부적합 하다고 판단 되시면 옮기셔도 괜찮습니다.


1996년 겨울이니까 16살 17살쯤 일겁니다.
강남역을 거닐고 있었어요.  그당시엔 강남역에 사람이 진짜 많았어요.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땐 동아극장 뉴욕제과 사랑의교회 그리고 지금 지오다노 자리인 타워레코드가 강남역의 핫플레이스 였어요.

저쪽으론 제일생명 사거리 (현 교보생명 사거리)랑 흥국생명 빌딩도 있었구요.

그날 눈이 아주 많이 왔었어요. 기억나는건 눈이 엄청나게 내렸고 아주 추웠다는거 추워서 아버지꺼 잭니클라우스 가죽 점퍼를 몰래 입고 왔던거 정도 그리고 바닥이 질퍽 질퍽 했다는거... 

그런데 이것도 어쩌면 모두 기억의 왜곡일지 모릅니다.   삼십년 가까이 지났으니깐요.

아무튼 그때 저는 고1인가 그랬는데 저는 록뮤직에 정신줄이 나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강남역 타워레코드에 들렸어요. 그곳에 가면 진짜 엄청난 세상이 열렸습니다.

당시에 MP3 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길거리 리어커에서 불법 복제테이프 일이천원 주고 사듣던 시절인데.. (정품은 4~5000원)

타워레코드에서는 최신 외국 음악을 헤드폰을 착용한채로 서서  들을수가 있었어요.
한마디로 시식회죠. 시음회?  판매촉진을 위한 ...

그당시 음반매장으로써 타워 레코드의 위상은 엄청 났어요. 마이클잭슨이나 잉베이 맘스틴이 와서 싸인회를 하기도 했으니까요.

게다가 어린 제 능력으로 살수 없는 그런 외국 CD 들을 듣고 만져 볼수가 있었고 각종 브로마이드도 가끔 공짜로 나누어 주곤 했어요.   그래서 저는 주말이면 수유리에서 그곳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자주 시간을 보냈던거 같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듣던 음악은 주로 레드제플린 핑크플로이드 오지오스본 메탈리카 딥퍼플 지지탑 비비킹 알버트킹 크림 에릭클랩턴 게리무어 로이부케넌 레인보우 제프벡 더후 브루스 스프링턴 ufo msg 잉베이 헬로윈 정도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대부분 블루스를 기반으로한 록음악 계열을 많이 들었던거 같아요.

그날도 역시 강남역을 거닐다 레코드점에 갔었는데요. 입구에서 옷에 잔뜩 묻은 눈을 털고 매장에 들어선 그 순간...

엄청난 록 사운드가 느껴 졌어요!!!

정말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음악이었어요.

정말이지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한참을 멍하니 서서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심장이 멎을거 같았어요. 지금 까지 들어온 블루스와 하드락에서는 느껴본 적없는 미친듯 정확한 칼박자와 심플하면서도 파워풀한 연주 그리고 랩인지 락인지도 햇갈렸던 처음 듣는 창법의 폭발적인 보컬. 그당시 한국음악에서 들을수 없었던 내뱉는 욕설 섞인 가사도 충격적이 었구요.

그리고 그땐 누군지도 몰랐던 진짜 미친듯 생소한 스타일의 기타연주에 록커를 꿈꾸던 소년의 심장은 터질것 같았습니다.

저는 점원형에게 쫒아가서 이 가수 누구냐 앨범좀 보여달라고 다급하게 재촉했어요.

점원형은 저에게 그앨범을 내줬는데 그들이 바로 " 세상에서 가장 정치적인 밴드 이자 좌파를 넘어 극좌빨 밴드" 라고 불리는우는.

[Rage against the machine]


그리고  앨범은 R.A.T.M 의 데뷔앨범 The machine  그곡은 그들의 데뷔앨범에 수록된 Killing in the name 었습니다.

[이곡은 훗날 유영진이 표절해서  HOT가 열맞춰라는 곡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표절 시비는 결국 R.A.T.M 의 귀에도 들어가서 해외 방송에서도 언급했고 또한  SM엔터테이너를 상대로 고소하겠다고 공문까지 보냈으나 법정싸움이 이득도 의미도 없다고 판단하여 그냥 내버려뒀다고 합니다.

심지어 훗날 R.A.T.M의 내한 공연때 관객들이 후렴구에서 HOT의 열맞춰를 그대로 따라 불러서 때창을 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하였답니다. ]


그땐 한국인에서 얼터너티브락이니 하드코어니 랩메틀이니 하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마 그날 그곡이 흘러 나온 이유가  그해가 R.A.T.M의 두번째 스튜디오 앨범 이블 엠파이어가 발매되었던 해라서 그랬던거 같아요. 

[R.A.T.M 2집 Evil empire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1위라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제목인 악마의 제국은 레이건이 소련을 향해 지칭한 단어인데요 R.A.T.M 은 오히려 모국인 미국을 지칭합니다.  이 앨범은 메틀 음반임에도 미국에서만 그해에 300만장 이상이 판매 되었습니다. 저 또한 PEOPLE OF THE SUN 이라는 곡에 아주 심취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https://youtu.be/HC5Kj-0-gXk

그날 저는 두장의 씨디를 모두 구입했습니다.
그날 왜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저에게 꽤 큰돈이 있었어요 . 이만 몇천원이 있었는데 그돈으로 씨디 두장을 모두 구매했어요.

그날 동전까지 탈탈 털어서 씨디를 모두 사버리고 돌아갈 차비도 없어서 강남역에서 수유리까지 걸어서 집에 갔습니다.  지금도 생생하네요.

집에 가는 길에 신사동쯤인지 논현동쯤인지
가로등에 불빛에 떨어지는 눈을 한참 바라봤던 기억이 지금도 아련합니다.

나는 커서 뭐가 될까...
공부도 못하고 싸움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나는 잘하는게 무엇일까...
눈내리는 밤하늘을 보며
이런 고민을 했던거 같아요.

한참을 걸어 한남대교 인지 동호대교인지 건널때는 쌩쌩 달리는 트럭 때문에 다리가 흔들리는데 얼마나 무서웠던지 정말 아찔했습니다. 바로 일이년전에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지라 더 무서웠나봐요.

그래도 타워레코드의 상징인 노랑봉투에 담긴 씨디를 두손에 꼭 쥐고 눈 펑펑 맞아가면서 밤새 걸어서 수유리집 까지 돌아 갔어요.

결국 새벽에 도착해서 부모님께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는 중국산 개구리 모양 씨디플레이어가 있었는데 새로산 그 씨디를 닳고 닳도록 들으며 사춘기의 반항심을 불태웠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씨디 표지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흑백 그림이 었는데  스님이 화염에 쌓인채 가부좌를 틀고 있는 그림이 었어요.


그땐 그저 락커의 열정과 분노를 표현한 그림 인가보다 했어요. 그러면서도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 그림을 인상적으로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십대시절 내내 그들의 음악에 심취했었는데 그러던중 인터넷이라는 전지전능한 신문물이 보급되기 시작됐고 우리집에도 컴퓨터라는 것이 생겼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컴퓨터에 익숙해질때쯤 천리안 음악동호회 야후 음악동호회등에 록관련 채팅방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미국물좀 먹은 형들과 채팅이라는것을 하면서 그 밴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듣게 됐어요.

R.A.T.M이  미국 정부에 정면으로 덤비는 극좌파밴드며 맴버중 누구는 하버드 출신이고 밴드 멤버들이 대기업 정부 부조리등과 싸우는 사회운동가들이고 어쩌고 저쩌고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모를 정화되지 않은 정보들을 듣게 됐고 그 앨범 표지에  몸에 불이 붙은 스님이 그림이 아닌 실제 사진이라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동네서 싸움 잘하거나 목소리 크거나 외국 가봤다는 형들이 말하면 다 진리이던 시절]

들으면서도 온통 믿기지가 않았어요.
밴드에 관한 이야기도 대단했지만
사람의 몸에 불을 붙힌 다는것도 충격이었고
집채 만한 불길속에서도 미동도 없이 합장을 한다는것도 충격이 었으며 또한 스님의 심장만큼은 타지 않아 박물관에 전시 되어 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또한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웠습니다. 전부 조작이라고 생각했어요.

[훗날 그 순간을 촬영한 AP통신의 말콤브라운은 이사진으로 퓰리쳐상을 수상합니다.]

친구들과 우리끼리 저건 말이 안돼. 성냥 불만 손가락에 데어도 몇일간 아프고 기분이 더러운데 어떻게 저게 가능하겠어. 마약 같은걸 먹었거나 아니면 로스웰 외계인 사건처럼 조작일거라고 생각했어요.


[틱광득 스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쪽 근대사와 베트남 정부의 불교 탄압과 학살 미국의 개입등 너무 광범위한 내용이라서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벅차기에 관련 영상을 납깁니다. 실제 분신 영상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

https://youtu.be/Co1223mbUKE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흘러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친구들과 어느 해외 사이트에서 R.A.T.M의 데뷔앨범에 관한 이야기와 자켓의 스님이 분신하는 실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밴드하는 친구들끼리  저희집에 모여서 영상을 봤는데 정말 기절하는줄 알았습니다.

스님 스스로 몸에 불을 붙히고 미동도 하지 않던 스님의 모습 , 불교를 통제하고 억압하던 남베트남 정부군 조차 스님의 몸에는 손을 대지도 통제하지도 못하고 경의를 표하는 모습, 몇몇의 외신기자들 , 스님의 소신공양을 지켜보며 통곡하는 제자 스님들과 비구니들의 모습 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도 열심히 음악해서 저렇게  NIRVANA 의 경지에 오르자며 철없는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나중에 어른되면 베트남 가서 저기 꼭 가보자고 했어요.

그렇게 록커가 되겠다는 열정 충만했던 소년들은 세월이 흘러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며 서서히 세상과 타협하다 어느덧 불혹이 넘긴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네요.  

한 친구는 빙수팔고 있고 한 친구는 광주에서 문구점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참고로 두 친구들은 다들 장가갔다가 이혼해서 현재는 살도 찌고 아주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놈들 오늘자 카톡 프로필 문구가
한놈은. " 2막1장 " 

한놈은
"아이언맨 피규어 삽니다"

그리고 저는 무슨 운명인지  2~30년이 흐른 지금  R.A.T.M  표지속 그장소에서 벤치에 앉아서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그 시절을 회상 하는데...

이제는 아무런 느낌도 록스피릿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라이딩 끝내고 이곳을 지나가는데 허리가 아파서 잠시 쉬다 스님 동상을 보니 옛생각이 나서 몇자 끄적입니다.

이제는 R.A.T.M 보다는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 같은 노래가 좋아지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https://youtu.be/z0vCwGUZe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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