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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3/27 22:37:41수정됨
Name   회자정리거자필반
File #1   화면_캡처_2022_03_27_183943.jpg (60.5 KB), Download : 40
Subject   '일년동안 책을 엄청 많이 읽고나서 느낀 점' 을 보고 느낀 점


다른 커뮤니티에서 본 포스팅(https://theqoo.net/index.php?mid=hot&filter_mode=normal&document_srl=2396983083)인데요, 이 포스팅을 보고 제가 과거에 겪었던 고민이랑 똑같아서 글을 올려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 고민(=책을 읽고서 남는게 없이 시간만 뿅 사라져버리는 고민)은, 책을 많이 읽다보면 결국 반드시 생겨야 할, 필요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걸 인지했다면 이걸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정도 뒤따라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고민을 똑같이 겪으시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김희정 박은진 저 '비판적 사고'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공시나 로스쿨 준비하시는 분들이 종종 읽는 책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사실 독서만을 위한 목적으로 씌여진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결국 독서에 도움이 되는 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1부 2부 3부만 읽으셔도 자신만의 독서 정리 방법 틀을 만들어서 저런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부 부터는 사실상 논리학 강의 내용이라 긴 글 독서와는 조금~ 연관이 덜한 내용인 것 같네요.  

저런 고민을 다루는 클래식한 책으로는 Adler의 How to read a book 이라는 오래된 책도 있는데, 워낙 오래된 책이라 그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 중 현재에도 가장 유용하다고 평가받는 내용(보통 'Structure-Proposition-Evaluation
method' 라고 불리는 그것)이 요즘 나오는 책들에 이미 더 깔끔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비판적 사고 라는 책에서도 1부 2장 마지막 부분 쯔음에 짤막하게 소개되어있네요.

(같은 저자의 '비판적 사고를 위한 논리'가 아닙니다! 그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반적인 논리학 교과서의 내용이에요)



제 개인적인 결론은, 저 문제를 해결하는 각자만의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 어쨌든 책 한권을 읽을 때 생각보다 많고 귀찮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ㅡㅡ;;; 여러번 읽고.. 시간을 들이고... 요약하고...



그런데 사실 머리에 남는것과 별개로 배운걸 실천하는데에도 다른 종류의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네요. 주식 잘해보겠다고 피터린치 책 잘 읽고 내 지식으로 열심히 만들더라도, 결국은 빨간 글자나 파란 글자 봤을 때 본인의 본능적인 감정 조절하는게 머리 속 지식보다 훨씬 더 중요하듯이요. 어쩌면 책 덮고 잘먹고 잘자는게 짱일수도 있겠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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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애서가(이젠 애논문가가 되었네요... 애도)로서 공감갈 때가 많습니다.
    분명 오래 곱씹어서 읽었는데 책소개에 소개되는 수준만 기억나는 책이 수두룩...
    저는 해법을 찾기도 했지만, 마음가짐을 바꿔서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1. 책의 내용은 '색인' 쓰는 느낌으로 기억해서, 언제든지 책을 들춰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면 괜찮다.
    모든 내용을 기억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 이런 내용이 있으니 나중에 찾아봐야겠다'는 정도의 기억은 하기 쉽지요. 그걸 머리속에 잘 정리해... 더 보기
    같은 애서가(이젠 애논문가가 되었네요... 애도)로서 공감갈 때가 많습니다.
    분명 오래 곱씹어서 읽었는데 책소개에 소개되는 수준만 기억나는 책이 수두룩...
    저는 해법을 찾기도 했지만, 마음가짐을 바꿔서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1. 책의 내용은 '색인' 쓰는 느낌으로 기억해서, 언제든지 책을 들춰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면 괜찮다.
    모든 내용을 기억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 이런 내용이 있으니 나중에 찾아봐야겠다'는 정도의 기억은 하기 쉽지요. 그걸 머리속에 잘 정리해두면, 디테일을 까먹더라도 바로 해당 책의 해당 구절을 찾아서 보충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지적 아웃소싱인데 상관 없습니다. 책이 바탕이 되는 퀴즈, 시험, 독서 모임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현대 중국을 정치 중심으로 다루는 책이 있고, 거기에 중국공산당의 인재 선발 과정이 나왔다면,
    "중국/현대/정치/중국공산당/인재 선발 과정 : 책 OO O문단 참고." 같은 식으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2. 읽으면서 중간에 머리속으로 정리하고 생각을 전개하는 태도를 가져라.
    책을 너무 빨리 읽으면 내용이 휘발되어 다 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재미없는 책은 더더욱 그렇죠. 쓰자마자 지워지는 비밀 펜도 아니고...
    내용이 많은 책은 읽으면서 머리속으로 정리하며 쉬어가는 구간이 필요합니다.

    3. 설령 내용을 까먹더라도, 시간을 보내는 행위로서 독서는 뜻깊은 취미다.
    독서는 사회적으로 보통 이상의 품위와 유익성을 인정받는 취미고, 금전이 비교적 많이 요구되지도 않고(특히 도서관/ebook을 이용한다면), 정적으로 편안히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취미입니다.
    너무 독서를 하면서 강박증을 느끼지 마세요.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즐기는 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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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료사
    시간때우기기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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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자정리거자필반
    느끼는게 많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1
    Darwin4078
    그래서 저는 밑바닥 필력이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타임라인에 독서후기를 쓰고 있읍니다.
    14
    헌혈빌런
    사실 저도 영화 많이 보는편인데

    평점 4나 4.5이상 아니면 사실 잘 기억 안납니다 크크

    그냥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기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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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모 시험 후기 쓰면서 비슷한 내용을 적은 적이 있어서 조금 옮겨봅니다. 아래에도 똑같이 적혀 있지만, 책(논문)을 읽고 다시 정리하고, 거기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책들과 연관짓는(이게 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과정에서 그 책의 내용이 비로소 제 것이 되고, 또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냥 한번 읽고 말아도 무의미한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저도 편하게 읽는 책들은 한번 읽고 마는데, 거기서 얻은 것도 많습니다.



    논문이나 연구서를 유의미하게 읽어냈다고 말하려면 다음에 답할... 더 보기
    저도 모 시험 후기 쓰면서 비슷한 내용을 적은 적이 있어서 조금 옮겨봅니다. 아래에도 똑같이 적혀 있지만, 책(논문)을 읽고 다시 정리하고, 거기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책들과 연관짓는(이게 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과정에서 그 책의 내용이 비로소 제 것이 되고, 또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냥 한번 읽고 말아도 무의미한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저도 편하게 읽는 책들은 한번 읽고 마는데, 거기서 얻은 것도 많습니다.



    논문이나 연구서를 유의미하게 읽어냈다고 말하려면 다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1) 연구질문(논문이 답하고자 하는 질문 -- 왜 A는 B인가? 등 Why로 시작하는 질문)이 무엇인가? (2) 연구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무엇인가? (3) 기존에 제기된 답은 무엇이고, 무엇이 부족했는가(왜 저자가 추가로 연구를 진행해야 했는가)? (4) 저자의 답이 맞다는/더 낫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새로운 사실, 방법론 등)? (5) 본 연구의 의의와 한계는 무엇인가(모자란 점, 더 발전할 여지 등)? 반대로 말하면, 이상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해당 논문/연구서의 핵심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길고 어려운 글을 읽어나가면서도 특정 부분이 중요한지 아닌지, 또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부분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읽은 논문과 책에 대해 (1) 이 연구는 어떤 연구이고, 왜 이 문헌을 읽게 됐는지, (2) 이 연구는 어떤 내용인지(위에서 언급한 5가지 항목), (3) 내가 생각하는 이 연구의 부족한 점, 좋은 점, 참신한 점은 무엇인지, 관련 연구와의 접점은 무엇인지, 내 관심사와 어떤 연관을 갖는지, 그 외 코멘트 등을 정리해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해왔습니다. 그리고 이게 독해력을 기르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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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자정리거자필반
    동의합니다. 답할 수 있어야 하는 질문들의 틀을 만들어두면 편하더라구요. 일종의 자신만의 체계적인 도구가 하나 생기듯이요. 어떤 텍스트들은 '아 이건 꼭꼭 씹어야 한다'라고 느꼈다면, 결국 귀찮더라도 꼭꼭 씹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얻는게(독해력, 텍스트의 내용) 있으면 잃는 것(노력, 귀찮음, 시간.. 등등)도 생길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트레이드 오프 같습니다.
    1
    물사조
    책을 읽고 뭔가 남겨야 한다면 그건 독서가 아니라 공부겠지요. 저는

    1. 읽는 동안 시간이 아깝지 않게 즐거웠나
    2. 무언가 새로운 지식이나 관점을 배울 수 있었나

    둘 중에 하나만 만족하면 만족하고 있습니다.
    4
    동의합니다
    책의 내용이 잘 기억 안 나도 뭔가 새로운 고민을 해볼 수 있게 됐다면 만족합미다
    1
    i_terran
    부끄럽지만 제가 무식해서 그러한지 끝까지 읽은 책들은 다들 충격적인 지식을 선사해준 것 같습니다.
    한때 이런 고민 때문에 영화나 책을 보고 나면 서평/영화평을 써서 모아뒀습니다. 글쓰기 연습으로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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