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3/13 11:15:29
Name   T.Robin
Subject   오미크론 시대 코로나19 감염 경험담 겸 조언
안녕하세요. 코로나19로 자택에서 현재 온 가족이 몽땅 다 자가격리중인 T.Robin입니다. 이번에 코로나19로 온 가족이 다 생고생을 했기에, 최소한 다른 분들은 이런 고생을 좀 덜 하셨으면 해서(......) 부족하나마 도움이 되실까 하여 남깁니다.

■ 평소에 비상상비약을 꼭 챙겨두세요
코로나19는 걸리면 집에서 못 나갑니다. 배송이 되는 약국이 있다지만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에요. 약국에 가면 코로나19에 대비한 상비약을 팔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만 있어도 일단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습니다. 열이 잘 안 떨어질 수 있으므로, 해열제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과 이부프로펜(또는 맥시부프로펜) 계열을 모두 준비해서 교차로 복용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이부프로펜과 맥시부프로펜 계열 약제의 경우, 체질에 따라 자기에게 더 잘 듣는 종류의 약이 있습니다. 평소 열이 잘 나는 분들이시라면 아마 아실겁니다.
(저희 아이들의 경우 첫째는 이부프로펜이 더 잘 듣고 둘째는 맥시부프로펜이 더 잘 듣습니다. 분명 같은 유전자 출신인디......)

■ 자가격리 대상에게 지급할 일회용품도 필요합니다
가족이 방에서 자가격리된 경우 일회용 컵, 접시, 수저 등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일회용 속옷도 있더군요. 이런 것들을 미리 챙겨두시면 감염자 가족을 격리할때 조금 더 도움이 됩니다

■ 누군가 걸렸다면 다른 가족들에게 전염되는건 그냥 시간문제라고 생각하셔야 됩니다
누군가가 감염되었으면, 아무리 조심해도 같은 집에 있는 가족들은 거의 100% 확률로 걸린다고 보셔야 됩니다. 집사람이 최초로 감염된 이후에 말 그대로 편집증적으로 조심했는데도-방에서 나온게 하루에 세 번, 화장실 갈 때 뿐이었고, 화장실 갈때는 모든 문을 다 열어서 완전히 환기시킬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온 가족이 다 감염되더군요.

■ 감기/몸살 증상이 오래간다면 코로나19일 수 있습니다
집사람이 처음에 증상이 왔을때 가벼운 몸살 수준이어서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이게 평소와는 다르게 회복이 잘 안 되는걸 보고 가서 찔렀더니 코로나19 확진이더군요. 위쪽 내용과 좀 연계될 수 있습니다만, 어쩌면 감기몸살인줄 알았던 시절에 미리 무증상으로 감염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좋은건 감기몸살이다 싶으면 무조건 코로나19 의증으로 보고 바로 집안에서 그 사람을 준 격리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감염 자체를 막기는 힘들지언정 최소한 증상 발현이라도 늦춰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집안의 다른 사람이 증상이 발현될 때쯤이면 처음 걸렸던 사람은 격리가 해제될 타이밍이 되도록 할 수 있을겁니다. 저희집은 이런 시간 벌기에 실패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 외부에서 도와줄 사람이나 심부름센터(?) 등을 꼭 미리 섭외해 두세요
비대면으로 심부름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비대면 진료 후 약국에서 약을 받아온다거나, 반찬가게나 밀키트 전문점에서 음식을 대준다거나 하는 등의 자잘한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버티기가 대단히 수월해집니다.

■ 아이들은 어른들과 증상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몸이 약한 경우 더 주의해 주세요
저희집에 애들이 둘인데, 둘째는 증상이 경미했습니다만 첫째는 밤에 위경련이 오고 하는 등으로 해서 꽤 고생이 많았습니다. 저희집 첫째가 원체 몸이 약합니다만, 두 부모가 모두 감염된 상태에서 오밤중에 애를 들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응급실 도착 전에 애가 많이 좋아진데다가 응급실에서 음압진료실이 꽉 차서 응급실 간판만 구경하고 돌아오긴 했습니다만......).

■ 소화제와 유산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갑자기 소화제와 유산균이 웬말이냐 싶으실텐데...... 저희 첫째처럼 몸이 약하거나 소화능력이 떨어지시는(특히 속칭 '입이 짧으신') 분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소화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장염 등을 같이 가져올 수 있습니다. 매일 복용할 수 있는 소화제나 유산균을 미리 준비해 두시면 장에 문제가 생겼을때 도움이 되실겁니다(첫째가 장염 의증으로 입원했을 때에도 1일 3회 유산균 처방이 나오더군요. 결국 결론은 간염이었습니다만......).

■ 동거인 PCR 검사는 최대한 늦게 수행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3월 14일 이후에는 신속항원검사로도 확진 처리가 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겠습니다만, 집사람이 PCR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날에 저희 가족이 모두 PCR을 받았습니다. 이 때 저희 애들은 결과가 음성이었는데, 결국 며칠 뒤에 증상이 생기고 나니 신속항원검사에서 둘 다 감염 판정이 나오더군요.
요컨데, 당장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실게 아닙니다. 사실은 그냥 잠복기일 수 있어요. 누군가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주변 가족들 모두 최대 2~3일정도 증상을 보고 나서 검사를 수행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 확실히...... 병원에서 잘 안 받아줍니다
코로나19 감염자는 수액 하나 맞기조차 힘듭니다. 대학병원급은 음압진료실로 격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응급실의 음압진료실은 항상 차있고(여기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로또급입니다), 일반 병원에서는 타 환자 감염 우려로 인해 진료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저질환을 갖고 있으신 분들은 병원에 문의하셔서 평소에 비상상비약 종류를 더 잘 준비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먹고 자고 먹고 자고......에 익숙해지셔야 됩니다
농담이 아니라, 저희 집사람이 체력이 대단히 약합니다만 방에서 한 사흘동안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계속하더니 어느정도 회복이 되더군요. 몸도 쓰고 싶고 밖에도 나가고 싶어서 근질거리시는 분들도 꽤 계시겠지만, 그런 분들도 10분만 뭔가 하시면 바로 체력이 고갈되는 희귀한 경험을 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저도 꽤 많이 회복된 상태라곤 하지만, 지금도 설거지만 하면 몸이 지치거나 독한 항생제를 먹은 것마냥 머리가 어지럽더군요.
특히 어린아이들이 감염된 경우, 놀이로 체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지도해 주세요. 저희 애들도 몸이 반짝 좋아지니까 평소처럼 몸 쓰고 뒹굴면서 놀다가 1시간이 지난 뒤 열이 오르는 경험을 한 뒤로는 그저 조용히 놀고 있습니다.

■ 감염자 간에도 분리가 필요해 봅입니다
서로 감염된 것이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서로 붙어있으면 상대방이 내뿜는 바이러스가 내 몸으로 침투해서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애들이 그렇게 둘이 붙어있는데, 붙어있을 때는 꽤 증상이 안 좋더니만 떨어뜨려 놓으니까 증상이 많이 경감되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애들 볼때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녀석들아 그러니까 이불 위에서 서로 껴안고 뒹굴면서 레슬링하지 말라고.......

저희집은 오늘밤 자정(월요일 00:00) 저희 집사람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격리가 해제될 예정입니다만, 몸이 원래대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집은 감염원이 집사람의 홈스쿨 학생으로 의심되는 데다가 집사람도 몸이 많이 약해졌고, 원체 허약체질인 첫째 관리도 있어서 홈스쿨을 정리하기로 했군요. 대신에 제가 알바든 뭐든 해서 돈을 최대한 더 많이 벌어오는 걸로(......) 협의를 봤습니다(여기에는 저희집에서 이번 감염사태 대응시에 제가 모든 일에서 100% 빵꾸를 내서 집사람에게 크게 한 소리를 들은게 큽니다. 아이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을 쥐야 할 타이밍에 이부프로펜을 줘서 일시적인 해열제 과다 사용으로 애가 어지럽고 속이 부대끼게 만든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삽질이 다 있었습니다. 업무능력은 좀 되는데 생활능력 빵점인 남자는 만화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저였어요....... OTL).

좀 두서없습니다만, 부족하나마 오미크론 웨이브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4
  • 귀중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게시글 필터링하여 배너를 삭제함
목록
게시글 필터링하여 배너를 삭제함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83 오프모임11월 8일 목요일 - T.Robin표 타로 리딩 세션 22 T.Robin 18/11/07 4715 4
8491 오프모임11월 8일 목요일 타로세션 오프모임 정리 7 T.Robin 18/11/09 3675 8
8605 정치미국의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George H. W. Bush 4 T.Robin 18/12/05 4975 6
8653 오프모임(취소) 12월 26일-2018년 마지막 타로 리딩 세션 4 T.Robin 18/12/19 3937 0
8661 오프모임[재시도] 12월 22일 토요일-2018년 마지막 타로리딩 세션 18 T.Robin 18/12/20 5069 7
9315 여행아키하바라 메이드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15 T.Robin 19/06/13 5957 22
9329 과학/기술 Qt 5.13.0: C++로 개발해서 웹브라우저에서 실행하자! 6 T.Robin 19/06/20 6684 1
9721 일상/생각타로 AMA, 그 이후(타로 보신 분들께 드리는 부탁말씀 포함) 24 T.Robin 19/09/28 5555 14
10903 철학/종교나이롱 신자가 써보는 비대면예배에 대한 단상 8 T.Robin 20/08/31 5758 6
11753 오프모임오프인듯 오프아닌 무언가(......) 14 T.Robin 21/06/04 3893 16
11194 의료/건강그들은 영웅이 아닙니다. 그렇게 불리고 싶어하지도 않고요 4 T.Robin 20/12/03 4269 10
11715 오프모임5/25: 대책없는 수도권 오프라인 모임 33 T.Robin 21/05/24 3972 7
11751 오프모임6/4(금) 전북 전주시 오프모임! - 취소 25 T.Robin 21/06/04 3997 5
12367 오프모임무대책 오프모임: 12/23 - 점봐드립니다 in 부산 서면 16 T.Robin 21/12/21 3509 3
12491 기타구인공고: C++, JS 개발자를 모십니다 44 T.Robin 22/02/04 4725 0
12618 의료/건강오미크론 시대 코로나19 감염 경험담 겸 조언 7 T.Robin 22/03/13 3902 14
13069 IT/컴퓨터가끔 홍차넷을 버벅이게 하는 DoS(서비스 거부 공격) 이야기 36 T.Robin 22/08/08 4156 24
9896 일상/생각긴글주의, 뻘글주의) 댓글 스크랩 60개 달성 기념 정리 17 Taiga 19/10/26 4703 5
9476 일상/생각스무살한테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 욕 먹은 썰. 26 tannenbaum 19/07/27 5466 25
5092 일상/생각8살 시골소년의 퀘스트 수행 이야기. 11 tannenbaum 17/03/06 4254 11
3902 일상/생각보름달 빵 6 tannenbaum 16/10/14 3315 11
3959 요리/음식광주출신 40대 아재 고향 광주에서 블로거지에 낚여 멘붕한 날. 26 tannenbaum 16/10/19 5627 5
3980 일상/생각그들을 싫어하진 않지만 난 동성애를 반대한다. 24 tannenbaum 16/10/21 4574 0
4000 정치외국인 범죄에 대한 진실과 오해 6 tannenbaum 16/10/24 4763 6
7037 일상/생각조카들과 어느 삼촌 이야기. 9 tannenbaum 18/02/02 4395 2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