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12/08 00:05:42
Name   세리엔즈
File #1   KakaoTalk_20211207_234229298.jpg (277.5 KB), Download : 39
Subject   벨기에 맥주 오프모임에 참석하지 못해서 하는 벨기에 맥주 셀프시음회(어?)


[본 글은 내일이 휴가인 자의 자유로운 시음후기입니다]
[글쓴이는 와인은 아마 대강 3천 병 정도는 마셨지 않을까...? 와인값으로 1억은 넘게 쓰지 않았을까 하지만 맥주는 알못입니다]
[사실 저렇게 퍼마신 와인도 알못입니다 데헿]


벨기에 맥주 시음회에 가고싶었는데 못가서!
그것도 공석이 있어서 연락을 받았는데도 쪽지확인을 늦게해서 못간 한(!) 을 풀고자
이마트에서 벨기에맥주를 쓸어왔습니다
(스텔라 등등 자주 보이던 칭구칭구들은 일부러 뺌)


순서는 그냥 병 높이순(!)
전용잔은 없기도 하고 잔 설거지가 귀찮아서 병나발로 결정(!!)
인서타에 올렸지만 지금 한번씩 더 마셔보고 업그레이드해서 쓰는 소감문(!!!)

사실 와인도 그렇겠지만 맥주도 주스도 모든 음식은 주관적이라는 생각에 절여진 사람이니
혼자만의 작고 편협하고 좁은 시야라고 이해해주십시옹...헿


1. 시메이 레드

꼬릿하고 새큼달큰한 내음. 묘하게 청국장 같은 향도 있는데, 입안에서는 적당한 탄산감으로 솔솔 넘어가는 느낌이면서 혀 위에 살풋한 과일맛이랑, 아주 약한 쌉쌀함(홉인가?)이랑, 왠지 모르게 침이 고이게 하는 느낌을 남겼습니다. 단맛 빠진 복숭아 느낌이랄까, 핵과 느낌도 있네요. 도수는 7도

2. 듀벨

짠내랄지 신내랄지 토마토 내음이랄지 고무다라이(!!) 내음이랄지 한국식 초콜릿 느낌(공산품느낌의 그것)가 어우러듭니다. 갑자기 페퍼로니 피자가 떠오르는 향. 입에서는 탄산감이 강하게 치고 들어오면서 단단하고 동글동글하고 까맣고 까슬한 공 같은, 흑임자떡 같은 느낌이고 뒷맛도 까망까망한 느낌. 곰곰 생각해보면 바나나같은 달큰함이랑 밤 같은 구수함도 있어요. 도수는 8.5도

3. 몽스카페

꽃 향이랑 장미향, 아카시아꿀향, 당미감 있는 와인 같은 달큰함이 올라오는데 그 뒤로 맥주의 신 향이랑 텁텁한 느낌도 같이 따라옵니다. 목넘김은 가장 부드럽고 탄산감은 개운하고 자글자글하게 깔리는 느낌이며 적당한 탄산감을 가진 주스처럼 꿀떡꿀떡 들어가는 느낌. 술이라는 느낌도 약하네용. 입에서도 플로럴하고 아카시아 꿀 같은 맛이 감돌고 산미감으로 마무리됩니다. 화이트 와인이랑 스파클링 와인 사이의 어딘가에 맥주를 추가한 맛이라고 할까요. 라이트하면서 달큰한 느낌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맥주. 도수는 5.5도

4. 로슈포르 10

냄비를 태운 듯한 칼칼한 향, 군고구마의 까맣게 그슬린 껍질 같은 향이랑 묘한 산미감이 같이 잘 어우러들면서 기묘하게 대장간이라고 할지, 혹은 사워도우 브레드를 굽는 빵집이랄지의 느낌이 있습니다. 향의 조화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맥주. 입에 들어올때도 가장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며, 순간적으로 위스키 같은 느낌도 (아주 잠깐) 줍니다., 구수한 맛과 중후한 산미감에 레드 와인 중에서도 꽤나 묵직한 스타일의 와인과 비슷한 타닌감스러운 연출을 하는 탄산까지. 기묘하게도 술이라는 느낌은 역시 잘 안 들만큼 감추어져 있으면서, 목넘김 이후에나 그 모습을 나타냅니다. 입에서의 질감이 지금까지 중 가장 무거웠고 그래서 점도가 높은 액체를 마시는, 마치 감기약 시럽을 마시는 듯한 캐릭터인데 부담감은 앞서의 몽스카페와 비슷한 수준인 신기한 맥주. 볼드한 느낌의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가장 마음에 들 거 같습니다. 도수는 11.3도

5. 델리리움 트레멘스

호일 참 지저분하게 벗겨집... 병에 입 대기 싫을 정도. 향은 지금까지 중 가장 익숙한데, 헤페바이젠에서 자주 맡은 바로 그 향에 약간의 세련미랄지, 힙함이랄지, 펑키한 바의 느낌이랄지가 가미된 향이라 신기합니다. 거기에 살짜쿵 요거트를 띄운듯한 밀키함과 새큼함도 있구요. 입에서는 의외로 별다른 특색 없이 라이트한 맥주구나 하고 넘어가나 싶었는데, 놀랍게도 목넘김 이후에 입안이 살짝 화아 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화사하게 마무리됩니다. 하얗고 작은 꽃들을 뭉친 꽃다발 같은 마무리라고나 할까요. 쌉싸래함이 산뜻하게 치고 올라온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라이트하면서 블링블링한 맥주. 도수는 8.5도

6. 델리리움 크리스마스

와인 중에 입구를 촛농으로 마감한 와인을 따는 방법은 촛농이 없는것처럼 오프너를 들이미는 건데, 이거도 그냥 오프너로 따니 오히려 잘 따지네요... 호일 다 벗기려고 한 저의 잘못. 트레멘스와 똑같은 향인데 아주 약간 더 진한 갈색빛 혹은 청록빛, 조금 더 어둑어둑한 동굴에서 양조한 느낌이고, 조금 더 산미감이 상큼함에서 시큼함으로 넘어가면서(조금 더 위액향에 가까워졌다는 이야기) 놀랍게도 고소함이 추가됩니다. 맛에서는 의외로 달고나 맛이 반겨주면서 향보다 맛의 측면에서 로슈포르에 가까워진 느낌이지만 무게감은 확연히 가볍습니다. 로슈포르 어린이버전(?!)이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목넘김 이후의 화사함은 그대로 유지하고, 꽃에서 꿀내음 같은 단맛도 올라옵니다. 로슈포르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마음에 든 맥주. 도수는 10도

7. 듀체스 드 부르고뉴

향이 음...... 보졸레 누보나 부르고뉴 피노 누아이긴 한데 좀 많이 삭혔거나, 소 여물통 옆에서 양조한 듯한 느낌. 부르고뉴 와인 중에서는 뉘 생 조르쥬 마을의 와인들이 이렇게 애니멀-얼씨한 느낌이 독특합니다만 그 와주에도 독보적으로 튀는 느낌입니다. 꼬릿한 느낌이 와 이건 장류다 장독대 어디있나요 싶으면서도 묘하게 소시지랑 사우어크라우트가 연상되고 거기에 케요네즈 소스 추가요. 입에서는 어우야 케요네즈인데 케챱을 홈메이드로 하면 이렇게 되나 싶은 놀라운 느낌. 탄산감도 많지 않고 목넘김은 좋은데 그 맛이..... 베리류의 맛이랑 곡물의 맛이 기묘하게, 안 어울리는 건 아닌데 뭔가 낮설게 어우러지는 느낌. 누룽지 위에 마라스키노 체리 올리고 탄산수 부어서 오차즈케로 먹는 느낌입니다 엉엉 그 와중에 목넘김 이후에 장미향 올라오지 마로라...


총평


치해떠요 이제 자러 갈래요



22
  • 은둔고수 ㄷㄷㄷ
  • 막줄 기어어여 >_
  • 좋으네요 참고하겠읍니다
  • 우아 재밌어!!!


다람쥐
우와~!!^^ 세리엔즈님의 총평도 넘 재밌네요
1
세리엔즈
총평이요....?(동공지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와. 시음회 후기(?) 순식간에 읽었어요. 저 맥주들에 저런 부분이 있었나 다시 되짚어보니 이미 저런 부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마신 후 시간이 지나 기억을 되살리는건 힘드니, 다음에 저 맥주들을 접하는 날에 세리엔즈님의 이야기도 옆에두고 같이 보며 마시고 싶네요.
세리엔즈
아앗 +_+ 저야말로 나루님 후기가 엄청엄청 마음에 들었습니다 ^^ 사실 그 후기 보고 벨기에 맥주가 마셔보고 싶어졌던것이지요!
무더니
도수가 쎈 녀석들을 한큐에 ㄷㄷ
델리리움은 꽤나 고도수인 친구들이라 막 먹다보면
저기 그려진 핑크 코끼리를 만나는 친구기도 한데
꿈에서 코끼리좀 만나셨나요 ㅋㅋ
세리엔즈
다행히도(!) 별일 없이 쿨쿨 잘 잤습니다 ㅋㅋㅋㅋㅋ
캡틴아메리카
아니... 저것들을 하루밤에 혼자 드시는게 가능한 겁니까 ㄷㄷㄷ

쪽지드렸는데 답이 없으셔서ㅜㅜ 그래도 엄청난 시음기를 써주셔서 함께 한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

델리리움은 원래 그냥 오프너로 따시면 됩니다 ㅎㅎ
세리엔즈
배부른 거만 아니면 사실 3천 정도는 그냥 마시긴 합니다>_< 물론 어제 저 맥주들은 조금씩 다 남겼어용!

로슈토프랑 델리리움이랑 몽스카페는 가끔 사마실 거 같습니다 ㅎㅎ 적어도 세계맥주집 같은데에서 보이면 무조건 집을거예용!
몽스카페가 좋으셨으면 저거보단 로덴바흐를 추천드립니당
1
세리엔즈
오오오 발견하면 집어보겠습니다 ㅎㅎ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533 일상/생각강등&부서이동 7주차 13 Picard 22/02/21 4588 26
12524 일상/생각길 잃은 노인 분을 만났습니다. 3 nothing 22/02/18 4065 35
12520 일상/생각네거티브 효과 8 Hi 22/02/17 4426 4
12515 일상/생각내 고향 서울엔 11 사이시옷 22/02/14 4533 21
12514 일상/생각워들에 빗대어 끄적여본 나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5 덜커덩 22/02/13 4386 14
12484 일상/생각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dolmusa 22/02/01 3414 3
12483 일상/생각인간관계, 그리고 연애(1) 1 늑대를불러야지 22/02/01 4621 6
12467 일상/생각시사in을 구독하기로 했습니다 21 매뉴물있뉴 22/01/26 4681 4
12459 일상/생각그 식탁은 널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2 Erzenico 22/01/22 4302 25
12454 일상/생각닷스페이스 이재명 인터뷰를 보고 9 Alynna 22/01/20 4838 0
12453 일상/생각아이를 재우며 6 Dignitas 22/01/19 4056 14
12449 일상/생각겨울방학이 끝나고.. 10 풀잎 22/01/17 4664 13
12448 일상/생각지방갭투자 한번 생각해봤다가 생각 접은 후기+계약갱신청구권 7 오늘 22/01/16 4699 0
12429 일상/생각리을 이야기 21 아침커피 22/01/10 5729 65
12408 일상/생각패알못의 지난달 패션 입문기 및 지름 결산 14 박태 22/01/06 5047 12
12407 일상/생각글쓰기를 위한 글 쓰기 4 *alchemist* 22/01/06 5248 7
12400 일상/생각자기혐오 19 cotton 22/01/03 5458 47
12395 일상/생각대한민국 청해부대 장병들 감사합니다 5 아리똥 22/01/01 3793 21
12392 일상/생각중년 아저씨의 베이킹 도전기 (2021년 결산) (스압주의) 22 쉬군 21/12/31 4412 29
12386 일상/생각배달비 인상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세요? 45 탈론 21/12/27 6582 0
12385 일상/생각저희 아이가 다른 아이를 다치게 했다고 합니다. 9 엄마손파이 21/12/27 5456 2
12379 일상/생각코로나19 무서워요... 흑; 22 *alchemist* 21/12/24 5280 26
12376 일상/생각구박이는 2021년에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61 구박이 21/12/23 6315 70
12366 일상/생각국내 헤드헌터/서치펌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 26 SCV 21/12/21 7217 14
12359 일상/생각요리 초보의 단상 21 2막4장 21/12/19 4259 1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