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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9/20 22:30:34
Name   Cascade
Subject   과연 문준용 씨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136354

2019년 문준용 씨가 만든 작품에 7000만 원 상당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는 기사입니다. 뭐 대충 양구군청이 외주 넣은 거 문준용씨가 했다는 내용만 파악한 뒤 읽으시면 됩니다.


자 일반적인 요즘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돈을 벌까요?
1. 작품 판매 2. 전시회 3. 커머셜입니다.

1번 같은 경우는 간단하죠. 갤러리나 경매 또는 다양한 방법 등을 이용해 작품을 파는 것입니다. 사줄 사람만 있다면 말이죠.

2번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어려운 방식이긴 하나, 전시회 등으로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작품 판매가 주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시회 입장수익만으로 돈을 벌기는 탑급 작가라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나옵니다. 3번 커머셜이죠

뭐 쉽게 얘기하면 기업, 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지원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돈)을 받는 거죠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대개 1,2번으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형이나 그림으로 한정된 미술품에 비해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프로그램이나 코드로 짜여져 있고, 작품과 전시 환경이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보수 작업이 필요한 경우도 많구요. 작품 자체의 부피가 커서 소장하기 어려운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거기에 최근에 등장한 예술 특성상 아직은 명확한 시장이 없기도 하구요. 그러니 3번에 매진할 수밖에 없어요. 기업에서 돈 받고 외주 뛰거나 그런거죠.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많은 커머셜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긴 합니다. 기업과의 연계 작품이라던가, 또는 기업 행사장 일부에 들어가는 거대한 조형물 등을 만든다던가, 기획사 뮤직비디오 일부를 제작해준다거나... 작품을 팔기 어렵긴 하지만 기업에서 원하는 대로 맞춤형 제작 예술 제품을 생산해서 납품하는 거죠. 그 대가로 돈을 받구요.

사실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본인들이 하고 싶은 작품보다는 돈이 되는 활동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 주변 친구들 상당수가 이렇게 일하고 있기도 하구요. (저는 업계를 떴습니다)

그러나 문준용 씨는 최근 들어 훨씬 더 순수예술쪽에 치우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진짜 돈이 안 되는 분야죠.
개개인의 퍼스널리티가 작품에 크게 반영되는 만큼 기업과 커머셜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미디어 아티스트가 자기 작품만 하고 싶으면 집에 돈이 많거나, 아니면 따로 부업이 있어야 합니다.

아마 제 느낌상 문준용 씨는 과거에는 자잘한 부업 같은 걸 상당히 많이 했을 겁니다. (이 점은 문준용 씨 아카이브나 행적을 찾을 수가 없어서 좀 찾기 어렵네요) 아마 게임회사 창업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을 거구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게임은 대차게 망했고, 그 다음부터 문준용 씨는 아티스트 활동만 이어오고 있습니다.
상~~~당히 특이하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미디어 아티스트도 다 부업(커머셜, 교수, 시간강사, 영상 등)을 하는데 작품 활동에만 매진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뽑혔기 때문입니다.



잠시 제가 문준용 씨라고 생각해 봅시다. 사실 문준용 씨 입장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 게 아티스트들이 보통 성공/실패가 갈리는 게 30대후반~40대초반 사이입니다. 여기서 커리어패스가 끊기면 되살아날 방법이 없어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꺾여 나가고 살아남은 몇명이 올해의 작가상 같은 상을 수상하며 치고 나가죠. 그렇기에 이 시기에 작품활동을 버리는 선택지는 본인 커리어를 끊겠다는 거죠. 아버지 대통령은 꼴랑 5년이지만 나는 40년 더 살아야 되는데?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나는 작품 활동을 해야 돼요. 근데 문제는 예술활동과 기업과의 커머셜은 같이 가는 게 쉽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내 돈을 쓰거나... 아님 나 대신 돈을 지원해 줄만한 '뭔가'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대한민국에 그걸 지원하는 건 국가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욕을 먹어가면서도 국가 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억울할 수 있어요
나는 아무런 부탁도 안 했는데 사람들이 뽑아줬다 이거잖아요. 내 예술성을 보고 말이죠.
또 아티스트 대부분이 그렇듯이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날 거란 말이죠? 뽑힐만 해서 뽑혔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진짜로

저는 문준용 씨의 아티스트적인 능력이나 예술성 면에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개개인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과연 본인의 아버지가 대통령이라는 점이 본인의 커리어패스를 이어 가는데 정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을까요? 누구는 하나 되기도 어렵다는 국가 지원'만' 받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어마어마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요?

저는 양구군청 사례가 상당히 놀라웠던 게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줬어요. 어린이 미술관에 들어갈 '작품'을 만드는데 문준용씨가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을 그대로 도입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이라고요.

다른 작가들은 저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렇게 하세요! 라고 말하는 컨셉에 맞춰 만드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본인이 하던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에요. 한 마디로 말해서 아 물론 문준용 씨의 퍼스널리티과 그 박물관의 원하는 컨셉이 정~~~~~~~~~~말 큰 우연의 일치로 맞아떨어졌을 순 있어요. 뭐 그럴수도 있죠...



아마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이렇게 될거에요. 이미 커리어패스가 단단히 쌓인 상황이라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도 열심히 작품활동 하면서 잘나갈거에요.

그렇게 한 10년 지나잖아요? 그럼 그때가서 이렇게 얘기할 거에요

"거봐라, 내 작품이 예술성이 높아서, 내가 능력이 있어서 이렇게 된 거 아니겠느냐"

과연 그 커리어패스는 누가 만든 것입니까? 본인입니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억울할 거구요.

하지만 수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제 이름 하나 알리지 못하고, 수십개 국가지원사업에서 떨어져 아티스트 생활을 마감합니다.

과연 그 사람들과 문준용 씨의 차이를 가른 것은 자신의 능력입니까, 아니면 다른 무엇입니까?

저는 그게 '다른 무엇'이 아니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결론을 안 적었군요. 솔직히 말해서 문준용 씨 개인의 입장에서 뭘 잘못했는지 묻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특성상,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2년 6개월동안 국가에서만 지원받은 2억은 좀 심한 거 아닌가... 아무리 자신 능력에 대한 과신이 있어도 그 정도면 좀 생각을 바꿔먹어야 하는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커리어패스가 슬슬 꽤 쌓이기도 했구요. 물론 국가 제외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긴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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