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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5/20 13:46:49수정됨
Name   ikuk
Subject   허비행콕이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배운 것



허비 행콕:
저는 마일스 데이비스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만, 그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마도) 독일 공연 이야기입니다.
이건 1963년, 아니면 64년 초 이야기일텐데요... 아마 63년 일겁니다.

지금도 그렇듯 저는 당시에도 과학 기술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컴퓨터나 비디오 카메라와 같은 최신형의 작은 가젯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카세트 이전의 테이프 레코더가 있었죠.
당시 제가 구입한 테이프 레코더는 포터블한 reel to reel 방식의 가장 작은 기계였어요.

마일스에게 가장 크게 혼났던 건은,
제가 그 테이프 레코더를 공연장에 가지고 가서, 2개의 스테레오 마이크를 들고 피아노 밑으로 기어들어가 설치하던 중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필 딱 그때, 마일스가 발로 템포를 재고 있었던 거죠. '원. 투. 원 투 쓰리 포'
저는 아직 피아노 밑에 있었습니다(웃음) 딱 피아노를 쳐야 할 타이밍에요.

마일스는 뒤를 돌아보고 (얼굴을 감싸쥐고) 탄식했습니다.
결국 다시 시작해야 했고, 그 다음에는 별 문제 없이 잘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기억나는 건 'So what'을 연주했을 때에요. 마일즈가 아마 50년대 후반에 작곡한 곡이었죠.
Tony Williams가 드럼을, Ron Carter가 베이스를,  Wayne Shorter가 색소폰을 연주했어요. 엄청난 밤이었어요.
그 곡은 파워가 있었고, 혁신적이었고, 연주하는 우리가 정말 재밌었어요. 대단한 음악이었어요.

그날 Tony Williams가 드럼을 연주하는 위에
마일스 데이비스가 엄청난 솔로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 와중에 잘못된 코드를 쳤습니다.
그 코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고, 완전 실수처럼 들렸기 때문에 바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패닉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마일스는 1초 정도 연주를 멈췄다가, 다시 솔로를 불기 시작했는데,
제 코드를 옳은 코드처럼 들리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들은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일스에게는 틀린 것을 옳게 만드는 힘과 필링이 있었습니다.
한 1분 동안 피아노를 건들 수가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던 날이었죠.


이제서야 깨달은 것은: '마일스는 그것을 실수로 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 날, 그 순간, 그 곳에 그냥 일어난 일, 사건'이라고, 현실의 일부라고 받아들인거죠.
그리고 그는 그냥 나아갔습니다. (deal with it)

그는 그게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았기때문에,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이 코드에 맞는 음을 찾는) 것은 나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인거죠.
그리고 그는 그걸 해낸거죠.



그 것은 제게 음악적인 것 뿐만아니라 삶에 있어서 엄청난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이 우리의 입맛에 맞게끔 되어주기를, 내게 쉬운 세상이기를' 바랄 순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상을 그냥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현상을 '약으로' 바꿀 수 있는, '독'을 '약'으로 바꿀 수 있는,
자신에게 놓여진 어떤 상황을 건설적인 무언가로 바꿀 수 있는 사고방식(Mind) 말이예요.

그게 제가 마일스 데이비스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

인성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말도 안되는 사건들도 많습니다만...
마일스 데이비스는 재즈계의 예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말도 안되는 업적을 세워두고 갔습니다.

무엇보다 음악가로써 후임을 양성하는 것 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했습니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칙코리아, 그리고 아직 현역인 허비 행콕이 마일스의 아이들 중 한명이죠.



무대에서 아티스트에게 거친 욕을 하거나, 위에처럼 엄청난 얼굴로 흘기는 것을 통해 그의 리더십이 얼마나 권위적이었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허비 행콕이 피아노 밑에서 발견되었을 때를 허비 행콕은 웃으며 회상하지만, 그날 저녁엔 아마 주먹으로 얻어 터졌을 겁니다.

당시 그를 싫어하는 아티스트들도 많았습니다. 셀로니우스 몽크는 아예 수분간 피아노에서 손을 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리스너 중에, 그리고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란 아티스트들 중 그의 음악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1명도 없을 겁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일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만,
20세기 초중반, '심각한 인종차별을 다 들이 받던 락스타의 원조 히스테리' 정도로 이야기 됩니다.
이제 그를 향한 날카로운 칼날들은 다 바스라들고, 그의 음악만 영원히 남았습니다.



대체 마일스의 그런 힘과 필링은 어디에서 올까...
다들 그것만을 궁금해 합니다.

그 것을 허비 행콕이 이 영상으로 저희에게 전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보여지는 무엇은 죽고 10년, 20년이 지나면 바스라듭니다.
현실을 관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그리고 그 마음가짐이 남긴 위대한 유산이야말로 이름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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