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2/21 03:24:58
Name   syzygii
Subject   학폭의 기억
요즘 학폭 이슈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화이글스 선수 관련 이슈가 초등학교때라는 주장이 나와 생각이 나서 써봅니다.

저는 초등 5학년때 전학으로 학교를 옮긴 기억이 있습니다. 2월중에 이사하여 3월 2일에 들어갔는데도 왠지 자리가 다 정해져있고 저는 자동적으로 짝이 없는 학우 옆으로 배정됐습니다. 그 학우는 (지금와서 생각하면)발달장애를 가진 학우로서 (지금와서 생각하면)초교 1~4학년을 겪으며 전교에 장애에 대한 소문이 나서 경원시되고 있는 학우였던걸로 추측됩니다. 주변에 밀알학교라고 장애인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어서 별명이 '미랄'이었던게 기억나네요(초딩의 잔인함이란..)어쩌다보니 5,6학년을 같은 반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초교 5~6학년은 잔인하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때리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수업이나 행사 등에서 어쩌다가는 잘해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은지 저 스스로가 물리적인/언어적인 의미로 학폭에 가담했는지 혹은 단순 방관자였는지, 피해자에 해당하는 학우나 가해자도 저와 친분이 적으면 이름도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더군요.(중~고등학교에서 친분이 이어지지 않은 사람은 전혀 기억이 안남)
또 저 또한 중학교에서 학폭을 당했습니다. 좋은 기억이 아니었는지 가해자들이 했던 단편적인 행동의 기억은 있어도 졸업앨범도 버린 마당에 얼굴의 일부만 기억나지 30살 넘은 지금 가해자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냥 지나가면서 때렸다, 다리에 부상을 입은 저에게 언어/신체적 폭력을 가했다, 점심시간에 무언가 사정이 있던 가해자들의 급식을 대신 받게 했다는 정황만 흐릿하게 기억날뿐 해당자들이 한자리 차지해도 폭로할만한 단서도 없네요. 유일하게 기억하는건 가해자중 한명이 고교 졸업후 오토바이를 타다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20대 초반에 들은 기억이 납니다.(그땐 가해자 이름을 기억했는데 지금은 기억도 안납니다)


해당 프로야구 선수가 정말로 학폭에 가담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피해자라 주장하는 분께서 쓴 글에 자세한 정황이 없다고 몇몇 사이트에서 의심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말 사실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초등학생이었던 사람이 자세한 정황을 제시하기 힘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다른 증언이 없다면 자세한 정황의 제시가 없는이상 해당 선수에게 가해자라는 멍에가 씌워져서는 안되겠죠. 제 경우에 비추어 다른 폭로건과 달리 거짓증언자에게 철퇴를 내리거나 학폭범에게 마땅한 인과응보가 내려지는 사이다스러운 결말은 쉽게 나오기 힘들지않을까 싶네요. 모두가 믿고싶은대로 믿을텐데 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되어 글을 써봅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449 기타50이하 살만한 물품 뭐가 있을까요? 25 지겐 21/02/25 4120 0
    11448 일상/생각국민교육헌장 Vlog 3 하트필드 21/02/25 3763 1
    11447 도서/문학일파청 一把青 (그토록 푸르러) 下 6 celestine 21/02/24 4318 7
    11446 스포츠[오피셜] 추신수 전격 국내 복귀, 신세계와 연봉 27억원 계약 2 김치찌개 21/02/24 4660 0
    11445 영화소울(2020)과 니체 (약스포) 4 lonely INTJ 21/02/23 4218 4
    11443 사회자가 / 전세 / 월세 / 무상으로 거주하는 사람은 몇%일까? 2 Leeka 21/02/22 4215 0
    11441 경제빅 아이디어 2021 by ARK INVEST 3 lonely INTJ 21/02/22 3397 4
    11440 일상/생각30평대 아파트 셀프 인테리어 후기 22 녹차김밥 21/02/22 4967 29
    11439 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10) - 성노동에는 기쁨이 없는가? 36 소요 21/02/21 5564 18
    11438 과학/기술(번역)우리의 수렵채집인 미래: 기후변화, 농업 그리고 비문명화 8 ar15Lover 21/02/21 4337 1
    11437 일상/생각학폭의 기억 2 syzygii 21/02/21 3566 0
    11436 도서/문학일파청 一把青 (그토록 푸르러) 上 2 celestine 21/02/21 4968 7
    11435 음악뜨거운 노래(M/V) 6 바나나코우 21/02/20 3583 3
    11434 과학/기술(발췌)원시인보다 멍청한 현대인? 11 ar15Lover 21/02/20 5087 2
    11433 게임2021 LCK 스프링 1라 1 헬리제의우울 21/02/20 4015 1
    11432 사회요즘 국내외 사회 분위기를 보면 떠오르는 이야기 2 샨르우르파 21/02/20 3965 0
    11431 게임2021 IEM 월챔 프리뷰-스타2 207 the hive 21/02/20 4716 2
    11430 사회(번역)유나바머가 옳았나? 5 ar15Lover 21/02/19 5716 7
    11429 일상/생각소시민의 행복은 취약하군요. 8 Picard 21/02/19 4283 7
    11428 사회씨맥의 100만원 처벌은 어느정도일때 성립되는가? 6 Leeka 21/02/18 5417 1
    11427 게임LCK 2군 로스터 변경사항 정리 3 Leeka 21/02/18 3717 1
    11426 일상/생각앞니가 빠질거같당.. 29 켈로그김 21/02/17 4375 14
    11425 일상/생각회사 동료분과 티타임 후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3 Brown&Cony 21/02/17 5435 12
    11424 기타옛날 유머 4 주식하는 제로스 21/02/17 3214 1
    11423 영화승리호 스포없는 간단한 감상 23 닭장군 21/02/17 4159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